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WADA 총회서 '약물 대회' 인핸스드 게임즈 겨냥한 듯한 발언
양윤준 KADA 회장 "스포츠 순수함 지키는 게 반도핑 기구 사명"
(부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공정함은 모든 이에게 적용될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국제 스포츠의 반도핑 시스템을 지키는 수장인 위톨드 반카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회장은 2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WADA 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단의 스포츠 대회' 인핸스드 게임즈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다.
인핸스드 게임즈는 WADA가 금지하는 약물의 복용, 각 종목 단체가 불허하는 최첨단 신발, 유니폼 착용을 모두 허용한다.
허무맹랑하기만 한 계획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정보기술(IT) 거부인 피터 틸 등이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첫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주최 측이 각 종목 1위 상금으로 50만달러(약 6억9천만원)를 걸자 실제로 참가하겠다는 선수들도 나오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은메달, 2024 파리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정상급 스프린터 프레드 컬리(미국)가 이미 출전 의사를 밝혔다.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50m 은메달리스트 벤 프라우드(영국)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공정함은 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인간 육체의 힘과 기술' 만으로 경쟁하는 것이 스포츠의 공정성에 부합한다는 건 그동안 '상식'으로 받아들여졌다.
WADA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를 비롯한 각국 반도핑기구는 이 상식을 지키는 싸움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왔다.
부산 WADA 총회는 인핸스드 게임즈 개최 계획이 공개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총회다.
반카 회장은 개회사에서 "협력이 아닌 대립을 선택하는 일부 목소리들이 있다. 마치 자신들의 국가나 기관이 다른 사람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오직 자신들만이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처럼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핑 분야에서 우월한 국가는 없다. 특권적인 목소리도 없다. 도덕적 위계도 없다. 단일 집단이 모든 해답을 가질 수도 없다"면서 "마치 자신들이 '더 나은' 시스템에서 왔다는 듯 행동하며, 전 세계가 자신들을 따르길 기대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WADA는 인핸스드 게임즈 계획이 공개된 뒤 이에 반대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선수들의 건강 문제'를 들어왔다.
반카 회장은 "모든 선수를 보호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다. 강력한 스포츠 강국부터 가장 약한 나라까지, 자원이 풍부한 프로그램부터 아직 역량을 구축 중인 프로그램까지,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공정함은 모든 이에게 적용될 때만 의미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폴란드 출신의 반카 회장은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딴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으로, 2015~2019년 폴란드 스포츠관광부 장관을 지낸 뒤 2020년부터 WADA 회장을 맡고 있다.
양윤준 KADA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스포츠는 인류가 공유하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다. 그 순수함을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사명"이라면서 "열린 대화와 협력을 통해 깨끗한 스포츠를 보호하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지키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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