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혼란 속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지난 4일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지난 반년은 붕괴된 헌정 질서를 복원하는 동시에 외교 분야에서 예상 밖의 성과를 내며 새로운 국정 기조를 확립한 수습과 도약의 시기였다. 그러나 측근 리스크와 사법 리스크 등은 국정 동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남아 개혁 드라이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反민주주의 사태 근절…3대 특검 가동과 제도개혁
이재명 정부 전반기의 핵심 키워드는 ‘청산’과 ‘개혁’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내란 극복과 K-민주주의 위상 회복”을 약속하며 강도 높은 제도적 정비를 예고했다. 정부는 출범 직후 ‘반민주적 사태의 재발 방지’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사정 정국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의 비리 의혹과 12·3 비상계엄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해 이른바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전면 가동됐다. 조은석 내란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 기소하고, 한덕수 전 총리 등 당시 국정 핵심 인사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웠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민중기 특검 역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청탁 혐의 등으로 김 여사를 구속기소하고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른바 ‘채 상병 사건’을 맡은 이명현 특검은 7월 2일 출범해 11월 28일까지 150일간 수사를 진행, 윤 전 대통령 등 33명을 재판에 넘겼다.
12·3 사태로 뒤흔들린 군 지휘체계 정상화도 병행됐다. 이 대통령은 5·16 이후 64년 만에 비(非)군인 출신인 안규백 장관을 국방부 수장으로 기용했고, 안 장관은 4성 장군 전면 교체, 국군방사령부 개편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 중이다.
검찰 개혁 역시 분기점에 들어섰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공소유지만 전담하도록 하는 ‘공소청 전환’ 조직개편안이 9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해체 수준의 구조적 변혁을 맞았다.
‘국익중심 실용외교’ 두드러져…외교 신뢰도 회복
외교·안보 분야는 이재명 정부 6개월의 가장 뚜렷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국익중심 실용주의’ 노선이 관세·안보 협상에서 실질적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에서 치열한 수싸움 끝에 실익을 챙겼다. 당초 트럼프는 8월 1일부터 상호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지만, 15%로 낮추고 대규모 투자 유치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어 10월 29일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연 최대 200억 달러 분할 투자’ 합의를 이끌며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통령이 직접 “가장 큰 외교 성과”로 꼽은 ‘핵잠수함 건조 공식화’ 역시 안보 역량 확충 측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이어 11월 14일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가 최종 확정되면서 협상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그밖에 11년 만에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 중동 3개국 및 남아프리카공화국 순방 등 숨가쁜 외교 일정도 이어졌다.
여론 역시 긍정적이다. 한국갤럽이 2~4일 실시한 조사(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서 이재명 정부 외교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63%)가 가장 높았고, 부정 평가는 25%로 가장 낮았다. 전 정부에서 떨어졌던 외교 신뢰도가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발목 잡는 사법 리스크와 측근 논란…정치권 갈등도 증폭
순항하는 듯 보인 ‘이재명호’에도 여러 암초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 본인의 사법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통령과 관련한 5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이 이중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를 포기하면서 ‘대통령 면죄부 논란’이 제기됐다. 외압 의혹까지 번지며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잇달아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통령실이 제동을 걸며 여당과의 관계도 경색됐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림자 실세’로 불리고 있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논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김 실장과 관련한 인사 발령을 단행해 출석이 무산되자 야권은 반발했다. 이후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간 문자 메시지에 김 실장의 이름이 등장하며 ‘비선 실세’ 논란이 증폭됐고, 김 비서관은 자진 사퇴했다.
외교 분야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북중러와의 긴장이 심화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외교’가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북중러 결속을 강화시키는 지정학적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가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보는 ‘평화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 확정해 향후 통일정책 전반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치권 공방도 쉴세 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권 6개월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약탈과 파괴’”라고 비판하며 “자유민주적 법치를 무너뜨리고 안보까지 흔들고 있다”고 폄훼했다. 또한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과의 협치는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언하는 등 대치 국면은 장기화 양상이다.
남은 4년 반, ‘지선’이 동력의 분수령
대통령을 옥죄는 사법 리스크와 끊이지 않는 비선 실세 의혹, 그리고 타협 없는 여야와의 대치는 향후 국정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남은 4년 반의 국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은 단연 내년 지방선거가 될 전망이다. 지선 결과에 따라 정권의 구심력을 강화할 수도, 레임덕을 조기 가시화할 수도 있다.
아울러 정청래 대표 체제의 민주당과 대통령실과의 마찰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간 긴장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전망이다. 결국 취임 6개월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과 ‘잠재된 위기’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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