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도심 속 푸른 쉼표, 아쿠아리움이 그리는 바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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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더봄] 도심 속 푸른 쉼표, 아쿠아리움이 그리는 바다의 미래

여성경제신문 2025-12-05 10:00:00 신고

엄마와 아기가 수족관의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의 아쿠아리움은 연간회원권을 끊고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많다. /사진=김성주
엄마와 아기가 수족관의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의 아쿠아리움은 연간 회원권을 끊고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많다. /사진=김성주

속초 바다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날 갈매기와 새우깡을 주고받으며 놀았던 기억이 좋았던지 바다가 생각난다. 그래서 스스로 되물었다. 나는 바다를 사랑하는가? 아니 나는 바다를 얼마나 아는가? 아는 만큼 사랑하니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닥 아는 게 없다. 내가 해변에서 마주하는 바다는 고작해야 수면 위, 찰랑이는 파도뿐이다. 바다의 진짜 얼굴은 수면 아래 거대한 생태계에 숨겨져 있다. 그 신비로운 세계를 제대로 마주하려면 무거운 공기통을 메고 스쿠버다이빙하거나 잠수함을 타야 하는데, 흔한 이벤트는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아쿠아리움’으로 향한다. 굳이 비행기를 타거나 수영복을 입지 않아도, 지하철만 타면 닿을 수 있는 도심 속의 바다. 아쿠아리움은 해양 생태계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대안이자 ‘에코테인먼트(Eco-tainment)’의 현장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수족관인 삼성역 코엑스와 잠실역 롯데월드의 아쿠아리움을 연달아 방문했다. 유모차를 끈 엄마와 아이들이 푸른 수조 앞에서 물멍을 즐긴다. 거대한 가오리가 날갯짓하듯 머리 위를 지날 때, 모두 탄성을 지른다.

코엑스의 아쿠아리움 씨라이프에서는 유모차를 끈 엄마들이 많았다. 한 가족을 붙들고 어떻게 오셨느나고 물었다. 가까운 곳에 있어 오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아기가 수족관의 물고기를 바라볼 때 눈이 예사롭지 않아서란다.

TV나 태블릿을 볼 때의 눈과는 다르게 편안하게 눈앞의 광경을 즐기는 모습이란다. 코엑스의 씨라이프는 출구 부분에 에스컬레이터가 좁고 경사가 있어 유모차를 반드시 접고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도 자주 온단다. 

코엑스 씨라이프는 꽤 오래전부터 운영이 되어 왔다. 20여 년 전에는 상어가 유영하는 거대한 수족관을 배경으로 하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당시에 그 분위기가 색달라 몇 번 방문하여 비싸지만 이용해 본 적이 있다. 분위기는 참 좋았는데 스테이크가 영 맛이 없어서 후회했었다. 지금 다시 보니 이 좁은 장소에 레스토랑까지 넣었으니 공간 활용이 힘들었겠다 싶다.

잠실역 롯데월드의 아쿠아리움은 롯데타워를 개장하면서 함께 오픈한 아쿠아리움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만큼 비교적 넓고 시설도 쾌적하다.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회사인지라 이용에 큰 불편이 없다.

여기에도 유모차를 끄는 아기 엄마들이 많아 같은 질문을 했더니 쾌적성 때문에 자주 온다고 한다. 아기가 집중하는 것은 코엑스 씨라이프와 크게 다른 것은 없는데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조금 더 큰 아기가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하니 규모의 차이라고 생각이 든다. 

두 곳 모두 해양 생물들을 잘 보존하고 전시를 잘하고 있다. 물에 직접 뛰어들지 않더라도 바다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으니 좋은 경험이다. 더구나 열대 물고기들은 화려한 색을 보여 주고 아마존강의 물고기들은 거대한 몸을 자랑하니 시각적으로 훌륭한 경험을 준다. 해파리가 헤엄치는 공간은 외계 생물체를 연상시켜 가장 독특한 연출을 보여준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이나 부산 아쿠아리움은 ‘씨라이프(SEA LIFE)’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아쿠아리움을 절반 가까이 소유한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Merlin Entertainments)’가 운영한다. 글로벌 자본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결합한 형태다. 우리가 잘 아는 레고랜드도 멀린 사의 테마파크 브랜드이다. 

반면, 이에 맞서는 토종도 있다. 바로 ‘한화(아쿠아플라넷)’다. 비록 63빌딩 수족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노하우는 여수, 제주, 일산, 광교로 이어졌다.

특히 한화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국가가 지정한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서, 다친 바다거북을 구조하고 치료해 돌려보내는 공익적 역할에 진심을 보인다. 매우 칭찬할 일이다. 아쿠아리움이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생태계 보전의 최전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폭약을 만들던 회사가 관광레저업에 눈을 돌리더니 리조트와 아쿠아리움을 잘 결합하여 가고 있다.

아쿠아리움은 독특한 영역이다. 삼성에버랜드도 아쿠아리움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곧 철회하였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의 한계를 알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테마파크와 동물원에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수족관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와 관련된 노하우를 쌓으려면 전문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인력은 외부에서 모셔 오면 되겠지만 시간은 얻어내지 못한 것 같다. 요즘 경영은 단기에 집중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해양 생태 보전에 대한 바람은 매우 거세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은 화려한 쇼 대신 실제 바닷물을 끌어와 ‘켈프(다시마) 숲’을 재현하고 지속 가능한 수산물 소비 캠페인을 벌인다. 

