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AI는 전 국민이 쓰는 상·하수도급 인프라”… 손정의 “다음은 AGI 넘어 ‘초인공지능(ASI)’ 시대”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접견을 하며 손 회장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5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한국의 AI 전략과 한일 기술 협력 구상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AI 역량을 상·하수도처럼 모든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리는 공공 인프라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이른바 ‘AI 기본사회’ 구상을 재차 강조했다.

배경훈 부총리(과기정통부), 김정관 산업부 장관, 강훈식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면담에서 이 대통령은 “국내 모든 개인·기업이 AI를 최소한의 역량으로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손 회장의 조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손 회장이 과거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비공식적 자문 역할을 해 한국 측에 도움을 줬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전날 서울에 내린 첫눈을 언급하며 “첫눈은 보통 ‘상서로운 기운’으로 여긴다. 좋은 만남이 되길 바란다”고 환대했다.

손정의 회장은 이번 면담에서 “김대중 정부 때는 브로드밴드, 문재인 정부 때는 AI를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그 다음 단계인 초인공지능(ASI)을 말할 때”라고 운을 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손 회장은 AGI(범용인공지능)를 “인간 두뇌와 대등한 지능”으로 규정한 뒤 ASI는 “인간보다 1만 배 이상 뛰어난 지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GI는 반드시 온다. 문제는 ‘올까 말까’가 아니라 ‘ASI가 언제 등장하느냐’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마치 금붕어와 인간의 두뇌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인간이 똑똑한지 AI가 똑똑한지를 묻는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이어 “AI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는 과도하다”며 “우리가 반려견을 해치지 않듯 AI와도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손 회장의 ‘초인공지능’ 전망에 관심을 보이며 “ASI가 문학·예술 영역까지 석권하는 세상이 올 수 있느냐” “만약 공격적 성향의 AI가 나타나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 등을 질문했다.

손 회장은 “기술적 흐름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다만 인간과 AI의 관계를 통제·지배의 문제로만 접근해선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AI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며 “손 회장이 양국 간 기술·투자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손 회장은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하진 않았지만 “AI는 국경을 초월한 혁신 산업”이라며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편 대화 말미에서 이 대통령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축하했고 손 회장은 “아직 두 번 더 우승해야 한다. 목표는 10회”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