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원장 강기원)이 산악형 목재수확 로봇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지원하는 ‘고성능 목재수확 기계장비 개발 사업’의 2차년도 결과로, 급경사 지형에서 주행할 수 있는 하부 플랫폼과 절단·집재 기능을 갖춘 로봇팔까지 핵심 구조가 모두 제작 단계에 도달했다.
사업은 KIRO가 총괄하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계부품연구원, 로비텍이 공동 참여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4년 7개월간 국비 126억 원이 투입된다.
올해 집중된 연구는 국내 산림지형 특성에 맞춘 4지 바퀴형 로봇 하부체 개발이다. 지형 변화에 따라 본체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35도 이상 경사에서도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으며 움직일 수 있는 구동 구조가 설계·제작됐다.
연구팀은 ▲다리 모듈을 각각 제어할 수 있는 독립 구동 구조, ▲험지 이동 안정성을 보강한 균형 제어 알고리즘, ▲동역학 기반 시뮬레이션 검증을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단순 시험용이 아닌 실제 산악 작업이 가능한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에는 현장 주행 시험과 반자율 주행 제어 기능 적용으로 개발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목재 절단 및 집재를 위한 임무장비 개발도 올해 연구 성과 중 한 축이다. 로봇팔 끝단에 적용된 유압 구동 장치와 그래플 쏘우는 나무를 잡으면서 동시에 절단하는 ‘그리퍼+톱’ 일체형 구조로 설계됐다.
고출력 유압 구동기는 굵은 수목도 안정적으로 절단할 수 있는 힘을 확보했으며, 산림 현장에서 요구되는 장시간 연속작업까지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이 장비는 기존 인력이 직접 작업해야 했던 위험 구간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1월 26일 KIRO 본원 실험동에서 진행된 2차년도 현장평가에서는 산림청·한국임업진흥원 관계자를 포함한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부체, 로봇팔, 임무장비의 단위 시험이 실시됐다.
구동 테스트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으며, 현장 적용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점쳐지는 분위기다. 다만 향후 실제 산악·계류 지역에서의 반복 테스트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진은 내년부터 야외 주행 검증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강기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은 “국내 임업 부문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웠던 지형 문제를 직접 다루는 연구라 의미가 크다”며 “현장 작업자의 안전과 효율을 모두 고려한 고성능 장비 완성을 목표로 연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임업은 최근 고령화와 인력난이 동시에 심화되고 있어 자동화 장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기술 성숙도와 상용화 속도가 향후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KIRO가 추진 중인 산악형 목재수확 로봇 개발은 단순한 장비 고도화를 넘어 임업 현장 구조와 작업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직 실전 투입까지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고난도 지형에서 활용 가능한 로봇 플랫폼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개발 속도와 실증 결과에 따라 국내 임업 자동화의 향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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