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이클립스 SDV 커뮤니티 밋업을 국내에서 처음 공동 개최한 것은 단순한 기술 교류 행사가 아니라, 글로벌 SDV(Software Defined Vehicle) 표준 논의의 중심에 한국이 공식적으로 편입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이번 행사가 BMW, 현대모비스, 보쉬 계열 ETAS 등 SDV 전환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과 개발자를 한 자리에 모았다는 점은, 자동차 산업의 소프트웨어 중심 재편 과정에서 LG전자가 단순한 부품 공급사가 아니라 '플랫폼·표준 주도 기업'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특히 LG가 이클립스 재단과 공동으로 국내 행사를 개최한 것은 한국이 SDV 오픈소스 생태계의 실질적 테스트베드이자 글로벌 의사결정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확보한 의미 있는 이정표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코드가 1억 줄을 넘기고 SDV 시대로 접어들수록 그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업계가 요구하는 '비차별화 software', 즉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사용하지만 개발비와 시간이 과도하게 소모되는 기반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 방식으로 표준화하는 흐름은 필연적이다.
LG전자가 참여하는 S-CORE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의 70%를 차지하는 공통 영역을 공용화·표준화하면 완성차부터 전장기업까지 개발 부담이 극적으로 줄어듦과 동시에, 각 기업은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안전성 등 '차별화가 가능한 영역'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LG전자가 이러한 전환 구조의 중심에서 '산업 전체의 비용·시간 구조를 바꾸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LG가 제안해 이끌고 있는 풀피리(Pullpiri) 프로젝트는 S-CORE를 넘어서 실제 생태계를 움직이는 실사용 구조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풀피리는 표준화된 기반 위에 다양한 개발사가 자신들의 기능을 얹고, 이 기능을 안정적으로 업데이트·구동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프로젝트다.
이는 현재 스마트폰 앱 마켓이나 클라우드 환경처럼 자동차 소프트웨어도 '지속 업데이트, 지속 확장'을 전제로 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개념이며, LG전자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단순히 공동 개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동차 소프트웨어 플랫폼' 자체를 설계하고 있다는 의미로 확장된다. 이는 SDV가 궁극적으로 운영체제(OS)·서비스·콘텐츠·AI 알고리즘이 통합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미래전략이다.
SOAFEE, SDVerse 등 글로벌 표준화·마켓플레이스 기구에 LG가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전면 참여'이다. 특히 SDVerse는 GM·마그나·위프로 등 글로벌 대형 플레이어가 모여 소프트웨어 공급망을 통합하려는 첫 시도로, LG전자의 합류는 기술력과 생태계 영향력이 글로벌 주요 기업들로부터 공인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자동차 업계의 소프트웨어 공급망이 전통적인 OEM–부품사 구조에서 벗어나 플랫폼 기반 생태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LG전자가 '초기 핵심 멤버'의 위치에 선 것은 향후 수년간 소프트웨어 규칙을 누가 만들고 누가 따르게 되는지의 문제에서 중요한 지위를 의미한다.
LG전자가 제시하고 있는 SDV 솔루션 패키지 '알파웨어(αWare)'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플레이웨어·메타웨어·비전웨어로 나뉘는 이 포트폴리오는 엔터테인먼트·AR/MR 내비게이션·인캐빈 센싱 등 SDV 전환 이후 완성차 브랜드들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는 영역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특히 인포테인먼트와 인캐빈 센싱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시대의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영역으로, 이미 LG가 TV·모바일이 아닌 자동차 분야에서 사용자의 시간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행사는 LG전자가 전장 부품 공급사에서 벗어나 SDV 시대의 표준·플랫폼·생태계를 동시에 설계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제조력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경쟁력으로 이동하는 전환기에서, LG전자와 한국이 국제 표준 논의 테이블의 중심에 자리하는 것은 국내 산업에 중요한 변곡점이다.
이번 커뮤니티 밋업은 LG전자가 향후 글로벌 SDV 표준화의 실질적 조정자이자,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장에서 기술·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방향성을 대외적으로 확인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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