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하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날은, 작은 변화들이 모여 거대한 구조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벤처투자법’을 비롯한 11개의 법률 개정안이 의결된 순간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떠받칠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 기술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울타리들이 하나의 묶음으로 조금 더 견고해졌다.
정치적 갈등과 불신이 심했던 한 해였지만, 이 법안들만큼은 ‘해야 할 일’이라는 공감대가 국회 안에서 형성됐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발걸음으로 민생과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초석이 놓인 셈이다.
▲ 국회의사당
이번 절차를 이끈 산중위의 이철규 위원장, 김원이·박성민 간사를 비롯해 벤처투자법·창업지원법·지역특구법·중소기업기본법 등 다양한 법안을 발의하고 논의해 온 여야 의원들의 협업은 오랜 시간 이어진 숙제의 매듭을 풀어냈다.
특히 산중위 소속은 아니지만 각 상임위에서 벤처투자법 개정안을 발의해 힘을 실은 다수의 의원들도 있었다. 서로 다른 상임위와 정치적 배경을 지닌 의원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제도적 공백을 메운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법사위의 논의를 이끈 추미애 위원장과 위원들, 표결을 마무리한 우원식 국회의장, 그리고 의결에 참여한 모든 의원들의 역할 또한 전체 구조의 마지막 레이어를 완성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정책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사람의 협력은 결과로 증명된다.
이번 개정법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벤처투자법’에 담겼다.
2035년 종료 예정이었던 모태펀드의 존속기간을 10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 한국 벤처투자 시장의 ‘불확실성’을 미래로 미루지 않도록 한 것이다.
모태펀드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위험을 흡수하고, 기술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핵심 구조다. 이 제도의 지속성이 보장된 것은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한국 혁신 생태계의 장기적 신뢰를 확보한 선언에 가깝다.
창업지원, 기술보호, 지역상권 활성화, 소상공인 지원, 지역특구 제도 개선 등 나머지 법안들도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기술을 보호하는 제도가 창업의 안전망이 되고, 창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지역경제의 회복이 다시 소상공인의 안정으로 연결된다. 한 조각의 법안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다층적 구조들이 함께 움직인 것이다.
정책은 성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위험을 감수하며 제도적 기반을 다진 만큼, 정부와 정책 담당자들은 이제 결과로 응답해야 한다. 법적 기반 위에 실질적 성과를 쌓아 올리는 일, 생태계의 지속성과 투명성을 제도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가 보낸 신호는 분명하다.
한국의 혁신 생태계를 지탱하는 토대를 다시 세우라는 요구이자,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성장 전략을 재정렬하라는 요청이다.
그리고 이 요청을 받아든 현장은 이제 그 답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의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한국의 미래 산업을 떠받칠 제도적 기초가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의 정책은 그 위에 어떤 건물을 지을지 보여줘야 한다.
이 변화가 한국의 다음 10년을 여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다리며, 오늘의 소식을 천천히 기록해 둔다.
Copyright ⓒ 월간기후변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