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미국 전기차(EV) 판매가 급감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EV 수요가 흔들리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HEV)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공백을 메우며 시장의 '완충재' 역할을 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4일 하나증권이 발행한 '11월 미국 자동차 판매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자동차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7% 감소한 127만3000대로 집계됐다. 10월(-5%)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다.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42% 급감하며 시장 부진을 주도했고 전체 감소폭의 60%가 전기차 판매 감소에서 발생했다. 전기차 비중도 10월 10.4%에서 지난달 6.6%로 낮아졌다.
주요 원인은 미국의 정책·규제 변화다. 9월 30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된 데다 기업평균연비제도(CAFÉ) 규정 완화와 관세 변수까지 겹치며 전기차 판매 부진이 단기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종료로 소비자 체감 가격 부담이 커졌고 내연기관차 관련 규정 완화 신호는 전동화 전환 압박을 낮출 수 있다"며 "관세에 따른 비용과 가격 전략의 불확실성이 커져 전기차 판매와 마케팅은 보수적 기조를 강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 공백은 하이브리드·SUV가 빠르게 흡수했다.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는 1~11월까지 누적 기준 27% 증가하며 성장 흐름을 유지했고 SUV도 지난달에만 25% 늘며 수요 공백을 완충했다.
이는 주요 완성차 업체의 지난달 실적에서도 확인됐다. 포드는 전기차 판매가 4247대로 61% 급감했지만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1만6301대로 14% 증가했다. 토요타도 주력 모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앞세워 지난달에만 2.7% 증가한 총 21만2772대를 판매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현대차·기아 역시 EV 판매가 4618대로 58.9% 감소한 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3만6172대로 48.9%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차종별로는 ▲싼타페 HEV(5664대, +46.7%) ▲엘란트라 HEV(2208대, +95.7%) ▲니로 HEV(5040대, +286.2%) ▲스포티지 HEV(6385대, +71.6%) 등이 실적을 이끌었다.
SUV 판매도 견조했다. ▲투싼(2만3762대, +17.8%) ▲베뉴(2059대, +35.4%) ▲팰리세이드(9906대, +10.3%) 등 SUV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기아 역시 ▲니로(5230대, +222%) ▲셀토스(6286대, +66.4%) ▲카니발(7362대, +49.5%) 등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계는 완성차 업체의 향후 전략이 전기차 판매 확대보다 하이브리드 라인업 병행과 주력 모델 공급 안정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정책과 가격 신호에 따라 변동성이 커진 시장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와 물량 운영이 실적 변동을 줄이는 요소로 지목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민감해진 상황에서 규정 완화와 관세 변수까지 겹치면 완성차들이 차종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하이브리드 공급 안정화와 수요가 높은 SUV 라인업 확대가 미국 실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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