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 간의 인사 청탁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노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된 다음 날인 3일 즉각 '엄중 경고'로 주의를 줬으며 4일에는 김남국 비서관의 사직서를 수리하며 조기 수습에 들어갔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설'을 다시 꺼내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주요 요직에 맞는 인재를 앉히는 것이 나라 살림의 절반이라고 할 정도로 정국 운영에서 인사가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현지 누나한테 추천하겠다'는 말로 김 부속실장의 실세설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셈이어서 인사 청탁 파장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문진석, 대통령실 김남국 비서관에 인사 청탁
金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
지난 2일 728조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국회 본회의 도중 문 수석부대표는 김남국 비서관에게 홍성범 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본부장을 협회 회장으로 추천하면서 "남국아 우리 중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다"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봐"라고 했다.
이에 김남국 비서관은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하며 "홍성범 본부장님!!"이라고 하자 문 수석부대표도 "맞아 잘 살펴줘^^"라고 답장했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현지 부속실장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이 대통령실 비서관을 통해 학연을 엮어 민간단체 회장직을 추천했고, 이를 대통령실 측근에게 전하겠다고 한 청탁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자였다.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협회장 자리를 두고 대통령실에 청탁 혹은 추천을 한 것도 문제지만 김남국 비서관이 이를 거절한 것이 아니라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현지 부속실장에게 추천하겠다고 답장하면서 사안은 일파만파 커졌다.
홍 전 본부장은 2018년 이 대통령이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선거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자동차협회 회장은 연봉이 3억 원 가량 돼 자동차 업계는 물론 관가와 정치권에서도 '좋은 자리'로 통한다.
대통령실 엄중경고…與 "매우 부적절"…文, 세 줄짜리 사과문
대통령실은 인사 청탁 논란이 된 바로 다음 날인 3일 언론공지를 통해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게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내부 직원'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인사 청탁 논란이 된 김 비서관을 지목한 셈이다.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이라며 인사 청탁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4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인사 청탁 문자 논란을 촉발한 김 비서관에 대해 "(강훈식) 비서실장이 눈물 쏙 빠지게 경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대통령실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질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은 "김 비서관이 워낙에 '형, 누나' 이렇게 자주 부른다"며 "일을 할 때라기보다는 엘리베이터 같은 데서 만나면 '누나, 밥 한번 먹어요' 이런 식"이라고 설명하며 "김 비서관의 주책"이라고 부르는 등 김 비서관을 대변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사안에 대해선 "주책 이상이니 경고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 브리핑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김현지 부속실장에게 인사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 대변인은 "부속실장은 인사 관련 자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남국 비서관도 대답에 있어서 매우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에 그게 여러모로 국정에 부담을 줄까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 청탁을 한 장본인인 문 수석부대표에 대해선 민주당 차원의 추가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김병기 원내대표가 문 수석부대표에게 이번 사안과 관련해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당직 사퇴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우 부적절하다고 하는 것에 이견이 없다"며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도 그런 수준으로, 매우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정청래 대표가 당 윤리감찰단에 감찰을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대표가 윤리감찰단에 이춘석 의원 사건(주식 차명 거래)이나 장경태 의원 케이스(성추행 의혹)에는 즉각 조치했는데 이 문제는 윤리감찰단에 진상 조사를 지시할 성격의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정의>
그간 당 내 인사들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이 거론되면 즉각적인 대응과 감찰을 지시했던 정 대표의 행보와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것(인사 청탁)이 범죄 행위와 연관돼 있다거나 이런 성격의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도덕적·정치적·정무적으로 부적절한 것이지, 범죄 혐의를 전제로 하는 윤리감찰단의 진상 조사와는 조금 결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인사 청탁 논란이 지속되자 김병기 원내대표는 문 수석부대표에게 엄중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4일 정책조정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의에 "엄중 경고했다는 것만 들었고, 거취 관련해선 따로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문 수석이 이날 회의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지난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이틀 정도 날을 샜고, 며칠 무리해서 몸이 안 좋은 상태여서 쉬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입장 표명은 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실세론'을 거론하며 공세를 펴는 데 대해선 "문자를 보면 문 수석이 김 부속실장에게 인사청탁 한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을 정확히 얘길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에 출연해 "어제 김 원내대표가 문 수석과 통화했다. 책임자가 원내대표니까 그에 맞게 엄중 경고 말씀을 했다"며 "굉장히 부적절했던 것 같고, 앞으로 경각심을 가질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태현의>
현재 당 내에서 문 수석부대표의 거취에 대한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문 수석부대표는 민주당 간사임에도 불구하고 인사 청탁 논란이 일자 3일 오전에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침묵을 지키던 문 수석부대표는 4일 오후 1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나온 첫 입장표명에서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부적절한 처신 송구합니다. 앞으로 언행에 더욱 조심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남국 4일 오전 사직서 제출 후 오후 수리, 속전속결
'현지 누나의 인사 농단'이라는 논란이 더해지며 청탁을 받고 이를 전달하겠다고 답했던 김남국 비서관은 4일 오전 사직서 제출한 뒤 같은 날 오후 사직서가 수리돼 직에서 물러났다.
