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날랜 사랑 – 고재종
장마 걷힌 냇가
세찬 여울물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떼 보아라
산란기 맞아
얼마나 좋으면
혼인색으로 몸단장까지 하고서
좀 더 맑고 푸른 상류로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저 날씬한 은백의 유탄에
푸른 햇발 튀는구나
오호, 흐린 세월의 늪 헤쳐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날랜 연인아 연인들아
[서평 talk]
고재종 시인의 「날랜 사랑」은 자연 속 생명의 순간을 통해 사랑의 본질적 에너지를 찬미하는 작품이다. 장마가 걷힌 냇가에서 여울물을 거슬러 오르는 은피라미떼의 모습은, 생명을 향한 의지이자 사랑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존재들의 활기를 상징한다.
시인은 산란기를 맞아 혼인색까지 띠는 은피라미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강렬함을 표현한다.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장면은 생존 본능을 넘어서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의 순도와 열정을 떠올리게 한다. 은백의 유탄처럼 튀어 오르는 몸짓은 삶의 순간을 관통하는 아름다운 힘이다.
시의 말미에서 화자는 “흐린 세월의 늪”이라는 현실적 고단함을 꺼내놓는다. 사랑은 맑고 깨끗한 상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라는 진창을 헤쳐 나와야 얻을 수 있는 어떤 결의이자 선택이다. 그래서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날랜 연인”이라는 표현은 삶의 무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사랑의 기백을 노래한다.
「날랜 사랑」은 결국 사랑을 향한 도약의 이미지를 가진 시다.
여울을 거슬러 오르는 생명처럼, 사랑 역시 쉽지 않지만 그 힘이 아름다운 것임을 말한다.
사랑은 정체되지 않고, 상류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은빛 궤적 같은 것—
고재종 시인은 그 사실을 자연의 한 장면으로 힘 있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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