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스물다섯이고, 나름 비전공자 중엔 다양한 장르로 오랫동안 발 담궈봤음.
클래식피아노 7년, 밴드건반 5년(중학 1년+고교3년+대학1년), 바이올린 6년(개인레슨 4년+오케스트라 2년), 보컬 2년(실음학원 2년하면서 밴드 보조보컬 1년) 했음.
전공자 및 프로들의 식견에 비하진 못하겠지만 개인적인 평가를 해보고 싶음.
1. 이예지
잘했다. 그러나 사연팔이로 표몰이한 것도 그렇고, 철저히 '목소리에 어울리는 명곡만 선곡하면 90%는 먹고간다'는 전략에 의존한 무대였음.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거라 생각하지만 선곡 보고 '아, 어울린다.'는 기대가 듦과 동시에 '근데 예상한 대로만 부르면 생각보다 밋밋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근데 웬걸? 편곡은 거의 없이 원곡 그대로 부르는데, 마지막 고음을 지를 '크게 소리"쳐"~'의 쳐 에서는 또 고음 안 올라가니까 내려 부르는 것 보고 완전 팍 식어버렸다.
자신만의 음역대에 맞게 부를거면 편곡 방향이 확실하든가, 원곡 감성 그대로 살려 부를거면 그 원곡의 음역대를 소화해내든가.
둘 중에 하나가 돼야 감흥이 오는데 이도저도 아니어서 그냥 '잘했다'에 멈춰버렸음.
그래서 2500점대 될까 안될까 궁금했는데 웬 2800은... 에휴
4~5위감 무대였음. 내 개인적 꼴지는 홍승민. 4~5위가 최은빈 이예지 ㅇㅇ
2. 이지훈
<최백호 - 나를 떠나가는 것들> 은 60대의 감성이 담긴 최백호 안에 2022년 당시 26살이었던 정승환의 '최백호의 정서를 공감하고 위로하는' 감성이 얹어진 수작임.
그래서 이지훈의 선곡을 보고 '아, 이지훈 목소리가 호소력이 워낙 좋아서 어울리긴 할텐데, 10대만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을까? 아니면 특유의 레트로 목소리를 살려서 최백호의 감정에 이입해내려나?' 하는 의문이 있었음.
근데 전자도, 후자도 아니었음. 그리고 그 예상을 뛰어넘는 무대가 진짜 사람을 미치게 만들더라.
최백호는 철저히 내려놓고, 달관의 감정을 실었는데, 이지훈은 그 묘하게 10대만의 에너지가 담긴 파워있는 음악으로 재해석을 해냈음. 근데 또 이지훈 특유의 레트로한 목소리가 얹어지다 보니, 한 노래 안에 10대 소년과 60대 노인이 공존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음.
원곡에서 20대였던 정승환과는 또 하나가 달라. 이지훈은 마치 '당신은 이미 다치고 무섭고 아팠고, 나도 그걸 느끼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 선택에 후회를 가지지 않을 것이다' 라는 10대의 포부가 음악에서 느껴졌음. 목소리 말고 음악에서.
그냥 닥치고 1위, 11점이 있다면 이 무대에 줬고, 예상을 2800대 이상으로 잡았는데(일반인 청중인 거 감안해서) 2700대인 게 허참 소리 나왔음.
3. 천범석
하.. 진짜 잘했는데.. 드럼이 천범석 특유의 색깔을 다 잡아먹었다고 생각해서 너무 아쉬웠음.
벌스 들어가는데 천범석의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길게 쉬고 몰아 부르고, 길게 부르고 짧게 쉬는' 변칙 호흡이 너무너무 좋았단 말이지.
근데 그게 딱 드럼이 들어오면서부터 박자감이 정량화돼서, 자연스럽게 노래 자체가 경직돼버렸다고 생각함.
게다가 중간에 들어온 주제에 드럼은 또 왜 그리 존재감은 큰지.. 피아노 소리는 아예 묻혀버렸고.
진짜 '드럼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평가하면 이지훈이랑 1위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좋았는데.. 그 이후 때문에 내 기준으로도 3위였음.
그래서 본인은
1. 이지훈 2. 송지우 3. 천범석 이었다.
2위 송지우인 이유는 전 글에서 짧게 말했지만, 재즈 음악과 기교 하나도 없는 맑은 목소리가 어울릴 수 있다는 것에 1차 충격, 그리고 자기 목소리에 맞게 음악을 편곡하거나, 음악에 맞게 자기 목소리를 바꿔보려거나 하지 않고 그걸 섞을 생각을 했다는 것에 2차 충격을 받아서였음.
다 듣고 '아 진짜 너무 좋은데 이 노래를 대체 무슨 장르로 규정해야 하지? 재즈? 소울? 둘다 아닌데' 하.. 머리가 ㅈㄴ 아팠다
전체적으로 '예상을 벗어났던', 그리고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무대를 고평가했음.
이지훈, 송지우는 노래 나오면 꼭 챙겨들을 거다.
솔직히 1라운드 때, 딕션에서 묘하게 묻어나오는 광석이 형 특유의 길게 끄는 딕션 때문에 첫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는데, 그것도 언젠가부터 싹 사라지고 레트로한 목소리만 남아서 너무 좋았음.
송지우도. 방송 끊기는 억까에, 고음 안지르면 표 안주고, 발라드에 재즈 나왔다고 싫어하는 거 걍 개무시까고 본인만의 음악 했으면 좋겠다.
둘 무대는 10년이 지나도 뇌리에 남을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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