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능한 동료가 상사의 총애를 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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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능한 동료가 상사의 총애를 받는가

나만아는상담소 2025-12-03 19:44:00 신고

무능한 동료가 상사의 총애를 받는 미스터리

거울을 든 자가 칼을 든 자보다 대접받는, 그 기이한 왕국의 법칙에 대하여

땀 냄새가 아니라 아부 냄새가 진동하는 사무실

당신은 오늘도 야근이다. 엑셀 파일의 숫자가 춤을 추고, 목 뒷근육은 딱딱하게 굳어간다. 당신이 이토록 고군분투하는 동안, 저만치 떨어진 상사의 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웃음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 처리해야 할 업무를 펑크 내고 칼퇴근을 준비 중인, 그 무능한 동료다.

그는 업무 이해도가 낮다. 보고서에는 오타가 가득하고, 회의 시간에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객관적인 성과 지표로만 따지면 그는 진작에 인사 고과에서 낙제점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상사는 그를 감싼다. 그가 치명적인 실수를 해도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너그럽게 넘어가고, 심지어 중요한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로 그를 발탁하기까지 한다.

반면 묵묵히 성과를 내고 뒷수습을 도맡는 당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지적과 더 많은 업무 폭탄뿐이다. 당신은 혼란에 빠진다. 내가 모르는 그만의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상사가 사람 보는 눈이 지독히도 없는 것일까. 세상의 공정함이라는 저울이 고장 난 것만 같은 이 부조리한 풍경 앞에서 당신은 분노를 넘어 무기력해진다.

하지만 진정해야 한다. 당신의 상사가 나르시시스트라면, 이 상황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합당한 결과다. 나르시시스트의 왕국에서 인재(人材)의 정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사의 자아를 가장 잘 비춰주는 사람이다.

당신은 일을 했고, 동료는 거울을 들었다. 나르시시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유능한 일꾼이 아니라, 자신의 위대함을 반사해 줄 깨끗한 거울이다.

경쟁자는 제거하고, 숭배자는 곁에 둔다

나르시시스트 리더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누구일까. 경쟁사 직원? 아니다. 바로 자기보다 똑똑하고 유능한 부하 직원이다.

나르시시스트의 내면은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겉으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척하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자신의 무능함이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런 그들 앞에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논리적이며, 사람들의 신망을 얻는 당신 같은 직원이 나타났다. 그들에게 당신은 든든한 지원군이 아니라, 자신의 왕좌를 위협하는 잠재적 반역자다.

당신이 회의 시간에 날카로운 지적을 하거나, 완벽한 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상사는 미세한 수치심을 느낀다. 당신의 유능함이 자신의 무능함을 돋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당신을 깎아내리고, 트집을 잡고, 구석으로 몬다.

반면 그 무능한 동료를 보자. 그는 상사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일을 처리할 능력이 없기에 상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질문을 핑계로 상사에게 다가가 “부장님 없으면 저는 아무것도 못 해요”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낸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이 무능함은 곧 충성심의 증거이자,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시켜 주는 가장 확실한 도구다. 상사는 그 동료를 보며 안도한다. “그래, 너는 나보다 못난 놈이지. 내가 너를 거두어주고 있지.” 이 비뚤어진 우월감이 그를 총애하는 핵심 동력이다. 무능함이 생존 전략이 되고, 유능함이 죄가 되는 역설이 여기서 발생한다.

거울 뉴런과 미러링, 그들만의 은밀한 언어

무능한 동료가 가진 진짜 재능은 업무 능력이 아니라 ‘미러링(Mirroring)’ 능력이다. 그는 상사의 기분을 귀신같이 파악한다. 상사가 웃으면 따라 웃고, 상사가 누군가를 욕하면 더 심한 말로 같이 욕한다.

그는 상사의 감정, 말투, 심지어 제스처까지 모방하며 상사와 심리적 일체감을 형성한다.

85번 글에서 다루었던 가족 내 ‘골든 차일드’와 정확히 같은 원리다.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자신을 닮은 자식을 편애하듯, 나르시시스트 상사는 자신을 복제한 듯한 부하 직원을 자신의 분신으로 여긴다.

