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송진현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올해에도 국내는 물론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에게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또다른 직함이 주어져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21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고 있는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회원숫자는 전국 74개 지역 상공회의소에 소속된 상공업자 20여만 명이다. 국내의 웬만한 기업은 거의 다 소속돼 있는 단체가 바로 대한상공회의소이다.
대한민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바로 대한상공회의소인 셈이다. 최태원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이념을 지녔던 선친의 뜻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직잭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보국은 사업을 통해 국가에 이바지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최태원 회장은 올해 대한민국 산업계의 혁신을 위해 어떤 어젠다를 던졌을까?
그가 대한민국 산업의 혁신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규제혁파다. 국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공정거래법 등 현행 법적 규제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최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구촌의 AI(인공지능)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백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제도적으로 대규모 자금조달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얼마전 SK하이닉스의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공장에 향후 2050년까지 총 6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수요가 가파르게 증대하는 것을 감안해 시설투자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막대한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SK하이닉스가 매년 상당한 이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600조원을 조달하는 것은 단일 기업의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현행 금산분리 원칙이 발목을 잡고 있다. 금산분리란 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을 분리한다는 것으로 공정거래법 등에 규정돼 있다. 가령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4%이상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재벌기업이 은행업 등 긍융업까지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최태원 회장은 정부가 법령 개정을 통해 산업자본이 투자전문 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세계에 AI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여기에서 한국이 뒤처지면 미래 산업경쟁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 회장이 금산분리 원칙을 시대에 맞게 바꾸달라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서구에서 100년 된 규제를 몇 개 회사 민원 때문에 바꿀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참으로 고루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산업의 경쟁력을 도외시한 채 시대에 뒤떨어진 법규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도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금산분리를 원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다 큰 틀에서 최태원 회장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원인 중 하나로 기업 규모별 업종별로 서로 다른 규제가 겹겹이 적용되는 점을 꼽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최태원 회장의 규제 완화 요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가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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