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관련해 공개 사과 기자회견에 참여하거나 사과문에 서명한 국민의힘 의원은 총 4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긴장 관계에 놓인 친한(친한동훈)계는 물론 친윤(친윤석열)계와 장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까지 사과 행렬에 합류했다. 하지만 모두의 이목이 쏠렸던 장동혁 대표는 끝내 사과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내 노선 갈등이 보다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과문 발표 또는 사과 기자회견에 참여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40여명으로 집계됐다.
우선 원내대표단 10명은 전날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참여자는 강선영·김은혜·박수민·박충권·서지영·송언석·유상범·조지연·최수진·최은석 의원이다.
이날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거나 또는 참여하지 못한 국민의힘 의원 107명을 대표해 지난 1년의 시간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문에는 25명의 의원이 동참했다. 고동진, 권영진, 김건, 김성원, 김소희, 김용태, 김재섭, 김형동, 박정하, 박정훈, 배준영, 서범수, 송석준, 신성범, 안상훈, 안철수, 엄태영, 우재준, 유용원, 이상휘, 이성권, 정연욱, 조은희, 진종오, 최형두 의원이다. 이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사과문에는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재창당 수준의 정당 혁신이 담겼다.
이와 별도로 개별 사과 입장문을 발표한 의원도 5명이다. 권영세, 김대식, 배현진, 조경태, 한지아 의원 등이 개인적으로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사과문에 이름을 올렸으며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프고 비참했다”며 “윤 전 대통령 메시지와 너무 비슷해서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친윤 핵심으로 꼽혔던 권영세 의원도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야당의 입법 독재와 폭주가 심각했다 하더라도 계엄 선포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반성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장동혁 대표는 계엄 1년인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12.3 비상계엄을 두고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며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기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국민을 짓밟고, 역사를 거스르고, 헌법의 ‘레드라인’을 넘으면 국민과 야당이 분연히 일어나 ‘레드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계몽령의 선언”(김재섭 의원)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장 대표의 입장문과 이날 윤 전 대통령 낸 옥중 메시지인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로 인해 계엄이 불가피했다’와 취지가 유사했다. 이재명 정권을 두고 “‘레드카드’를 꺼내 달라”는 동일한 문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 3일은 비상계엄 1년이자 취임 100일을 맞은 날임에도 장 대표는 이 같은 입장문을 끝으로 침묵을 이어갔다. 통상적으로 진행해 온 취임 100일 맞이 당대표 기자회견도 없었다.
장 대표가 사과에 나서지 않은 데에는 강성 지지층의 기류뿐 아니라 당내 의원들 사이의 지역별 온도 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구·경북(TK)·부산·울산·경남(PK) 소속 58명 가운데 비상계엄 1년 당일 공개 사과에 참여했거나 기자회견에 동참한 의원은 14명, 전체의 24.1%에 그쳤다.
이에 강성 지지층만으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당내에서 커지면서 장 대표의 리더십까지 휘청이고 있다.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앞두고 사과를 통한 외연 확장이 아닌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무게를 두는 상황이 이어지자 시간이 갈수록 내부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보에 당내 기류와 관련 “송언석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원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한 것이며 장동혁 대표는 공식 성명이 아닌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적 견해를 밝힌 것”이라며 “다만 공식적인 추가 입장 발표 일정은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당내 갈등 격화되고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반발이나 균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뚜렷한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의원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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