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고양이가 집사에게 건네는 짧은 인사, 이른바 귀가 순간의 울음에 성별 차이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터키 앙카라대학 연구진은 반려묘 31마리를 대상으로 집사가 귀가한 뒤 100초 동안 어떤 방식으로 인사 행동을 보이는지 분석했다. 관련 논문은 최근 국제학술지 '동물행동학(Ethology)'에 게재됐다.
분석 결과, 고양이는 여성 보호자에게는 평균 2~3회 정도 울었지만 남성 보호자에게는 약 5회 울며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나이, 성별, 품종, 다묘 여부 등 여러 변수를 통제해도 결과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고양이의 '귀가 울음'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은 보호자의 성별이었다.
◆ 귀가 순간 드러난 미묘한 감정 패턴
연구팀이 평가한 22개 인사 행동 가운데 일부는 서로 긴밀한 연결성을 보였다. 꼬리를 수직으로 세우고 다가가 몸을 비비는 행동은 대표적인 '긍정적 인사 세트'로 묶였고, 하품이나 몸 떨기, 긁기, 갑작스러운 그루밍은 긴장이나 갈등을 누그러뜨릴 때 나타나는 전형적 '전위 행동(displacement behavior)'으로 분류됐다.
흥미롭게도 울음(vocalization)은 이러한 묶음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즉, 꼬리 올리기나 몸 비비기처럼 특정 감정 상태와 바로 연결되기보다, 상황에 따라 독립적인 소통 신호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남성에게 울음이 많아지는 이유… "더 큰 신호가 필요하다고 학습했을 가능성"
이번 연구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빈도 차이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가에 대한 추론 때문이다. 연구팀은 기존 인식처럼 "고양이가 남성을 더 좋아해서 더 운다"는 식의 해석을 배제한다.
대신 두 가지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첫째, 학습 효과
선행 연구에 따르면 여성 보호자는 고양이의 작은 소리나 미세한 몸짓에도 곧바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남성 보호자는 더 뚜렷한 자극이 있어야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일상 속에서 이런 차이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남성에게는 더 큰 울음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학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즉, 고양이 입장에서 남성 보호자는 상대적으로 '신호를 더 크게 줘야 반응하는 파트너'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성향 차이 인식
일부 행동학 연구에서는 남성의 움직임이나 음성 주파수가 고양이에게 더 강한 자극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낮은 음성이나 넓은 보폭의 움직임은 고양이가 상황을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도록 만들며, 이 과정에서 울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남성에게 울음이 많다는 사실이 애정도나 스트레스 수준을 바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울음이 기쁨·탐색·거리 조절 등 여러 동기가 섞인 복합 신호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그중에서도 울음이 상대에 따라 변하는 '조절 가능한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 울음은 애정의 지표가 아니다
일상 속에서 집사가 귀가할 때 나타나는 울음은 많은 보호자가 '반가움'으로 받아들이지만, 이번 연구는 울음만으로 고양이의 감정 상태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울음은 고양이가 상황을 탐색하고,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며, 필요한 거리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층적인 소통 방식이다.
남성에게 울음이 많은 것도 결국 고양이가 "더 명확한 신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즉, 더 많이 울린다고 더 사랑하거나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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