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위탁 생산(파운드리), 메모리 등 전방 반도체 산업 회복 기대감과 맞물려 국내 소재 기업들이 과거 범용 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탈피, ‘고순도‧친환경‧국산화’ 기조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전구체, 특수가스, 포토레지스트, 세정액, 화학적 기계연마(CMP) 슬러리 등 반도체 전 공정에 필요한 정밀소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한솔케미칼 지분 변동 등 재평가가 이뤄지는 가운데 반도체 소재업계 지형 변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솔케미칼은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보유 지분을 13.02%로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공단은 보통주 1만8559주를 매수, 총 147만5805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단순한 지분 변화 이상의 의미로 소재기업에 대한 기관 관심이 반도체 업황 회복과 맞물려 다시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소재업계 내에서는 한솔케미칼 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과감한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반도체용 소재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과거 산업용 화학 중심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동진쎄미켐의 경우 최근 몰리브덴 전구체 분야 진출 의향을 공식화했고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은 고순도 식각 가스, 세정액, 슬러리, 포토공정용 화학소재 등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업체는 미국과 같은 해외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업황 회복을 맞아 공급망 안정성 확보, 국산화율 제고, 친환경·ESG 공정 대응 등 산업 지형 구조적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와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소재기업들이 원재료 확보부터 고순도 생산, 환경 규제 대응까지 포함한 밸류체인 구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정부가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 및 반도체 육성 전략 일환으로 국산화를 지원하는 점도 배경 중 하나다.
다만 국산화율 수치로 보면 여전히 40~60%대에 머물러 있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PR) 등 일부 고부가 소재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해외 진출 확대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솔브레인은 미국 내 특수가스 생산기지 설립 검토에 들어간 상태이며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최근 헝가리 및 중국 등지 현지 생산 법인을 통해 CMP 슬러리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수요만으로는 공장 가동률과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 글로벌 전방 수요와 연계된 소재 수출 확대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유럽은 반도체 소재에 대해 자국 중심 규제 및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해외 진출이 또 다른 진입 장벽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 내 격차는 더 뚜렷해지는 추세다.
고순도 정밀소재의 경우 수율·불순물 관리·장기공급 안정성 등 복합 조건을 갖춘 기업만이 대형 고객사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소재 분야에 진입하더라도 기술력, 품질 관리 인프라 등이 부족한 업체는 납품까지 최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국산화 정책 지원을 받더라도 양산 성공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이는 업계 내부에서도 구조적 양극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소재업계는 기존 저가 범용 화학소재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공정 안정성, 친환경 기준을 갖춘 전문소재 중심으로 거듭나려는 변화를 맞고 있다”라며 “앞으로 어떤 기업이 실제 품질과 공급 안정성, 기술 경쟁력을 갖추느냐가 반도체 소재 산업 생태계 안정성과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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