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을 맞이한 3일 5부 요인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권의 공세를 받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참석했다. 또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사진 촬영을 권하며 "보기 어려운 분들을 6개월 만에 보게 됐다"고 하자, 조 대법원장은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일찍 모셨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사유로 좀 늦었다"며 "어떻게 날을 일부러 오늘 잡은 건 아닌데, 하다 보니까 또 의미 있는 날이 됐다. 헌법기관들 책임자분들로, 우리 모두 헌정질서를 지키는 책임 있는 주요 기관 기관장이라 (만남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특별한 날, 시민들의 행동이 시작된 특별한 날이기도 해서 의미가 각별한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 의장은 "국민과 함께 빛의 민주주의를 기억하는 오늘, 5부 요인과의 오찬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오늘의 자리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년 전 오늘을 절대 잊을 수가 없다"며 "이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국회의원이 목숨을 걸고 신속하게 담을 넘었고, 국민들은 어둠을 뚫고 달려와 국회를 지켜준 덕분에 국회는 고립되지 않고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190명의 의원에게 전달하는 기억패를 가져와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비상계엄 관련 재판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은 헌정 질서의 회복을 위해 헌법적 책무를 다한 국회, 정부와 관계자, 국민 등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모든 사법부 구성원도 법치주의의 근간을 지키면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헌법적 사명을 다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개별 재판의 결론은 헌법과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3심제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충분한 심리와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과 신뢰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법부는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그것이 반헌법적인 행위임을 분명히 했으나 현재 법원에서 관련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어 대법원장으로 이에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개별 재판부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법제도의 개편이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김 헌재소장은 "12.3 비상계엄은 우리 헌정사에 있었던 10번의 비상계엄 중 가장 짧은 시간인 5시간 30분 만에 해제됐다. 헌법재판소의 지난 탄핵 결정문 중에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의 해제를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용기 있는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이라는 대목이 아마도 널리 읽히고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처럼 매섭게 추웠던 지난겨울 주권자인 국민이 스스로 헌법을 수호하였던 역사적 장면을 두고두고 기억하면서 헌법재판소는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헌법재판소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김 헌재소장은 본격적인 환담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재판소에 헌법교육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면서 "이참에 헌법교육 인력과 지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김 총리도 "내란 심판이 지체되면서 국민의 염려가 커지고 있다"며 "행정부 내에서 헌법 정신에 따라 내란을 정리하는 일은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오늘이 내란 심판의 역사적 책임을 헌법기관 모두가 함께 결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노 선관위원장은 "계엄군의 헌법기관 침탈 행위로 국민 여러분께 커다란 충격과 상처를 준 이런 엄정한 위기 상황과 전례 없는 혼란 속에서도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위원회는 내년에 실시되는 제9회 지방선거도 흔들림 없는 자세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하며, 국민 주권 실현이라는 헌법적 책무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진 환담에서 노 선관위원장은 비상계엄의 단초가 된 부정선거론을 극복하기 위해 선거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건의해 달라고 화답했다.
김 총리 역시 내각에서도 헌법과 선거 교육 지원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5부 요인의 오찬은 1시간 40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수석은 "본격적인 환담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빛의 혁명 1년을 기리는, 아주 특별한 기념패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기념패 제목은 '빛의 민주주의, 꺼지지 않는 기억패'"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과 5부 요인은 환담에서 시민들의 힘으로 비상계엄을 막아낼 수 있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으며, 특히 이 대통령은 우리 시민사회에 축적된 문화적 역량이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저항의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은 "굉장히 좋은 분위기에서 교육 문제, 방어 체계 문제 등의 얘기들이 오갔다"며 "생산적인 환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은 환담을 마치면서 우 의장이 다음은 직접 초청하겠다고 제안하자 다들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노 선관위원장에게 "1년 전에 제일 아마 호되게 당하실 분이었던 게 아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아니냐" "야구 방망이도 등장하고 작두도 등장했다는데"라는 이야기를 전하자 서로 웃음을 자아내는 화기애애한 얘기가 오갔다고 이 수석이 환담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환담 후 X(구 트위터)를 통해 "헌정 질서를 수호할 최고 책임자들과 만나 뵈니 그 의미가 한층 더 깊게 다가온다"며 "정부는 국민주권의 변함없는 원칙을 나침반 삼아 민생을 최우선시하는 국정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우 의장님께서 건네준 기념패의 이름처럼,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의 뜨거운 열망은 '꺼지지 않는 기억'으로 역사에 새겨질 것"이라며 "그 준엄한 명령에 따라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드는 일은 오늘 모인 우리가 함께 짊어진 공동의 책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굳건한 민주주의를 토대로 위기 극복, 성장과 도약, 국민통합까지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 일에 힘을 모아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앞으로 더 자주 뵙고 지혜를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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