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수 기자
김남국은 이번 사안에서 문제의 중심이라기보다 구조적 허점의 희생자에 가깝다.
민주당과 대통령실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아온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지만, 그 역할이 제도적으로 보호되지 않은 채 개인적 감각과 임기응변에 의존해 운영돼 왔다.
문제는 김남국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지탱해줄 시스템이 실종된 현실이다.
이 논란은 민주당과 대통령실의 인사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그 취약함이 어떻게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구조로 작동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통령실이 “실제 개입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이 묻는 것은 ‘사실 여부’가 아니라 ‘왜 이런 구조가 가능하냐’이다.
인사 검증이 투명한 절차가 아니라 비공식 대화 속에서 예비 논의되는 구조, 바로 그 회색지대가 문제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 구조적 취약성은 더 큰 맥락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금융·공공기관 전 분야에서 대규모 인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 시절 농협회장과 우리은행장을 지냈던 인물들이 정권이 교체된 지금, 심지어 집권 중반도 아닌 초반임에도 연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내란 사태와 민주주의 위기까지 겪은 나라에서, 책임 있는 공적 자리를 맡았던 그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를 연장하겠다고 나서는 현실은 상징적이다.
이것은 단순한 인사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하면 권력·관료·금융기관은 책임의 방향이 다시 설계되는 것이 정상이다.
정권말기라면 모를까, 국정 정상화 초기에 이전 정권의 기관장이 연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현상 자체가, 인사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가 아느냐’ ‘어디 라인이냐’가 기준이 되고, 국정 철학과 국민적 요구가 기준이 되지 않을 때 벌어지는 기형적 현상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인사 시스템의 복원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 준비했던 국민추천 인사 시스템, 공직 후보군을 공개 검증하고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을 참여시키는 구조, 당과 청와대의 소통을 제도적으로 통합하는 시스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시스템이 사라지면 가교 역할은 개인의 책임이 되고, 개인은 구조적 리스크에 노출된다. 지금의 혼란은 바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12월 3일 내란 사태 이후, 어떤 인물이 국가의 중요한 자리를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더 엄격해졌다.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사건 앞에서 침묵하거나 동조했던 세력, 국가 위험에 책임이 있는 기관장들이 아무런 검증도 없이 연임을 시도하는 현실을 그대로 두는 순간, 민주주의의 회복은 허구가 된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인사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다.
김남국 사직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 부재가 낳은 징후다. 이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또 다른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당과 대통령실 모두 제도화된 인사 시스템을 복원하고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이재명정부의 국민추천 인사 시스템은 단지 좋은 정책이 아니라, 지금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필요한 장치다.
정치가 개인의 도덕성에 의존하던 시대를 끝내고, 시스템이 책임을 나누는 구조로 가야 한다. 김남국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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