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와 AI 로봇 기업 서큘러스가 섬유 기반 로봇 표피(Fabric Skin) 개발에 공식 착수했다.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에서 공개된 ‘케데헌 스타일 로봇’이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후, 양측이 협력을 한 단계 더 확대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처럼 촉각을 느끼고 반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동연구에는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김태경 교수, 의과대학 김도경 교수, 의상학과 감선주·송화경 교수 등이 참여한다.
경희대는 그동안 축적한 섬유·신소재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로봇 외피로 사용 가능한 고탄성·내구성 패브릭 소재를 설계한다. 이후 촉각·압력·온도를 감지하는 다양한 센서를 섬유와 결합해 로봇에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화경 교수는 “패브릭은 금속이나 플라스틱보다 훨씬 유연하고 형태 변화에 강해, 로봇이 외부 자극을 표현하고 반응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태경 교수는 “섬유 소재에 센서를 융합하면 로봇이 사람의 온기나 접촉의 강도를 구분하고 반응하는 수준까지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큘러스는 최근 인텔 기반 AI 보드 파이코어(piCore) 시리즈를 통해 로봇의 인지·판단 능력을 고도화해 온 기업이다. 이번 공동연구에서는 기존 AI 시스템 개발을 벗어나 로봇 표피 즉, 감각적 상호작용 기술까지 영역을 넓혔다.
박종건 대표는 “휴머노이드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겉모습보다 인간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주는 외피 기술이 더 결정적”이라며 “경희대와 협력해 사람 곁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로봇 기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술은 내년 상반기 로봇 표피 프로토타입 제작 후, 서큘러스가 만드로·로보웍스와 공동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MCR-1, 그리고 돌봄 서비스 로봇 MYBO 시리즈에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APEC에서 ‘케데헌 스타일 로봇’으로 주목받은 후, 감각 기술까지 확장한 연구 협력은 한국 로봇 산업의 차별화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감각 기반 로봇 표피는 소재 내구성, 센서 일체화, 안전성 검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상용화를 앞당기려면 기술 구현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의 반복 테스트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희대와 서큘러스의 섬유 기반 로봇 표피 연구는 휴머노이드의 촉각 시스템을 한국 기술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PEC에서 공개된 로봇이 ‘보여주는 기술’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단계로 넘어가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향후 프로토타입의 완성도와 적용 모델의 실제 반응에 따라 한국 로봇 산업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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