김 비서관은 4일 오전 사직서를 제출한 뒤 오후에 열린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4일 오후 3시쯤 대통령실 대변실은 김 비서관의 사직서가 수리됐다고 밝혀 속전속결로 논란을 매듭지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김 비서관이 사의하며 직에서는 물러났지만 대통령실 차원의 정리가 아닌 스스로 사퇴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현지 누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충암고 라인 비판한 李…중앙대 라인 논란
인사 청탁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당시 "민주정부의 문을 열겠다"며 주요 공직 인선을 국민이 직접 제안하는 '국민추천제'를 도입한 것과 비교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겉으로는 '국민 추천', '민주 정부'를 표방해놓고 뒤로는 학연을 바탕으로 한 인사 청탁이 오갔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인사는 비서실장인 강훈식 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인사위원회에서 추천과 검증이 이뤄지며 김현지 부속실장은 대통령의 일정 관리가 주요 업무로 인사권한이 전혀 없는 보직이다.
인사에 관여할 수 없는 김현지 부속실장이 비공식적으로 인사에 관여해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인사 추천에 대통령 출신 대학 인맥이 작용하는 모습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김남국 비서관이 비서실장과 부속실장을 '형'과 '누나'로 호칭하는 등 국가 인사를 동문회나 친구 모임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문 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이자 이 대통령이 졸업한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이 대통령과 문 수석부대표는 중앙대 82학번 동문으로 각각 법학과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 때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춥고 배고픈 어린 시절을 겪은 공통점으로 가까워졌으며 공장에서 감전 사고를 겪은 문 수석부대표와 팔 끼임 사고를 겪었던 이 대통령이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이룬 사이로 전해진다.
특히 문 수석부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격의 없이 조언하는 인물로도 알려져 오랜 시간 동고동락해온 인연을 사적으로 이용했단 지적도 나오면서 원조친명 모임인 '7인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이 야당 당 대표 시절 윤석열 정권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정권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은 충암고 라인이다'라고 하면서 학연을 기준으로 국정을 좌우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던 것도 수면 위로 다시금 떠올라 김남국 비서관의 사의에도 불구하고 '문진석-김남국-김현지'로 이어진 인사 청탁 논란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힘 "'만사현통 공화국' 김현지 재공세…문진석 등 고발"
국민의힘은 '만사현통' 공세에 나서며 국정감사 이후 잠잠했던 '김현지 실장 실세설'을 다시 꺼내들며 '인사 전횡이자 국정농단의 타락한 민낯'이라고 맹비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국민 시야에서 사라졌던 '애지중지 현지누나' 김 실장, 전 총무비서관이 다시 화려하게 국민 앞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최근 확인된 인사 청탁 문자에서는 김 실장이 대통령실 핵심 실세로서 민간협회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황을 보였다"며 "더구나 문자를 주고받은 사람은 세간에서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원조 친명 '7인회'로 분류되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조 친명 인사조차 김 실장에 한 수 접고 인사 청탁을 해야 할 정도라면 그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안은 이재명 정권에서 대통령실 고위공직자와 여권 핵심 당직자가 민간협회장 인사까지 관여하고 주무르고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청탁 하다가 걸리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공적 인사 시스템이 완전 무력화되고 끼리끼리 형님·누나 하면서 인사에 개입하는 인사 전횡이자 국정 농단의 타락한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진석과 김남국의 대화를 통해 왜 김현지 이름 세 글자에 민주당이 그토록 발작 버튼이 눌리는지 완전히 이해가 됐다"며 "대통령실은 김남국에게 민주당은 문진석에게만 엄중 경고를 한다. 비선 실세로서 인사권을 틀어쥐고 국정 농단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은 김현지"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김 비서관 사직서 수리 후 재차 글을 올리며 "김현지 대신에 쫓겨나는 김남국의 처지가, 왕세자가 잘못하면 대신 매 맞아주는 '태동(whipping boy)'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 농단 사태의 핵심 배후는 김현지다. 왜 민주당 그 누구도 인사 농단의 '수괴' 김현지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하는가. 왜 '김현지' 이름 세 글자 언급조차 꺼려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래도 김현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 조치가 없다면 지금까지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김현지 절대존엄설'을 민주당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김건희가 상왕이고 V0라며 '이것이 국정농단이다' 하고 깨방정 떨던 민주당 의원들, 다 어디 가셨나"라고 꼬집었다.
