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부산)=박종민 기자 | “우리는 반대 입장이다.”
위톨드 반카(41)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회장이 2026년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될 ‘인핸스드 게임즈(Enhanced Games)’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핸스드 게임즈는 호주 사업가 에런 드수자가 기획했으며 약물 복용과 최첨단 장비 사용 등을 허용하는 스포츠 대회다.
선수들은 이벤트당 최대 50만달러(약 7억3400만원)의 상금은 물론 세계신기록 달성 시 추가 보너스를 수령할 수 있다. 수영은 50m 자유형, 100m 자유형, 50m 접영, 100m 접영, 육상은 100m 단거리와 100m 허들, 110m 허들, 역도는 인상과 용상을 겨룬다.
◆인핸스드 게임즈 출전 선수들에 불이익 경고
반카 회장은 3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WADA 총회 이틀째 기자회견에서 “수개월, 수주 동안 우리의 관점에 대해 계속 얘기해왔다. 인핸스드 게임즈는 너무 위험할뿐더러 용납할 수 없다. WADA에서 그것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의 취지와는 정반대다”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반대 의사만 밝힌 건 아니다. WADA는 나아가 인핸스드 게임즈에 나선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반카 회장은 "그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더 까다로운 도핑 검사를 받게 될 것이다. 금지 성분이 나온다면 당연히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라이언 피니 선수위원장, 양양 부회장, 올리비에 니글리 사무총장 등 WADA 고위 관계자들이 동석했다. 파푸아뉴기니 수영 국가대표 출신인 피니 위원장은 인핸스드 게임즈에 출전하겠다는 선수들을 보고 실망한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피니 위원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다들 관심이 많다”며 “은퇴에 가까워진 선수들이 인핸스드 게임즈에 참가하려는 것 같다. 그들에게 유혹은 더 강할 것이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 스포츠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선수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WADA는 도핑 검사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양양 부회장은 “클린스포츠를 보호하기 위한 AI가 중국, 미국 위주로 발전하고 있다. 분명히 도핑 검사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WADA 총회는 6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스포츠 국제 회의인데,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총회를 통해 2027년부터 향후 6년간 모든 국제경기단체와 국가반도핑기구가 준수해야 하는 세계도핑방지규약이 결정된다.
◆공정성 지키는 건 모두의 책임이자 사명
첫날인 2일 총회에는 반카 WADA 회장은 물론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각국 스포츠 부처 장·차관들이 자리를 빛냈다. WADA 총회 홍보대사이자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선수 위원인 김연경 위원도 현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반도핑에 뜻을 모았다. 2일 만난 코번트리 IOC 위원장은 “우리는 모두 ‘클린스포츠’를 믿는다. 선수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휘영 장관은 “스포츠는 사회의 축소판이며 경기장은 공정함을 시험하고 정직함을 증명하는 곳이다. 대한민국은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라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책임 있게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장관은 “대한민국은 세계도핑방지기구 이사국으로서 도핑방지 국제 협력 체계를 적극 주도하고, 이번 부산 총회의 유산으로 아시아 도핑방지 협력 중심국으로 도약하겠다”고 힘주었다.
김연경 위원 역시 “이번 총회가 도핑방지 분야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를 향한 약속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도핑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고 모두가 공정하게 겨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저 또한 선수로서 수많은 도핑검사를 받아왔고 항상 제 몸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 조심히 했다”는 김연경은 “도핑방지는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만의 노력이 아닌 전 세계 스포츠 공동체가 함께 이뤄가야 할 과제다. 총회에서 모아질 다양한 의견과 바람들이 더 깨끗하고 정의로운 스포츠 문화를 확산시키는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총회는 5일까지 이어진다. 문체부와 KADA, 부산시 등의 철저한 준비와 지원으로 총회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반카 회장은 "부산 총회는 '협력의 축제'다. 한국의 반도핑 시스템은 이미 훌륭하게 구축돼 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대한 KADA의 지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KADA가 내년 20주년을 맞이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WADA와 공동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양윤준 KADA 위원장은 “도핑기술은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번 총회는 우리가 앞으로 대응해야 할 2027 세계도핑방지규약과 국제표준을 정립하고, 효과적인 도핑방지 정책을 논의하며 글로벌 도핑방지 거버넌스를 더욱 강화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라며 “스포츠는 인류가 공유하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다. 그 순수함을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사명이다. 열린 대화와 협력을 통해 깨끗한 스포츠를 보호하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지키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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