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외계종족 나비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손가락이 4개라 8진법을 쓴다. 요즘 골키퍼 사이에 유행하는 장갑도 마치 나비족처럼 손가락이 4개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바이에른뮌헨의 스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한쪽 장갑의 약지와 새끼손가락 부분을 꿰매 하나로 붙여버린 모습을 포착했다. 기사에 따르면 노이어가 이런 장갑을 낀 모습은 지난 11월 27일(한국시간) 바이에른이 영국 런던에서 가진 아스널 원정 경기(1-3 패배)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훈련에서도 같은 장갑을 쓰고 있다.
부상 방지를 위한 조치다. 골키퍼들은 손가락 부상이 잦은데, 관절 부상이 다 회복되기 전에 경기에 출전해야 할 경우 옆 손가락과 묶어 지지력을 강화시키는 방식을 종종 쓰곤 한다. 이를 위해 약지와 새끼손가락, 중지와 약지 등 다양한 손가락을 하나로 합친 특별 장갑이 나와 있다.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 된 경우 일시적으로 이런 장갑을 끼는 경우가 있다. 잉글랜드 대표 골키퍼 애런 램스데일은 지난해 가운데 손가락과 약지를 붙인 네 손가락 장갑을 꼈다.
그러다 최근에는 아예 부상 방지를 위해 평소에도 손가락을 붙여버리는 경우가 늘었다. 이 유행을 이끈 선수는 독일 대표 골키퍼 올리버 바우만이다. 호펜하임 소속 바우만은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가 회복한 뒤 아예 부상 방지를 위해 평소에도 이 장갑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골키퍼 장갑을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 스포츠용품사 울스포츠는 선수 주문에 맞춘 커스텀 장갑을 제공하곤 하는데, 바우먼이 손가락 두개를 꿰매려 하자 아예 붙어있는 장갑을 평소에도 쓰도록 제공했다.
특히 다른 손가락이 아닌 약지와 새끼 손가락을 붙이는 건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요즘 골키퍼 장갑은 면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손 바깥쪽을 약간 넓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새끼 손가락 옆으로 지나가는 공을 글러브 가장자리로 간신히 스치면서 막아낸다면 그 속도에 밀려 부상 당할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손가락 하나가 아니라 두 개로 버텨야 부상 확률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사진= ‘빌트’ 인터넷판, ‘울스포츠 골키퍼’ 인스타그램, 중계화면 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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