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너스 반 데 벨데의 작품 ‘네 곁에 항상 함께하겠다고 약속할게(I’ll promise I’ll always be by your side)’의 전시 전경. 갤러리바톤의 전시 〈큰 메아리(Loud Echoes)〉는 11월 19일부터 12월 24일까지 열린다.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지난 2024년 전시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를 잠시 되돌아보자. 리너스는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그러나 기괴한 라텍스 가면을 쓰고 픽션 속의 도플갱어가 되어 여행을 시작한다. 실제 사이즈의 자동차를 만들고 그걸 타는가 하면, 나무 합판과 골판지로 만든 계곡과 골짜기를 장난감 사이즈의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여행의 시나리오를 연기했다. 나무로 만든 아파트를 걸어 다니기도 하고 당근으로 된 열쇠로 거대한 해치의 문을 열었다. 딥 다이버들이 훈련하는 수조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리너스의 또 다른 자아가 유영을 하고, 마치 〈링〉의 사다코처럼 그 화면에서 빠져나왔다. 전시장 안에는 골판지로 만든 자동차, 나무로 만든 아파트, 합판으로 만든 작은 모래 산만 한 미니어처 골짜기가 전시되어 있고, ‘라 루타 내추럴’(La Ruta Natural)은 그것들로 완성한 영상 작품이다. 그와 함께하는 놀라운 상상의 여행은 즐겁고 행복했으며, 보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리너스는 욕조에서 그저 망고를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전시 제목에 영감을 준 앙리 마티스가 남긴 말의 전문은 이렇다. “나는 욕조에서 해와 달과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면서 망고를 먹고 싶다.” 욕조에서 해와 달과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면서 망고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눈을 감고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뿐이다.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큰 메아리(Loud Echoes)〉 역시 이 상상에 대한 강렬한 믿음의 세계 안에 있다. 이번에 갤러리바톤의 하얀 벽면을 가득 채운, 자신의 고유 양식인 ‘이미지-텍스트 2단 구조’ 회화의 주제는 ‘플레인에어 회화(plein-air painting)’를 고수했던 화가들이다. 좋은 빛을 찾아 자연을 떠돌며 그림을 그렸던 이 외광파(外光派) 화가들의 수고로움에서 빌려온 듯한 스타일의 붓질로 욕조에서 망고를 먹듯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밤하늘을 그리고, 따듯한 연기가 나는 오두막을 그렸다. 그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각도 했다. 전시에서 가장 따듯한 작품인 ‘네 곁에 항상 함께하겠다고 약속할게(I’ll promise I’ll always be by your side)’는 합판으로 만든 2층 침대다. 높이가 50cm도 되지 않는 이 작은 조각은 사진으로 찍으면 마치 인상파 화가가 그린 정물처럼 보이도록 의도됐다. 마티스가 별빛을 상상하듯 아빠는 두 아들을 떠올렸다. 스튜디오의 카우치에서 집에 있는 쌍둥이 아들의 벙크 베드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합판을 자르고 칠했을 리너스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따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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