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볼리비아 안데스 고지대에서 공룡들이 남긴 1만 8천여 개의 흔적이 한꺼번에 확인됐다. 육상 보행에서부터 물속에서 남긴 수영 자국까지, 한 지층에서 이렇게 다양한 행동의 기록이 발견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미국 지오사이언스 리서치 인스티튜트(Geoscience Research Institute)와 볼리비아 공동 연구팀은 이 거대한 발자국지를 "공룡 생태를 통째로 재구성할 수 있는 보존의 보고"라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 1만 8천여 개 발자국…육상·수영·보행 흔적까지 총망라
조사에 따르면 캐레라스 팜파(Carreras Pampa)로 알려진 이 지층에는 세 발가락 형태의 수각류 발자국 1만 6,600개가 1,321개의 보행렬을 이루고 있으며, 단독 발자국도 289개에 달한다. 여기에 물속에서 남긴 '수영 흔적' 1,378개가 280개의 보행렬로 확인되면서, 단일 지역에서 기록된 수각류 보행 흔적 중 가장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연구를 이끈 라울 에스페란테(Raúl Esperante) 박사는 이 지역을 "육상 공룡 발자국과 조류 흔적, 수영 흔적, 꼬리 자국, 다양한 무척추동물 굴이 한곳에 집중된 이례적인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발자국이 이처럼 대규모로 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독특한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이곳은 얕은 담수호의 호숫가였으며, 물을 머금은 탄산염 진흙은 공룡 발이 닿으면 깊은 자국이 생길 만큼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다시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 보존 가능성이 높았다. 이후 다른 동물의 발자국에 덮이지 않고 바로 퇴적층으로 묻히면서 형태가 온전하게 굳었다.
◆ 공룡 행동까지 재구성되는 '보존의 보고'
연구팀은 이 유적지가 독일어로 ‘특별한 보존을 지닌 화석 산지’를 뜻하는 라게슈태텐(Lagerstätten)으로 분류될 만큼 보존 수준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지층 분석 결과, 발자국이 남은 층은 타원형 탄산염 알갱이인 오스트라코드 껍데기와 오이드가 주성분이며, 나머지 약 35%는 미세한 규산염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러한 조합은 발자국이 변형되지 않고 오랜 기간 보존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흔적은 단순한 보행 자국을 넘어, 발톱이 바닥을 긁은 자국, 꼬리 끝이 스치며 남긴 흔적, 물속에서 발가락이 바닥을 누르며 지나간 흔적까지 매우 다양하다. 길이 30cm가 넘는 대형 발자국부터 10cm 미만의 작은 발자국까지 폭넓게 분포하며, 두 방향으로 정렬된 보행렬은 공룡들이 호숫가를 따라 왕복하며 활동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은 16~29cm 크기의 수각류로, 성인 인간과 비슷한 키의 중형 공룡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각류 발자국 중에는 꼬리 자국이 동반된 사례가 풍부하게 나타나, 공룡이 연약한 지면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균형을 잡으며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에스페란테 박사는 "이 지역은 수각류 보행 흔적과 수영 흔적 모두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 장소"라며, "발자국의 풍부함과 보존 상태, 그리고 기록된 행동의 다양성 면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공룡 발자국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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