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하미에서 투루판으로... 험난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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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하미에서 투루판으로... 험난한 여정

경기일보 2025-12-04 19:17: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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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장·前 관세청장

우리는 ‘서역북로’ 실크로드 길을 지나고 있다. 실크로드 코스 중 가장 험난한 지역이다.

 

신장(新疆)은 300여년 전 청나라 건륭제가 위구르족이 살던 서쪽 땅을 점령하고 ‘새로운 영토’라는 뜻으로 청나라 영토로 편입한 지역이다. 신장의 위구르족에게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지하드 조직과 무슬림 군사 조직이 무기를 지원하면서 독립을 부추기고 있어 긴장이 맴도는 지역이다. 위구르족은 튀르크족(돌궐족) 계통의 종족으로 톈산산맥 북쪽 알타이산맥과 몽골고원에 살았던 종족이다. 전성기는 740~840년으로 중앙아시아 초원을 통일한 종족이다.

 

현재는 없어진 ‘마니교’를 국교로 정한 유일한 국가다. 840년 왕족의 내분과 키르기스족의 침략으로 멸망한다. 일부 위구르족 지배층이 톈산산맥을 넘어 타클라마칸사막의 투루판, 쿠차 지역으로 도망 와서 다시 ‘위구르 왕국’을 세우고 15세기경에 이슬람교를 받아들였다.

 

중국은 조선족을 포함해 56개 소수민족이 있다. 위구르족은 현재 약 1천200만명으로 독립 의지가 가장 강한 종족이다. 장제스와 마오쩌둥 군대가 내전을 벌이던 1940년 카슈가르를 수도로 ‘동투르키스탄’ 국가를 선포했다. 그러나 중국을 통일한 마오쩌둥 군대가 1949년 신장에 진입함에 따라 독립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세기 말에도 독립을 지지하는 대학생 시위가 카슈가르, 쿠차 등에서 발생하고 베이징 등 대도시에 자살 테러 등이 있었다. 우리가 통과하는 신장 지역은 위구르족 테러 방지를 위한 공안의 검문검색으로 마치 전쟁터를 통과하는 것처럼 긴장감이 맴돌았다.

 

하미의 특산물로 ‘하미과’가 유명하다. 하미과는 참외와 수박의 중간 크기다. 우리가 먹는 멜론과는 다르다. 하미과는 황제의 진상품으로 유명해졌다. 적당한 당도,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과육과 향기가 독특하다. 하미과가 유명해진 것은 과거 당나라 황제의 식탁에 오른 후부터다. 임금이 어느 지역에서 보내온 것인지 묻자 환관은 엉겁결에 “하미입니다”라고 답한 다음부터 하미 주민은 이 과일을 장안으로 보내는 고생이 시작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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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사막 풍력발전 대단지. 작가 제공

 

오늘 우리는 하미에서 투루판까지 400여㎞의 타클라마칸사막을 지나야 한다. 타클라마칸사막은 위구르어로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 어려운 곳’, 즉 ‘죽음의 사막’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사막이다. 면적이 33만~37만㎢로 남쪽은 쿤룬산맥, 북쪽은 톈산산맥으로 둘러싸인 ‘타림분지’ 안에 있다. 타클라마칸사막에서 가장 눈에 띄는 풍경은 도로 양옆으로 수십㎞ 이어지는 ‘풍력발전’ 단지다. 대량 설치에 따른 ‘규모의 경제’ 때문에 설치 비용이 우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과거 타클라마칸사막의 악명 높은 바람을 ‘카라부란’(검은 바람)이라 했다.

 

사막에서 짐을 실어나르는 낙타는 상인들에게 ‘사막의 배’로 불린다. 낙타는 사람보다 모래폭풍 카라부란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울음소리를 낸다. 상인들은 낙타 옆에 숨어 무서운 모래폭풍 카라부란으로부터 생명을 지켰다고 한다. 낙타는 20여일간 물을 안 먹고도 살 수 있는데 보통 5일에 한 번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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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클라마칸사막의 일출. 작가 제공

 

옛날 타클라마칸사막의 주민들은 어린 자녀들 손목에 작은 방울을 달아줬다고 한다. 바람이 불어와 아이를 모래로 덮거나 바람에 날려가면 아이를 찾기 위해서다. 주민들을 힘들게 하던 사막의 바람이 이제는 전기를 일으켜 돈이 되는 신재생에너지가 됐다.

 

오후 3시경 투루판 외곽에 도착하니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의 붉은 산맥이 보인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붉은 민둥산이다. 명나라 오승은이 16세기 쓴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 지명은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다. 위구르어로 화염산은 ‘붉은 산’이라는 뜻이라 한다. 투루판은 과거 불의 도시 ‘화주(火州)’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연간 일교차가 78도나 된다고 한다. 투루판은 6, 7세기 ‘고창왕국’이 있던 지역이다. 대당서역기를 쓴 현장 법사와 고창국 왕(국문태)의 만남(629년)으로 유명하다. 고비사막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하미에 도착한 현장 법사 소식을 고창왕이 들었다. 왕은 현장을 투루판으로 모셔 와 불법을 듣고 극진하게 대접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서유기 소설에 손오공이 ‘우마왕’ 요괴와 싸우기 위해 ‘파초선’을 빌려와 화염산 불을 끄는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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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산 풍경. 작가 제공

 

우리는 오후 화염산 매표소에 도착했다. 7월 말 오후 늦은 시간임에도 기온이 섭씨 45도다. 투루판은 해수면 이하 저지대 분지여서 여름철 더위가 혹독한 지역이다. 화염산 매표소 근처에 가보니 높이 20m의 긴 장막으로 화염산을 가려 놨다. 돈 내고 입장권을 끊어 울타리 안에 들어가야만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의 중국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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