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대한민국 국가 원수와 글로벌 테크 거물이 ‘AI’라는 교집합 위에서 만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AI 역량을 상·하수도처럼 모든 국민이 누리는 초보적 인프라로 만들겠다”며 “대한민국을 ‘AI 기본사회’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에 “다가올 기술은 초인공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ASI)”이라며 AI 패러다임의 급진적 변화를 전망했다.
◇ ‘AI 기본사회’ 청사진…보편적 접근권 강조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손 회장을 환대하며 “AI 기본사회 개념으로 대한민국 내에서 모든 국민, 모든 기업, 모든 집단이 AI를 최소한 기본적으로는 활용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를 대비한 국가 전략과 한·일 기술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이날 회동에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경제·과학 라인이 총출동해 무게감을 더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는 첫눈을 귀하게 여겨 ‘서설(瑞雪)’이라고 하는데, 손 회장을 만나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 “손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도 좋은 제안을 주셨고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세계 3대 강국을 지향하며 AI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좋은 제안과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최근 제기되는 ‘AI 버블’ 논란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위험성과 유용성을 잘 알고 있으며 위험은 최소화하고 유용성 측면에 기대해 투자하고 있다”며 “손 회장은 AI 버블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손정의 “다음 기술은 ASI…인간 두뇌보다 1만배 뛰어난 시대 온다”
손 회장은 역대 한국 대통령들과의 인연을 회상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브로드밴드’를,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는 AI를 강조했다”며 “이번에는 초인공지능(ASI)을 말씀드리고 싶다. ASI가 다음번으로 임박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또한 “AGI는 인간의 두뇌와 1대 1로 동일한 수준이라면, ASI는 인간 두뇌보다 1만배 뛰어난 것”이라며 “AGI는 등장할 것이고 인간보다 똑똑해질 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던질 질문은 AGI가 아니라 ASI가 언제 등장하느냐”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금붕어와 인간의 두뇌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듯, 인간이 똑똑한지 AI가 똑똑한지를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인류가 금붕어가 되고 AI가 인간이 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며 “AI를 통제·관리하려는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해치지 않듯, AI도 우리를 공격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AI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 “사나운 개도 있지 않나”…ASI 시대에 대한 추가 질문
이 대통령은 손 회장의 낙관론에 대해 현실적인 안보·윤리적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대체로는 안 그러겠지만 사나운 개가 있다면 걱정되는데 잘 해결되겠느냐”거나 “과학 분야가 아니라 노벨문학상까지 ASI가 석권하는 상황이 오겠느냐”고 묻자, 손 회장은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일 간 경제 협력과 민간 외교의 중요성도 재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손 회장께서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 상당한 도움을 주신 것을 모를 것”이라며 비공개 조언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한일 간 AI 분야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손 회장님이 가교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회담 말미에는 스포츠를 매개로 한 덕담도 오갔다. 이 대통령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축하하자,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는 8번 우승했다”며 “아직 만족하기 이르다. 10번 우승해야 한다”고 화답하며 경영인 특유의 승부 근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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