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가 빠르게 다극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3일 “향후 국제질서의 향방은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사우디·남아공·튀르키예·UAE 등 8개 국가가 좌우한다”고 진단했다.
이들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 확대 전략과 미국의 동맹 관리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CSIS는 이를 “Fulcrums of Order(질서를 지탱하는 지렛대 국가들)”라고 규정했다. 특히 튀르키예와 UAE는 서로 다른 경로로 ‘중견국 외교’를 펼치고 있지만, 두 국가 모두 미·중·러 경쟁 구조 속에서 실질적 행동을 통해 영향력을 키우는 국가들로 지목됐다.
CSIS의 제프리 맨코프·맥스 버그만 연구진은 최신 분석에서 튀르키예의 전략적 모호성 전략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CSIS는 “러시아와의 관계 확대는 NATO 의무와 충돌하고,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는 하마스 지원 노선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진하는 EU 가입 전략도 “권위주의 통치와 법치 훼손으로 사실상 제약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튀르키예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를 가장 근본적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CSIS는 “경제 의존도가 커 외교의 완전한 독자 노선을 추진할 수 없고, 서방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시도도 다른 지속 가능한 동맹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에르도안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현실에서는 대외환경에 크게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CSIS 글로벌 전략 책임자인 존 올터먼은 또 다른 분석에서 “지난 20년간 UAE는 자신을 미국의 핵심 중동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 어떤 비용도 아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UAE의 외교 노선을 ‘온건·중재·변혁 촉진자'로 규정하며, 에너지·안보·투자·항공산업까지 포괄하는 다층적 협력을 통해 지역 내 안정의 촉매제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UAE는 중동 국가들 중에서도 드물게 미국과 긴밀한 전략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기술·에너지 협력도 확대하는 이중 외교를 구사한다. 그러나 CSIS는 “UAE는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제도적 협력을 국가안보·경제전략의 핵심축으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CSIS가 공개한 ‘Fulcrums of Order’ 프로젝트의 핵심 메시지는 “세계 질서를 재편할 힘은 미국·중국이 아니라 8개 중견국에 있다"는 것이다. CSIS는 중국·러시아가 이들 국가를 향해 ‘글로벌 사우스’ 정체성 부각, 서방을 ‘특권층’으로 규정해 반감 조성, 양자 관계로 끌어들여 규범 약화·권역별 영향력 확대 등 총 3가지 전략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SIS는 이 접근법을 “전 세계적 포퓰리즘과 닮은 감정 동원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이 이들 국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메시지’가 아니라 실제 행동(ac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CSIS는 이날 미국이 취해야 할 전략으로 △기후·보건·기술 협력 확대 △문제 해결형(ad hoc) 파트너십 구축 △협력 시 보상 명확화 △글로벌 사우스의 의사결정 참여 확대 등을 제안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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