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학교가 비트코인 투자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공격적으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가 10월 이후 이어진 가상화폐 폭락장을 정면으로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하버드대가 지난 3분기에만 블랙록의 '아이쉐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490만주를 추가 매수하며 디지털 자산 투자를 대폭 늘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억달러(약 6970억원) 규모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은 이번 분기 들어 20% 이상 급락하면서 하버드대의 기금운용에 큰 타격을 입혔다.
WSJ 분석에 따르면 하버드대가 지난 7월 초 비트코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시점에 매수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재 약 14%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약 2억9400만달러를 투입했다면 현재 가치는 2억5500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지난 2분기에 매수한 190만주 물량까지 고려하면 전체 포트폴리오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버드대의 비트코인 보유액은 전체 570억달러(약 79조원) 규모 기금의 1% 미만에 불과해 재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보수적 운용으로 유명한 명문대 기금마저 비트코인에 대규모로 베팅했다가 손실을 입었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들의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비트코인은 올해 조정 국면 이전까지 34% 상승하며 10월 초 12만6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10월 말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월가 기관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하버드대만 비트코인 투자에 나선 것은 아니다. 브라운대학은 1400만달러 규모의 블랙록 비트코인 ETF를, 에모리대학은 5200만달러 상당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미니 트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극심한 비트코인 같은 자산을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이 해트필드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CEO)는 "도박을 할 때는 보유가 아니라 팔아야 한다"며 "디지털 자산은 대학 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의 최근 운용 성과도 경쟁 대학에 뒤처지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종료된 회계연도 기준 하버드대 기금 수익률은 11.9%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14.8%, 스탠퍼드대 14.3%에 못 미쳤다. WSJ은 "단기 평가손실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급등 이후에도 기관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베팅을 이어갔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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