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부는 '쇄신·세대교체' 바람, 연말인사에도 '비상경영'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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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부는 '쇄신·세대교체' 바람, 연말인사에도 '비상경영' 방점

르데스크 2025-12-04 16:30: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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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그룹들의 연말 인사가 예년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승진과 보상이 중심이던 '수확의 계절'이 아니라 구조조정·조직 슬림화·세대교체·비상경영이 전면에 부각되는 '정리의 계절'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발 관세, 노란봉투법·상법 개정 논의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대기업들이 일제히 긴축 모드로 돌아섰고 인사와 조직 개편 역시 이 기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기준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에 소속된 회사 수는 3275개로 집계됐다. 지난 8월 1일 3289개에서 석 달 만에 14개가 줄었다. 공정위는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정리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연말이 더 이상 인사·보상으로 마무리하는 '축제'가 아니라 비용·조직을 다시 점검하는 '정리와 쇄신의 시기'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5대 그룹을 중심으로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에서 '그룹 2인자'로 불리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업지원TF를 이끌어온 정현호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비상 조직이던 사업지원TF는 '사업지원실'이라는 정식 조직으로 재정비됐다. 새 수장인 박학규 사장은 계열사 전반에 긴장감 유지와 효율성 제고, 비용 절감을 거듭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더욱 명확히 하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재편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세대교체 기조도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원 승진 규모를 5년 만에 늘리면서도 젊은 리더를 전면에 내세웠다. 30대 상무 2명, 40대 부사장 11명이 한꺼번에 배출됐다. 지난해 30대 상무 1명, 40대 부사장 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폭이 넓어졌다. 반도체, 모바일, 인공지능(AI) 등 핵심 사업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이 중요해진 만큼, 조직 운영의 무게 중심을 50·60대 '원로급'에서 40대 '실무형 리더'로 옮기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SK그룹 역시 '비상경영' 기조를 인사와 조직에 정면으로 반영했다. 올해 SK는 총 85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지난해(75명) 대비 소폭 늘었지만 2022년 165명, 2023년 145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신규 선임이 있었음에도 전체 임원 수는 약 1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대기업들이 일제히 긴축 모드로 돌아섰고 인사와 조직 개편 역시 이 기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신규 임원 구성도 크게 바뀌었다. 85명 중 20%인 17명이 1980년대생, 60% 이상(54명)이 40대다. 여성 신규 임원 8명 중 6명도 80년대생이다. 평균 연령은 만 48.8세로 지난해(49.4세)보다 낮아졌다. 최연소 임원은 1983년생인 안홍범 SK텔레콤 네트워크 AT/DT 담당이다.

 

SK하이닉스는 신규 임원 37명 가운데 70%를 사업·기술 핵심 분야에서 선발했고 기술·지원 조직에서 80년대생 여성 임원도 배출했다. 반도체·통신·에너지에서 AI·데이터 기반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성과 중심 인사를 앞세워 조직의 세대교체를 가속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슬림화'와 '구조조정'도 병행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임원 수를 약 30% 축소했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인력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SK브로드밴드는 50세 이상 또는 근속 15년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SK온 역시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반도체 소재사 SK실트론을 매물로 내놓은 것도 리밸런싱 전략의 일환이다. 최태원 회장이 CEO 세미나에서 "운영 개선(OI)을 통해 비용·조직·프로세스 전반의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그룹 전반의 '조직 다이어트'가 전면화된 셈이다.

 

현대차그룹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미국발 관세 인상이라는 직접적인 부담을 떠안은 현대차는 내년 사업 전략의 핵심 키워드를 '현지 생산 확대'와 '원가 절감'으로 제시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완성차와 부품의 현지화 비중을 높이자는 지침이 각 사업부에 내려간 가운데 내부에서는 이미 마른 수건까지 짰던 원가 항목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현대제철에 이어 현대위아도 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다.

 

인사 측면에서도 쇄신은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는 사장단 인사에 앞서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 등 일부 핵심 조직의 임원을 먼저 교체했다.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본부장에 각각 새로운 인사를 앉히며 국내 판매 정체와 제네시스 성장 둔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경쟁력 약화에 대한 내부 책임론을 일정 부분 반영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전략을 이끌던 송창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사의를 밝히면서 미래차 전략도 보다 수익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방향으로 재정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 대기업 그룹의 인사를 일시적 구조조정에서 상시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그룹은 조용하지만 강한 쇄신을 택했다. LG화학 체질 개선을 이끌었던 신학철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그룹 내 부회장은 권봉석 부회장 1인으로 재편됐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만 해도 '부회장 5인 체제'였던 점을 감안하면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그만큼 굳건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원 숫자도 줄였다. LG의 정기 임원 인사 규모는 2023년도 160명, 2024년도 139명, 2025년도 121명으로 감소세다. 올해 승진 폭은 98명에 그쳤다. 그럼에도 AI·데이터·소프트웨어 분야의 젊은 리더 발탁은 오히려 강화됐다. 최연소 상무·전무·부사장이 모두 AI 전문가로 꾸려졌다. 구광모 회장이 직접 추진하는 '전사 AI 전환' 전략에 맞춰 기술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전면에 세우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한편으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화학 등에서 희망퇴직이 잇따라 실시되며 인건비와 고정비를 줄이는 작업도 병행됐다.

 

롯데그룹의 칼바람은 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거셌다는 평가다. 롯데는 연말 인사에서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식품·유통·건설을 이끌던 이영구·김상현·박현철 부회장 등 4명을 한꺼번에 물러나게 했다. 전체 최고경영자(CEO)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명의 CEO도 교체됐다. 2022년 도입한 본부(HQ) 체제는 폐지했고 롯데면세점·롯데칠성음료·롯데웰푸드 등 계열사에서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룹 전반의 지휘 구조를 단순화하고, 실적 부진 사업에 대해선 강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 인사를 일시적 구조조정에서 상시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으로 보고 있다. AI 산업은 특성상 전문가 연령대가 젊을 수밖에 없고 오너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선 점도 세대교체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 연말 인사는 '누가 더 많이 승진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아 어떤 역할을 맡게 됐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며 "내년에도 주요 그룹의 긴축·비상경영 기조는 이어질 것이고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는 당분간 재계 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남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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