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처리하게 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본회의 통과가 임박해지자 사법부와 법조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계엄1년이 되는 3일 밤 전체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 과 <법 왜곡죄법안> <수사대상 확대 공수처법 개정안> 을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수사대상> 법> 내란전담재판부>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대한 특별법안(특별법)'은 1심과 항소심(2심) 모두 2개 이상의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도록 했고, 내란전담영장판사 임명 규정도 신설했다. '법 왜곡죄' 신설은 기존의 '간첩죄' 수사 대상을 확대 적용한 것이다.
계엄 1년 3일 밤 법사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민주당 단독 통과 '역풍' 거세져
민주당 강경파는 3일 밤 법사위에서 단독 통과시킨 위 법안들을 빠르면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늦어도 연말까지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와 법안 검토없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여당 단독 강행 처리에 대해 '역풍'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와 야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범여권 내에서도 위헌 요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 법원장회의가 정례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위헌성'에 대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또 이날 참석한 법원장들도 '위헌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4일 '헌법학자들과 긴급세미나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관련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위헌 요소와 속도전'을 우려하며 좀더 신중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반발 입장이 나오고있다. 민주당은 오는 8일 의총을 열어 내란전담재판부, 법 왜곡죄와 관련한 논의를 다시 할 계획이다.
또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마련한 법안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5일 대통령실은 "법무부가 법관 추천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 요소가 있다"며 당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대, 법원장 회의서 "사법제도 개편,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 거쳐야"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를 이끄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5일 오후 2시께부터 전국 법원장 정례회의를 시작했다.
전국 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각급 법원장들이 모여 사법행정 현안을 논의하는 고위 법관 회의체다. 통상 매년 12월에 정기회의를 개최한다. 필요한 경우 임시회의를 열 수 있는데 지난 9월 임시회의가 개최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선 여권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및 법 왜곡죄 도입 법안에 대해 전국 각급 법원장들이 의견을 나누었다.
앞서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원장들에게 메일을 보내 해당 법 개정이 법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고,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 관점에서 신중한 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니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모아 논의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국 법원장 정례회의에서 "(사법)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그 결과는 우리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제도 개편은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이론과 실무를 갖춘 전문가의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사법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한 번 제도가 바뀌면 그 영향이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무겁다"며 "이럴 때일수록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사명을 묵묵히 수행해 내는 것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라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5부 요인 오찬에 참석해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 법원장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법 왜곡죄 신설법안, 위헌적 요소 심각"
이날 긴급 전국 법원장회의에는 조희대 대법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각급 법원장과 기관장 총 43명이 참석해 약 6시간에 걸친 긴 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에서 지난 3일밤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과 법 왜곡죄 신설법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법원장들은 해당 법안이 '위헌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공통의 우려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법원장들은 "위헌적 12.3 비상계엄이 국민과 국회의 적극적 노력으로 해제됨으로서 헌정질서가 회복된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비상계엄 관련 재판에 대한 깊은 관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장들은 "위 신설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고,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법원장들은 3대 특검(내란, 김건희, 순직해병) 사건의 항소심이 진행될 경우 서울고법이 신속한 재판을 위해 '집중심리 재판부'를 운영하겠다고 지난 9월22일 발표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검찰은 재판 당사자인데, 법무부 장관이 판사 추천에 관여하는 건 이상한 일"이라는 비판도 나왔고 '법 왜곡죄'에 대해선 "매우 추상적이라 명백히 위헌이고, 법원이 사건 해결이 아니라 고소 고발의 당사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변협·여변 前회장들 "내란전담재판부, 법치주의 위협"
대한변호사협회·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법조인들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해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박승서 등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9명과 김정선 등 전직 한국여성변호사회장 4명은 4일 공동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은 법관 임명에 외부인사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행 헌법에는 군사법원을 제외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과거 반민특위나 3·15 특별재판부는 모두 헌법 부칙에 근거했다. 반민특위는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다수당의 권력에 휘둘렸고, 3·15 특별재판부는 5·16 쿠데타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란전담재판부는 재판부의 구성과 재판권 행사에 있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며 "절대적 입법권력에 휘둘리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둥인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국힘, 헌법학자들과 '내란재판부' 긴급세미나 "나치 특별재판소…위헌성 우려"
국민의힘도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헌법학자들을 초청해 국회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의 '위헌성' 긴급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장동혁 대표는 "내란특별재판부는 국민께서 입혀주신 '사법부 독립'이라는 옷을 입고 있는 법원을 해체하고, 사실상 정권의 입맛에 맞는 법관들을 임명해 특별재판부를 일상화하겠다는 선언"며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이 되자 민주당이 사법쿠데타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고 대한민국 사법체계와 법치주의를 모두 무너뜨리고 있는데, 그 마지막 관문이 내란특별재판부"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관련 "어떤 법관이 어떤 재판을 담당할지는 사전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룰에서 확정돼야 한다"라며 "이를 임의로 조작하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담재판부를 복수로 설치한다고 해서 위헌성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애초에 12·3 비상계엄 사건을 재판하기 위한 재판을 인위적으로, 법원의 외부 세력이 고른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 나치 시절의 특별재판소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위헌 요소, 신중한 토론 필요"
조국혁신당 "내란전담재판부, 위헌 요소 제거해야..尹 풀려날 수도"…수정안 제안
이처럼 사법부와 국민의힘, 법조계가 일제히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위헌성'을 지적하자 여권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원조 친명'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에 출연 "현재 1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하고 있는 재판을 끊고 내란재판부로 데려와서 재판하는 게 타당한지, 재판의 실효적 진행이 가능한지 부분에 대해 토론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위헌성' 문제를 지적했다. 김종배의>
실제 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위헌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 9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8일 의원총회를 열어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조국혁신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관련해 "위헌, 위법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추가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서왕진 원내대표와 신장식·정춘생 최고위원 등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내란전담재판부법 긴급 의총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돼 지금의 광대놀음 같은 내란 재판이 정상화해야 한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지금 마련돼 있는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조만간 풀려나 길거리를 활보하거나 더 나아가 내란 재판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며 "현행법이 통과되면 윤석열 변호인단은 '내란전담재판부특별법은 위헌'이라고 문제 삼을 것이다. 재판부에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내란전담재판부특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윤석열 내란 재판은 무효가 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전담재판부 추천위원회를 그대로 두고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추천권을 지우는 방안 ▲추천위를 구성하지 않고 대법원 규칙에 위임하는 방안 등 방향으로 법안 수정을 제안했다.
이들은 "(추천권을 지우는 방안의 경우) 대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5명, 한국법학교수회에서 2명,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에서 2명 등 총 9명으로 추천위를 구성하게 된다"며 "(추천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법원장이 전담할 법관, 영장전담법관을 대법원 규칙에 따라 임명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법무부, 법관 추천 위헌 소지 당에 우려 전달"
한편, 대통령실은 5일 민주당 강경파 주도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의 강행 추진과 관련해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가 법관 추천에 관여하는 구조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 심판 제청이 들어가면 내란 재판이 멈춘다"고 당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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