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배트 든 이종범 신임 한은회장 “일구회와 단계적 합병 추진”

5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 은퇴선수의 날 행사에서 협회 5대 회장에 취임한 이종범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썰 / 김봉연 기자]  “궁극적으로 은퇴 선수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일구회 선배님들과 대화하며 통합을 위해 한 단계씩 계단을 밟아나가겠습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야구계의 ‘통합’을 위한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이하 한은회)의 제5대 수장으로 추대된 이종범(55) 신임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은퇴 선수 단체의 통합을 제시했다. 2013년 게임 초상권(퍼블리시티권) 이해관계로 촉발된 야구계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12년 만에 종식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5일 서울 강남구 호텔 리베라에서 열린 ‘2025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행사 직후, 이종범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향후 3년 임기 동안의 청사진을 밝혔다. 핵심은 ‘일구회’와의 통합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일구회와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는데 두 단체 간의 의견 차이가 있다 보니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했다”면서도 “외부에선 은퇴 선수들이 양쪽으로 갈라진 것처럼 보여 안타까움도 느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야구계 은퇴 선수 조직은 2013년 전까지 일구회가 유일했다. 그러나 온라인·모바일 야구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선수들의 초상권 사용 계약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발생했고, 이에 반발한 일부 은퇴 선수들이 한은회를 별도로 발족하며 조직이 양분됐다.

이후 이순철(1·2대), 안경현(3·4대) 회장을 거치며 한은회는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왔으나, 두 단체의 공존은 행정적 비효율과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낳았다.

이 회장은 이러한 ‘중복 투자’와 ‘소모적 대립’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그동안 두 개의 은퇴선수 조직이 함께 활동하다 보니 많은 후배가 혼란을 느끼고 외부 시선도 그리 곱지 않았다”며 “좋은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물리적 결합에는 신중론을 폈다. 독단적인 결정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회장은 “통합 과정은 나 혼자 독단적으로 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우선 한은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김광수 일구회장님과 만나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취임과 함께 지난 7월 프로야구 kt wiz 코치직 퇴단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당시 그는 시즌 도중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팀을 떠나며 책임감 부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고 인정하며 “팬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을 텐데, 앞으로 야구계에 헌신하면서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리더로서 조직을 이끌기에 앞서, 개인의 과오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며 도덕적 부채를 털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 야구의 레전드에서 이제는 행정가로 변신한 이종범 회장. 그가 던진 ‘통합’이라는 승부수가 갈라진 야구계의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은퇴 선수들의 실질적 권익 향상이라는 ‘홈런’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