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신희재 기자 | 불혹을 앞두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베테랑 좌완 투수 류현진(38)이 15년 만에 야구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일 전력강화위원회 논의를 거쳐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1차 캠프에 참가할 국내 선수들의 명단을 확정했다. 투수 16명, 야수 13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건 류현진이라는 이름 세 글자였다.
21세기 한국인 최고 투수로 불리는 류현진은 대표팀에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동메달)에서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한국 야구의 최전성기를 함께했다. 다만 2012시즌 이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뒤에는 태극마크와 멀어졌다. 지난해 미국 생활을 끝내고 국내 무대로 돌아왔지만, 어느덧 30대 후반을 바라보면서 대표팀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발탁은 올해 초 이정후(27)의 발언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지난해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 중인 이정후는 미국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도중 한국 취재진을 만나 "대표팀은 경험 쌓는 곳이 아니라 그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가서 나라 이름을 걸고 싸우는 곳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배가 있음에도 세대교체라는 명분으로 어린 선수가 나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야구는 2023년 WBC에서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은 뒤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특히 지난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 1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류지현(54) 신임 감독은 간판 타자인 이정후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정후처럼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WBC에 적극적인 의지와 열정을 보여주면서 메시지를 내는 건 고마운 일이다"라며 "WBC는 (젊은 선수 위주로 선발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2025시즌 성적을 기준점으로 대표팀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류현진은 올 한 해 26경기에서 9승 7패 평균자책점 3.23으로 건재함을 증명했다. 130이닝 이상 던진 토종 투수 중 평균자책점 3.03을 작성한 1위 우완 임찬규(33) 다음으로 낮았다. 토종 좌완 선발 중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지난달 K-베이스볼 시리즈 4경기를 통해 첫선을 보인 류지현호는 마운드에서 문제점을 확인했다. 평균 연령 22.1세의 젊은 투수들이 한일전 2경기에서 사사구를 무려 23개나 내줬고, 7-7로 비긴 2차전에서는 밀어내기 볼넷만 4차례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류지현 감독은 귀국 후 "투수진은 베테랑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면 좀 더 단단해질 것이라 믿는다. (일본과 평가전은) 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무대라 본다"며 베테랑 투수들의 소집을 시사했다.
류현진은 경험과 왼손 투수가 부족했던 대표팀의 약점을 동시에 해결할 재목으로 꼽힌다. 많은 나이에 따른 체력 문제가 변수로 꼽히지만, WBC는 투구수 제한이 있는 만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여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현진은 지난해 국내 복귀가 확정된 뒤 "뽑아주실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경기해 보고 싶다"며 대표팀 재발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1차 캠프에서 큰 변수가 없으면 WBC까지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팀은 류현진과 비슷한 맥락에서 KT 위즈의 사이드암 선발 고영표(34), SSG 랜더스의 우완 셋업맨 노경은(41)도 호출했다. 고영표는 올 시즌 29경기에서 11승 8패 평균자책점 3.30, 노경은은 77경기에서 3승 6패 35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14로 맹활약했다.
타선은 부상으로 K-베이스볼 시리즈에 나서지 못했던 KIA 타이거즈의 내야수 김도영(22), 삼성 라이온즈의 외야수 구자욱(32)이 발탁됐다. 그 외 이정후, 김하성(30), 김혜성(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등 야수진 위주의 해외파는 본 대회에 맞춰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지현호는 내년 1월 9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사이판에서 WBC 대비 1차 캠프를 떠난 뒤 2월 3일까지 최종 명단 30명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치르고, 3월 5일 체코와 첫 경기를 시작으로 1라운드 4경기 일정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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