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35] 창의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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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35] 창의성에 대하여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04 04:13:13 신고

 작가는 용어나 어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가령 인간이라는 단어를 보면, 사람 인이면 되는데 사이 간은 왜 들어갔을까? 사이가 주인공인가, 사이를 맺지 않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인가, 라며 별 생각을 다합니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탓에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지금처럼 문명이 갖춰지지 않은 원시 인간에게 '자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아'였을 겁니다. 주변 사람과 환경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생존이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AI시대일수록 인간만의 고유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AI가 대체 못하는 사람간의 관계성이 한층 중요해진 것입니다.

 메이지 유신에 관한 저술은 세계적으로 수십만 권이 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만이 독특하게 다른 방식으로 서술하면서 품질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대전환기, 한국의 미래를 만드는 세가지 힘>에서 최초로 유신을 '새에 묶인 끈'으로 서술하였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놀랍다. 독특하다고 평한 곳이지요. 한번 그 과정을 따라가면서 여러분도 평가해 보기 바랍니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이 봉건 막부 체제를 청산하고 천황제 근대국가로 전환한 혁명적 사회개혁으로, 서구 열강의 침입과 내부의 위기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혁명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유신'이라는 새로운 단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신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유신은 뭘까요? 시경의 주나라가 비록 오래된 나라이나 천명은 새롭도다 (주수구방 周雖舊邦, 기명유신 其命維新)라는 유명한 구절에서 유신만 떼어와 사용한 것입니다. 대부분 잘 아는 내용입니다.

 나는 이러한 관행적인 서술을 벗어나 새롭게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막했습니다. 몇날 며칠을 생각해도 새로운 서술의 단서 하나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나만의 작업습관인 글자를 분해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작업이 형편없거나 문장이 자꾸만 기존의 것에 갇혀 빙빙 돌게 되면, 나는 기초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라는 단어는 새의 다리에 끈이 묶여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문자더군요. 새가 자유롭게 날아가지 못하도록 끈으로 묶어 제한을 가해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그림 출처: 네이버 한자사전)
(그림 출처: 네이버 한자사전)

 그 순간 이 글자처럼 메이지 유신의 본질을 잘 표현한 문자는 없다는 직감이 왔습니다. 천황제는 메이지 유신의 주체세력에게 근대화 길목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기둥이었던 바, 오래된 낡은 창고에서 끄집어내 새롭게 리모델링한 것입니다. 이 단어를 중심으로 서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신(維新)유지하다의 뜻을 가진 유()새로움을 뜻하는 신()의 결합이다. 메이지 유신은 서구화와 천황제 강화라는 서로 모순되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발했다. 두 개의 근대화가 충돌하며 굴절된 역사의 의미는 사실 유신이라는 말 속에 다 들어 있다.

 유()를 통해 신()을 이루는 것이다. , ()에 의한 개혁(), ()를 위한 근대 국가의 건설()이다. ()가 첫 번째고 신()이 그 다음이다. 여기서 유는 바로 천황제를 뜻한다. 그렇다면 메이지 유신은 고대의 제정일치 국가로 돌아가는 개혁을 말하는가? 그렇지 않다. 천황제도 새롭게 개조하여 근대화했다. 아래 그림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첫 단락이 잘 풀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의 시작이 아니라 시작의 끝일 뿐입니다. 이렇게 마무리해서는 곤란합니다. 다시 끈에 묶인 새를 상상하며 여러 갈래로 상상합니다. 이렇게 쓸까, 저렇게 표현할까. 머리 속에서 여러 문장이 피어나는 것을 적습니다. 그런 다음 눈에 거슬리는 문장은 삭제하고, 주어와 서술어의 호흡이 일치하지 않은 문장은 교정하고, 다시 간결하게 축약한 후 다음과 같은 서사적인 문장을 완성했습니다.

"끈은 중심이고 혼으로서 천황제를 의미한다. 새는 근대화다. 새는 끝없이 하늘로 날아가려 한다. 유신의 주체세력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로 질서 있게 날아가 부강한 나라를 만들려 했다. 미국과 서유럽처럼 잘살고 강하되, 그들과 같지 않은 고유성을 가진 나라. 그 중심에서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할 주체는 천황제였다." ('대전환기'에서)

 쓰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덜어내야 핵심이 드러나니까요. 그런데 왜 이런 시도를 하냐고요? 좋은 결과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시도만이 새로운 길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새로움을 찾아가는 길이라면 망설임없이 걸어갔습니다. 이처럼 창의성은 충실한 관찰과 함께 오랜 노력으로 생겨납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단어는 선인들이 이미 정의한 것을 곧이곧대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본질을 다시 묻고, 대상을 한번 더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리를 한 후 지인들의 피드백을 끝까지 들어보고, 다시 종합하여 디테일을 매만지고, 계속 다듬어 전체 흐름을 한 단계 더 매끄럽게 만듭니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해 보여도 이런 디테일 하나가 문장 전체를 살아나게 합니다. 이런 습관이 쌓일수록 더 정교해지고 고유성을 얻게 됩니다. 좋은 문장과 비유는 이렇게 탄생하고 조용한 울림을 주게 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지난한 과정을 상상해 보았을 겁니다. 문장을 만드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행위입니다.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어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만들어집니다. AI가 모든 것을 침범하는 시대에 이 고유성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마지막 보루입니다.

사진참조=네이버 한자 사전
사진참조=네이버 한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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