그 동료는 상사의 나르시시즘적 보급품(Supply)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부장님, 오늘 넥타이 정말 멋지십니다.” “역시 부장님의 통찰력은 따라갈 수가 없네요.” 이 영혼 없는 아부들이 당신에게는 역겹게 들리겠지만, 굶주린 나르시시스트에게는 생명수와 같다.

당신이 엑셀 함수를 짜고 있을 때, 그는 상사의 자아를 마사지하고 있다. 나르시시스트의 관점에서 보면, 당신은 기계적인 업무만 수행하는 부속품이지만, 그는 자신의 정서적 허기를 채워주는 필수 인력이다. 그러니 인사 고과가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그들의 세계관 안에서는 당연한 이치다.

나를 비판하는 것은 곧 왕을 모독하는 것이다

당신이 참다못해 상사에게 동료의 무능함을 지적하거나 실수를 보고한다고 가정해 보자. 결과는 뻔하다. 상사는 불같이 화를 내며 오히려 당신을 질책할 것이다. “자네는 왜 동료를 감싸주지 못하나?” “김 대리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 그래?”

왜 상사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그를 변호할까. 그것은 상사가 이미 그 동료를 이상화(Idealization)하여 자신의 일부로 편입시켰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에게 ‘내 사람’은 곧 ‘나’다. 따라서 내 사람이 실수했다는 지적은, 곧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나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신이 동료를 공격하는 것은 상사의 확장된 자아를 공격하는 행위다. 상사는 자신의 완벽성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동료의 무능함을 필사적으로 부정해야 한다.

심지어 그는 동료의 실수를 당신의 탓으로 돌리는 덮어씌우기(Gaslighting)까지 서슴지 않을 것이다. 그 무능한 동료는 상사의 비호 아래, 법 위에 군림하는 성역이 된다.

날으는 원숭이, 더러운 일을 대신하는 하수인

무능한 동료가 상사 곁에 붙어있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플라잉 몽키(Flying Monkey)’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 리더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기를 싫어한다. 대신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하수인을 시켜 적들을 감시하고 처단한다.

그 동료는 사내의 여론을 상사에게 전달하는 스파이 노릇을 한다. 누가 상사 뒷담화를 했는지, 누가 이직 준비를 하는지 낱낱이 고해바친다. 또한 상사가 찍어내고 싶어 하는 직원(아마도 당신)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일에 앞장선다.

상사 입장에서 그는 너무나 유용한 도구다. 업무 능력은 떨어져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주고 더러운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충견을 내칠 리더는 없다. 그의 무능함은 오히려 그가 딴마음을 품지 않고 자신에게만 충성할 것이라는 믿음을 강화시켜 줄 뿐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조용히 퇴장하라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당신이 더 열심히 일하거나, 상사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당신은 이미 ‘경쟁자’ 혹은 ‘희생양’ 포지션에 배정되었고, 그 동료는 ‘골든 차일드’ 자리를 꿰찼다. 배역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질투하지 마라. 그 동료가 받는 총애는 공짜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영혼과 자존감을 상사에게 헌납한 대가로 그 자리에 앉아 있다. 그는 상사의 기분이 바뀌면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일회용품이며, 상사가 없을 때는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기생적 존재다.

당신의 유능함을 그들에게 증명하려 애쓰지 마라.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주면 밟아서 깨뜨릴 뿐이다. 당신의 능력은 당신을 알아주는 곳, 당신의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해 주는 시스템 안에서만 빛을 발한다.

그들의 관계는 공생이 아니라, 숙주와 기생충의 끈적한 결합이다. 겉보기엔 화려한 파티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은 썩어가고 있다. 그 썩은 냄새가 당신에게 옮겨붙기 전에, 당신은 당신의 짐을 싸야 한다.

그 무능한 동료가 승진을 하든, 상사와 희희낙락하든 시선을 거두어라. 그것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그들만의 3류 치정극이다. 관객이 되어 분노하는 대신, 극장 문을 열고 나와 당신의 진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무대로 이동하라.

일은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지만, 나르시시스트의 왕국에서만은 예외다. 그곳은 거울을 든 자가 왕이 되는 곳이니까. 그 거울을 깨뜨리지 말고, 그저 조용히 그 방을 나와라. 바깥세상에는 여전히 실력을 갈망하는 진짜 리더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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