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유병훈 감독과 FC안양은 지난 2년간 창단 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들이 많았다. 승격과 잔류라는 첫 성과를 내왔는데 올 시즌 공교롭게 타 팀의 강등 현장까지 처음 목격하며 강등의 씁쓸함을 간접 경험했다.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의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K리그1 최우수선수상(MVP) 이동경, K리그1 최우수감독상 거스 포옛, K리그1 영플레이어상 이승원 등 올 시즌을 빛낸 여러 스타들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이날 유병훈 감독은 최우수감독상 후보로서 시상식에 참석했다. 올 시즌 감독상의 주인공은 전북현대의 10번째 리그 우승을 이끈 포옛 감독이 선정됐다. 포옛 감독은 환산점수 75.63%로 유 감독 9.18%, 황선홍 감독 15.19%를 큰 차이로 제쳤다. 이러한 결과가 나올 것을 유 감독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본 행사 전 취재진을 만난 유 감독은 “축하해 주러 왔다. 내 수상 가능성은 명목상 2%로 본다(웃음). 당연히 (포옛 감독이) 받아야 한다”라며 여유 있는 미소를 보였다. 본 시상식 때도 유 감독은 손수 꽃다발을 들고 단상에 올라가 포옛 감독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유 감독이 이끄는 안양은 올 시즌 창단 첫 K리그1 무대 도전에 나섰다.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을 거두며 창단 11년 만에 1부 승격을 확정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안양은 승격 주축 멤버 대부분을 잔류시켰고 여기에 K리그2 득점왕 모따와 네덜란드 폭주기관차 토마스 등 강력한 외국인 자원을 추가로 영입하며 1부 도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안양의 노력에도 첫 승격 팀에 대한 여론의 예상은 냉정했다. 안양은 12구단 중 가장 유력한 강등 후보라는 편견 속에 첫 1부 시즌을 시작했다.
그런데 안양의 행보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시즌 초 무승부를 거두지 않는 ‘상남자 축구’로 불리며 승패를 반복한 안양은 차곡차곡 승점을 쌓았다. 안양은 전반기 7승 3무 9패를 기록, 7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부침이 없던 건 아니다. 후반기 7경기에서 두 차례 3연패를 당하며 11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안양은 강적인 대전하나시티즌전 역전승을 시작으로 숙적 FC서울 상대 창단 첫 승, 제주SK전 승리를 거두며 3연승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일정에서 단 1패만 기록했고 36라운드 제주 원정 승리를 끝으로 첫 K리그1 도전을 조기 잔류로 마무리했다.
안양은 남들보다 일찌감치 새 시즌 구상에 돌입했다. K리그1 2년 차를 준비하는 유 감독도 바쁜 겨울을 예고했다. “쉴 시간은 있는데 온전히 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게 선수들 인 앤 아웃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고민이어서 시간을 많이 뺏길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안양의 다음 스텝이다. 작년에 승격을 했고 올해 잔류를 했다. 이제 상위 스플릿으로 들어가야 한다. 더 나아가 ACL2라도 나가야 된다. 매년 성장할 수 있는 스텝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창단 첫 승격 그리고 첫 K리그1 잔류. 안양의 12년 역사에 한 번도 없던 일이 2년 새 두 번이나 일어났다. 그런데 안양은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장면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바로 대구FC의 강등이다. 지난 시즌까지 줄곧 K리그2 생활을 해 온 안양은 그동안 강등이 없는 리그에서 경쟁해 왔다. 올해 강등 위협이 존재하는 K리그1에 첫발을 디뎠고 생존에 성공했지만, 최종전에서 공교롭게 타 팀의 강등을 처음으로 목도했다.
지난 11월 30일 안양은 대구IM뱅크파크에서 열린 대구와 최종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미 잔류를 확정한 안양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대구는 최종전까지 강등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에 피 말리는 혈전을 벌였다. 결과는 11위 제주SK의 승점 확보로 9년 만에 대구의 강등이 결정됐다.
타 팀의 강등 순간은 유 감독에게도 낮선 장면이었다. 유 감독은 강등이라는 씁쓸함에서 새로운 배움을 찾았다. “제가 대구를 어떻게 평가하기엔 조금 그렇다. 상위권 팀은 시간이 흐를수록 호흡이 맞거나, 점점 좋아지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하위권으로 분류된 팀은 시즌 초반에 안 좋으면 끝까지 가는 경우가 항상 많았다. 그래서 저도 초반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초반에 대구가 시간을 많이 뺏겼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K리그2로 내려간 대구의 선전을 응원했다. “K리그2는 정말 지옥 같은 리그다. 대구도 정말 철저한 준비를 하면 충분히 올라올 수 있는 힘이 있는 팀이다. 한 10년 정도 만에 대구가 떠났기 때문에 (K리그2를) 빠르게 파악한다면 대구한테 더 좋은 상황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유 감독의 안양도 분명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다. 유 감독은 팬들의 굳건한 지지와 선수단의 굳은 각오가 위기 극복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저희가 항상 흔들리는 상황도 많았고 어려운 상황마다 진짜 포기하지 않고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뒤에서 팬들이 말하자면 비난과 질책보다는 굳건한 믿음으로 지지를 보내줬기 때문에 팀이 항상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전했다.
유 감독은 안양의 K리그1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바쁜 겨울에 돌입한다. 관련해 유 감독은 “무조건 상위 스플릿에 들어가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목표를 위해 올 시즌 잘해줬던 선수들도 많지만 선수 구성에 맞는 전략이나 전술이 필요할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씀은 못 드리지만 그래도 한 50% 정도 완성을 해놨다. 지금 하도 여러 소리가 들려서 일단은 스톱된 상황이다. 구체적인 건 좀 지나서 어느 정도 윤곽이 나타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의 안양은 이미 2026시즌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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