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유통채널 간 가격 경쟁이 점차 격화되자 식품기업의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판매처 내 최저가 행사가 반복되면서 납품 단가와 마진이 동시에 감소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경쟁이 심해질수록 제조사는 판매처 요구를 수용하는 것에 인력과 비용을 우선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유통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납품업체가 수수료 외 △판매촉진비 △물류배송비 △서버이용비 등을 추가 부담하고 있다. 추가 부담 금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편의점(7.8%) △온라인쇼핑몰(4.0%) △대형마트(53.2%) △TV홈쇼핑(1.0%) △백화점(0.3%) △아울렛·복합몰(0.03%) 순으로 집계됐다.
수수료 외 각종 지불 비용이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 부담이 식품 제조사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는 채널 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제조사가 더 큰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고 호소한다. 제조사가 공급가 인하나 판촉비 지원으로 먼저 가격을 낮추고, 판매처가 자체 할인과 쿠폰을 더하는 이중 할인 방식이 일반화돼 소비자 가격은 내려가도 제조사 몫의 이익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채널별로 납품 물량을 조정하고, 일부 품목은 손실을 감수하는 행사 전용 상품으로 운영하며 대응하고 있다. 생산 공정 효율화와 원가 절감을 통해 줄어든 이익을 만회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형성된 최저가가 다른 판매처 기준 가격으로 자리 잡으면서 채널별 조건을 달리해 수익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커머스에서 낮아진 판매가는 오프라인 거래 조건에도 직결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동일 상품을 두고 온라인 판매가와의 차이를 근거로 납품 단가와 행사 조건 조정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 채널과 식품사 협상 과정에서 한번 가격이 내려간 뒤에는 행사 납품 단가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 협상 과정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영업 현장에서는 채널별 가격표를 매달 다시 작성하고 물량과 행사 일정을 재조율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력·시간 투입이 늘어나는 양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제조 단계에서 원가 절감과 공정 효율화를 병행하더라도 채널별 추가 요구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역시 단순한 가격 인하의 수혜자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온라인 사업자도 소비자가 가장 저렴한 가격만 찾고 있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속적인 자체 할인과 적립, 광고·프로모션 비용 집행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것이다.
판매 가격은 낮게 형성되지만, 수수료와 마케팅비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채널 입장에서도 마진 관리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낮은 가격이 당장 소비자에게 유리해 보이더라도 기업 손익과 인력 투자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신규 채용과 급여 인상, 근무 여건 개선 등 기본적인 투자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생산 설비와 물류 인프라 확충, 신제품 개발 등 장기 투자도 보수적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다. 적정 이익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어지는 가격 경쟁이 결국 어느 쪽에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구조인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딜레마에 사로잡힌 채널과 제조사가 매일 풀리지 않는 숙제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소비자 누구도 웃을 수 없는 현상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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