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은 현실이었다…희망퇴직 공포에 중장년층 자격증 대이동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김부장'은 현실이었다…희망퇴직 공포에 중장년층 자격증 대이동

르데스크 2025-12-05 16:53:13 신고

3줄요약

우리나라 법적 정년은 60세로 정해져 있지만 현실에서 정년까지 버티는 직장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상당수 직장인이 50세 초반부터 이미 희망퇴직의 압박을 마주하고 있고 조기퇴직이 일상화되면서 중장년층 직장인들은 재취업 대비를 위해 재직 중 자격증 공부에 나서는 모습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김부장)'는 이러한 현실을 실감나게 담아내며 중·장년층 시청자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승진 경쟁과 좌천, 희망퇴직 종용, 부동산 실패 등의 서사는 50대판 '미생'이라는 평가가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정년 연장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대기업에서도 정년퇴직까지 버티는 사례가 흔치 않다. 통계청의 '2025 고령자 부가조사'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은 52.9세로 법적 정년보다 7년 이상 빠르다. 이에 희망퇴직의 불안을 느끼는 50대 직장인들이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하기 위해 재직 도중 자격증 취득에 뛰어드는 상황이 늘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지난 9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국가기술자격 수험자 기초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기술자격에 응시한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비율은 18.1%이다. 절대적인 비율만 놓고 보면 20대(33.5%), 30대(18.8%)보다 적지만 전체 인원 중 중장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40대가 국가기술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5060대 중장년층의 응시 인원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를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퇴직 후 재취업 수요가 맞물린 것으로 분석했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자격증의 종류도 다르다. 50대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자격증은 지게차운전기능사(2만793명)였고 산업안전기사(1만6385명), 전기기사(1만4619명)가 뒤를 이었다. 60대 남성들 역시 지게차운전기능사(8856명)가 1위를 차지했다. 전기기능사, 전기기사가 그 뒤를 이었다.


여성의 경우 50대에서는 한식조리기능사, 컴퓨터활용능력 2급, 미용사 자격증 응시 비율이 높았다. 60대 역시 같은 순위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남녀 모두 재취업 가능성이 높은 직종의 자격증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정년퇴직을 6년 앞둔 송차훈 씨(54·남)는 "현재 대기업에 재직 중이지만 언제 퇴직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에 지난 몇 년 간 전기기사와 건축설비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씨는 "요즘 드라마 '김부장'을 보면서 비슷한 일이 언제든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고 느꼈다"며 "대학생 아들이 있어서 퇴직을 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는 만큼 혹시 모를 희망퇴직 위기에도 빠르게 취업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공인중개사 역시 정년퇴직을 앞둔 중장년층에게 오랫동안 인기를 얻고 있는 자격증이다. 사진은 강남역에 있는 공인중개사 학원 커리큘럼의 모습. ⓒ르데스크

 

정지형 씨(59·남)는 "몇 년 전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희망퇴직을 하게 됐지만 자격증 덕분에 재고용 형태로 다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며 "퇴직 당시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라 돈이 들어갈 때가 많았는데 자격증이 없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역시 꾸준히 중장년층에게 인기 있는 자격증이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전체 신청자 가운데 50대는 5만3895명으로 전체 인원의 25.3%를 차지했다. 50대 신청자 비율은 2020년 22.6%, 2021년 23.0%, 2022년 23.2%, 2023년 24.0%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60대도 마찬가지다. 60대 신청자 비율도 2020년 5.7%, 2021년 6.0%, 2022년 6.3%, 2023년 6.6%, 지난해 7.4%를 기록했다.


공인중개사 학원 관계자는 "젊은 층은 전문직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며 자격증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만 50·60대는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대비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특성상 중장년층이 퇴직 직전의 업무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전직 시장이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이 기존에 하던 업무를 기반으로 경력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며 "반면 자격증은 개인의 역량을 일정 부분 객관적으로 증명해 주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시험 준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법적 정년을 늘리는 것보다 퇴직 이후의 삶을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며 "기업 규모에 따라 의무교육 형태로 조기퇴직 이후의 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상민 가천대 교수 역시 "우리나라 기업은 새로운 기술 도입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러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반면 자격증 기반 직종은 기술 변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중장년층 재직자에게 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