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핵심 정책 기조로 제시하면서 증권업계의 발행어음 인가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키움증권이 다섯 번째 사업자로 지정된 가운데, 내년부터 인가 요건이 강화되는 만큼 증권사들의 ‘올해 내 인가’ 경쟁은 절정에 이르고 있다.
◇발행어음, 최대 9곳까지 확대 가능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 5곳이다.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삼성증권·메리츠증권 등 4곳이 심사 테이블에 올라 있다. 업계에서는 “최대 9곳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가 경쟁에 나선 4개사는 전담조직·TF를 가동하며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을 증권사의 핵심 역할로 규정한 만큼 시장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절차는 ▲신청서 접수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 심사 ▲현장 실사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 ▲금융위 최종 의결까지 5단계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장 실사를 마쳐 증선위 의결을 앞두고 있고, 하나증권도 가장 빠른 흐름으로 평가된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외평위 심사를 통과했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최근 MTS에서 타 고객의 미국주식 매매 내역이 노출되는 전산 사고가 발생해 제재 가능성이 변수로 떠올랐다. 회사 측은 “단순 오류이며 해킹이나 정보유출과는 무관하다”며 즉시 조치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올해가 ‘골든타임’…내년부터 자기자본 요건 강화
업계가 연내 인가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제도 변화가 있다. 내년부터 발행어음 인가 요건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에서 ‘2년 연속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곡점은 금융당국의 ‘정책과 제재 분리’ 기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제재는 엄정하게 하되 인허가는 정책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열렸다. 조건부 승인은 인가는 내주되 미비 요소가 해소될 때까지 사업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발행어음 확대는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증권사는 대규모 자금 조달을 기반으로 IB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투자자는 소액으로도 장기 유망섹터 투자 기회가 넓어진다.
◇증권업이 ‘금융 리딩’…증권주 기대감 상승
모험자본 확대 정책은 증권업 전반의 밸류에이션에도 우호적이라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IMA(종합투자계좌)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의 공급 가능 재원은 30조원 이상이다. 향후 발행어음 인가가 7곳으로 확대되면 시장에 공급될 모험자본은 최대 60조원으로 추산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모험자본 활성화를 강하게 밀고 있어 내년 증권사의 역할이 한층 커질 것”이라며 “금융권에서 신규 라이선스가 열리는 업종은 사실상 증권업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출 중심의 은행, 업황 부진을 겪는 카드사 대비 증권업의 성장 모멘텀은 선명하다”며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의지와 증시 부양 흐름, 개인투자자 확대로 증권업이 금융업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금융업종 투자 매력도에서 ‘증권 > 은행 > 보험’ 순으로 제시하는 등 증권주의 상승 여력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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