과거 범고래 쇼로 유명했던 미국의 ‘씨월드(SeaWorld)’ 역시 다큐멘터리 <블랙피쉬> 사태 이후, 동물 학대 논란을 딛고 지금은 해양 동물 구조와 재활(Rescue) 중심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 샤무 쇼라 불렸던 봄고래 쇼는 스케일이 매우 웅장하고 재미있어서 내 인생의 퍼포먼스로 기억하지만, 그 영리하고 귀여운 범고래가 알고 보니 엄청난 괴로움을 안고 있었다니 당연히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맞다.

아시아에도 좋은 아쿠아리움이 많다. 일본은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 오사카 '카이유칸'이 대표적으로 사육 기술력이 우수하다. 중국은 역시 규모로 승부한다. 주하이 ‘창롱 오션 킹덤’과 상하이 ‘하이창 오션 파크’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완다그룹이 테마파크와 아쿠아리움을 많이 운영했는데 경영난으로 수낙 그룹에 매각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S. E. A. 아쿠아리움’이 훌륭하고 대만의 ‘엑스파크 아쿠아리움’, 베트남 푸꾸옥의 ‘더 씨쉘’을 추천한다. 

우리에게도 숙제는 있다. 롯데월드와 여수 아쿠아플라넷, 거제 씨월드에 남은 벨루가(흰고래)들의 방류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조차도 우리가 해양 생물을 생명으로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에 의미가 있다.

아쿠아리움은 ‘탄소를 품는 바다(블루카본)’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교육의 장이자, 치열한 야생을 떠나온 생물들에게는 끼니 걱정 없는 안전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작 두바이 몰 아쿠아리움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쇼핑몰 안에 1만 리터 규모의 수조를 설치하고 벽에 가로 51m, 높이 11m의 거대한 아크릴 패널을 달았다. 샌드타이거 상어를 포함한 3만3000여 마리가 산다. 모습은 웅장할지언정 사막에 그 시설을 만들고 유지하느라 쓰고 있는 탄소발자국을 생각하면 지나친 사치다. 샤넬 백을 사면서 상어를 구경하는 세상이다. 

논란은 크다. 대세는 수족관의 대형 어류만큼은 방사하자는 것이다. 아쿠아리움이 자랑하는 대형 어류인 고래상어가 만성신부전증으로 폐사하고 벨루가가 스트레스로 죽는 현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랴.

생태적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고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서 생태 보전에 충실하다지만 인간의 기술로 바다를 흉내 낼 뿐 바다의 광활함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초대형 어류만큼은 전시 대신 구조와 보전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벨루가만큼은 핑계 대지 말고 바다로 돌려보내기 바란다. 

아쿠아리움의 미래에 대하여 해양레저 관광 분야의 전문가인 윤여현 교수(영산대학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의 기술로 바다의 겉모습은 흉내 낼 수 있어도 그 광활한 자유까지 복제할 수는 없기에, 아쿠아리움은 단순한 유희의 공간을 넘어 생명 존중과 공존을 배우는 장(場)이 되어야 합니다."

혹시나 살아 있는 바다 생물을 전시하는 것에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제주 해양동물박물관과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을 추천한다. 살아있는 생물을 전시하지 않고 표본을 전시한다. 그래서 쉽게 볼 수 없는 개복치를 실물 크기로 만날 수 있다. 교육적 효과가 상당히 좋으니 적극 추천한다. 

아쿠아리움을 갈 때는 반드시 미리 티켓을 예매하여 할인받고 입장하는 것이 좋다. 한 푼이라도 아끼고 기념품을 구입하라. 가장 인기가 있는 인형은 수달, 벨루가, 펭귄, 그리고 우파루파이다. 우파루파를 알고 나면 그 매력에 빠져나올 수 없다.

이번 주말, 스쿠버 장비 대신 가벼운 마음으로 가까운 아쿠아리움으로 떠나보자. 푸른 물빛 속에서 우리는 바다와 인간이 공존하는 법을, 그리고 묵묵히 우리를 품어주는 자연의 위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흰고래 벨루가가 홀로 수족관 안에서 유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일산 아쿠아플라넷에 한 마리, 잠실 롯데 아쿠아리움에 한 마리, 거제 씨월드에 세 마리가 살아 있다. 언제 바다로 되돌려 보낼지는 모른다. /사진=김성주
흰고래 벨루가가 홀로 수족관 안에서 유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일산 아쿠아플라넷에 한 마리, 잠실 롯데 아쿠아리움에 한 마리, 거제 씨월드에 세 마리가 살아 있다. 언제 바다로 되돌려 보낼지는 모른다. /사진=김성주
아쿠아리움에는 유모차를 끌고 오는 가족들이 많다. 수족관 패널에서 보이는 바다 생물의 모습이 아기와 부모에게는 매우 평화롭게 보인다. /사진=김성주
아쿠아리움에는 유모차를 끌고 오는 가족들이 많다. 수족관 패널에서 보이는 바다 생물의 모습이 아기와 부모에게는 매우 평화롭게 보인다. /사진=김성주
코엑스 씨라이프에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도심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쿠아리움은 해양 생태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의 장이다. /사진=김성주
코엑스 씨라이프에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도심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쿠아리움은 해양 생태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의 장이다. /사진=김성주
수족관 안에 대형 상어와 가오리가 유영하고 있고 그 아래 아쿠아리스트도 유영하고 있다. 아쿠아리움에서는 해설과 사육 관리를 함께 하는 아쿠아리스트의 역할이 크다. /사진=김성주
수족관 안에 대형 상어와 가오리가 유영하고 있고 그 아래 아쿠아리스트도 유영하고 있다. 아쿠아리움에서는 해설과 사육 관리를 함께 하는 아쿠아리스트의 역할이 크다. /사진=김성주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대형 민물고기들의 모습은 압도적이다. /사진=김성주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대형 민물고기들의 모습은 압도적이다. /사진=김성주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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