최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청탁을 받은 김 비서관은 즉각 사퇴하고, 김 비서관은 '현지 누나'가 누구인지 조속히 밝히길 바란다. 문진석 수석도 본회의장에서 인사 청탁을 한 데 대해 즉각 해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3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 임명직이 아닌 민간협회 회장직까지 김 실장이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적 청탁이자 직권 남용 소지가 있는 행위"라며 "국정 곳곳에서 '만사현지', '현지형통 공화국'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적나라하게 입증됐다"고 날을 세우며 "즉각적인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문 원내수석과 김 비서관, 강 비서실장과 김 부속실장을 직권남용,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4일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은 김 비서관, 김 부속실장, 강 비서실장을 즉각 해임하고, 붕괴된 대통령실 인사 시스템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이재명 정권 비선 인사라인이 조직적으로 가동돼 온 명백한 '권력형 인사농단'으로 판단합한다. 이에 문진석 의원, 김남국 비서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등 4명에 대해 직권남용 및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고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국회 청문회·국정조사·특검 등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 인사 농단의 전모를 끝까지 규명하고, 권력을 사유화한 책임자들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피력했다.
정치권 "엄중 경고로 끝낼 일 아니다" 비판 일색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엄중 경고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국정 농단'으로 봐야 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좌지우지현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더해지며 과거 국민의힘을 향해 비선 개입, 국정농단을 맹비난했던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이 사적인 메신저로 '형, 누나'를 언급하며 인사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에 대해 더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일 매일신문 유튜브 '일타뉴스'에 출연한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장관 보좌관은 "다양한 추천이 있을 수 있고 청탁도 오갈 수 있지만 결국 체계라는 것이 있지 않느냐. 문제는 청탁이 그대로 보고됐다는 것이고 인사 담당자가 아닌 부속실장인 김현지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김 전 보좌관은 "결국 많은 것들을 김현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고, 김현지가 등장하면서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불법적인 일을 버젓이 저지른 것에 대한 국민의힘 법적 대응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기인 개혁신당 사무총장도 같은 유튜브 방송에서 "인사 개입에 대한 권한이 없는 사람인 김남국, 김현지한테 부탁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 인사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으로, 또 불법으로 흐르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중앙대 라인이 부각되고 있는데 반대 진영에서 했다면 특검, 국정조사부터 시작해서 당장 고소·고발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상대 정부를 향해 지적했던 문제를 똑같이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중 경고에 그치겠다는 것은 이 정권이 지독한 내로남불 정권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4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논란을 겨냥하며 "이재명 정부의 인사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중앙대 출신인 인사를, 중앙대 출신의 문 수석부대표가, 중앙대 출신의 김 비서관에게, 부적절한 경로로, 중앙대 출신의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자체가 이 정권의 인사가 얼마나 카르텔화됐는지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무현 정권에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던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이춘석 의원이 (주식 관련해) 찍혀가지고 완전히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한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또 찍히느냐. 멍청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현정의>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이런 것을 막아보자고 해서 인사 보좌관을 따로 뒀었다. 지금은 강훈식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이지만 대통령과 가깝던 사이는 아니지 않나. 초기엔 김현지 실장 같은 이들이 힘을 더 쓰게 돼 있다"고 말했다.
문 수석부대표를 향해선 "저래 놓고 그런 자리에 그대로 있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사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李대통령 대선공약 특별감찰관 임명 지지부진…9년째 답보
대통령의 배우자와 친인척,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 행위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제도가 사실상 9년째 가까운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이번 인사 청탁을 계기로 논의가 앞당겨질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권력의 사각지대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임명이 계속 미뤄지면서 대통령실 내부의 윤리·감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감찰관제는 2014년 대통령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들의 비위 행위를 차단하고자 특별검사처럼 독립적인 지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을 임명했지만 다음 해인 2016년 9월 이 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감찰 결과를 유출했다는 논란으로 물러난 뒤 현재까지 공석 상태다.
이후 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 모두 대선 후보 당시 특감 도입을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 국회 차원의 논의가 멈추며 흐지부지됐다.
이 대통령도 취임 직후 임명 의지를 밝혔지만 국회와 대통령실 모두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별감찰관법은 국회가 공석 발생 30일 이내에 후보 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정권에 따라 '시기상조', '정치적 부담' 등의 이유로 계속 미뤄져 왔다.
이에 대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인사 청탁 논란을 고리로 삼으며 "이재명 정부 인사전횡 시스템이 딱 드러났다. 대통령실이 문자로 띡 '엄중 경고' 공지내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스스로 내뱉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왜 안 하나. 고위공직자 엄중 수사한다고 인력과 예산을 늘린 공수처는 왜 뒷짐지고 보고만 있나"라며 "민간 인사까지 당연하다는 듯 관여해 온 인사 라인의 휴대폰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이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이고, 그 감시 받지 않는 권력에 도취되었던 비선실세들은 정권을 무너뜨렸다"며 "대통령이 불편해하고 김현지 부속실장이 두려워할 만한 인물로 특별감찰관을 지명하시면 된다"며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했다.
언론사설도 비판 "책임 묻고 인사 기강·시스템 바로 해야"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해이해진 인사 시스템을 지적하며 김 비서관과 문 수석부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 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한 점도 문제로 지적하며 '김현지 실세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4일 <'훈식이 형'과 '현지 누나', 정권이 이렇게 움직였나>란 제하의 사설에서 "공개된 문자는 그동안 떠돌던 '김현지 실세설'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김 실장은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로 불렸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해 왔다"며 "이 사안은 경고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인사 추천을 받겠다더니 실제는 끼리끼리 민간단체 인사 추천을 받고 '형·누나'에게 전달한다고 했다. 직권 남용이다. 국회에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피력했다.
동아일보도 4일 <"훈식 형, 현지 누나"…뿌리째 도려내야 할 '농단의 싹'> 사설을 통해 "민간단체의 인사에 대통령실이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대통령 일정 관리 등을 담당하는 김 부속실장은 인사 업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위치이고, 김 비서관이 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임에도 청탁을 전달하겠다고 한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며 최순실 씨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거론한 뒤 "농단과 비리의 싹은 그 뿌리를 도려내지 않으면 정권 자체를 흔드는 대형 스캔들이나 게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내부 점검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4일 <"훈식이 형, 현지 누나" 이러니 '만사현통' 의심받는 것>이란 사설에서 "올해 국정감사는 김 실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려는 야당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의 극한 정쟁 끝에 '김현지 국감이냐'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김 실장이 국감장에 증인으로 서지 않은 것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몰라도 '대체 김현지가 무엇이길래' 하는 야당의 반발과 국민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며 "김 비서관이 '현지 누나' 운운한 것을 보니 기가 찰뿐이다. 김 비서관은 자진 사퇴하고 대통령실은 이번 파문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3일 <문진석-김남국 인사청탁, 경고로 끝낼 일인가> 사설에서 "인사 청탁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뿐 아니라 새 정부의 인사 시스템에도 불신을 드리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특정 대학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이 같은 대학 출신 인사를 천거하는 데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부터 정실 인사의 그림자가 짙은데다 민간단체 인사를 정치권과 대통령실에서 주무르려는 것도 구시대적이다. 공사 구분이 제대로 안 된다는 점에서 공직자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김 비서관과 문 수석부대표도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대통령실은 인사 과정에서 또 다른 부적절 사례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진석-김남국>
경향신문도 3일 <문진석·김남국 '부적절한 청탁', 인사 기강·시스템 이래서야> 란 사설을 통해 "'현지 누나'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은 총무비서관 당시 김용채 인사비서관 등과 함께 성남라인이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돌았고, 지난 9월 현직으로 옮겼다. 김 부속실장은 더 이상 인사에 관여할 자리가 아닌데도, 인사에 영향력이 있다는 건가. '형' '누나'라는 호칭은 또 뭔가. 대통령실 업무를 하면서도 그렇게 부르는가"라며 "대통령실과 여당은 김 비서관과 문 수석부대표의 일탈 행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고 대통령실은 인사 시스템 전반을 되짚고 인사 기강을 추상같이 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진석·김남국>
국민일보는 <"현지 누나한테 추천"…실세 권력 암시한 문자 파문>에서 "짧은 문자 메시지에 학연 이용, 실세 권력을 통한 인사 해결이라는 적폐가 담겨 있다"며 "메시지는 국회가 내년 국가 예산안을 처리하는 와중에 오고갔다. 시점도 부적절할 뿐더러 권력의 오남용이 화근이 된 비상계엄 1년을 하루 앞두고 권력을 교체한 정권 실세들이 음습한 인사청탁을 주고 받은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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