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폴더블 기술의 한계를 다시 넘어서는 3단 접이식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공개했다. 2019년 첫 '갤럭시 폴드' 이후 6년 동안 축적된 폴더블 설계·힌지·디스플레이 기술이 집약된 제품으로, 스마트폰·태블릿·PC의 경계를 흐리는 새로운 모바일 카테고리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 제품은 펼쳤을 때 10형(253mm)의 대화면을 제공하고, 접으면 갤럭시 Z 폴드7과 동일한 6.5형의 바(Bar) 타입이 된다. 스마트폰의 휴대성과 태블릿의 이용성을 한 기기에 담아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작업을 처리하는 시대'를 겨냥한 설계다. 노태문 사장은 "삼성전자의 폼팩터 혁신이 모바일 경험의 미래를 확장하고 있다"며 새로운 카테고리 리더십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제품에서 폴더블 기술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화면이 양쪽으로 모두 접혀 보호되는 인폴딩 구조를 적용했으며, 폰을 접는 과정에서 이상이 감지되면 사용자에게 즉시 알림을 주는 자동 감지 기능도 탑재했다.
접었을 때 두께는 12.9mm, 펼쳤을 때 가장 얇은 부분은 3.9mm 수준으로, 역대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다. 힌지에는 새 구조인 '아머 플렉스힌지'가 적용됐고, 듀얼 레일 설계를 통해 세 개의 패널이 안정적으로 접히고 펼쳐지도록 만들었다. 내구성 확보를 위해 전면에는 고릴라 글라스 세라믹 2, 후면에는 유리섬유 합성 소재를 사용했고, 힌지 하우징에는 티타늄 소재를 적용했다. 제조 공정에서도 부품 이상 여부를 세밀하게 검출하는 CT 단층 검사와 레이저 스캔 공정이 추가돼 완성도를 높였다.
성능 구성도 플래그십 수준이다.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플랫폼'을 기반으로, 2억 화소 광각 카메라와 5,6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3개의 패널에 각각 독립된 3셀 배터리를 배치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구현했으며, 최대 45W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대화면을 활용한 소프트웨어·AI 경험 역시 이번 제품의 핵심이다. 사용자는 10형 화면에서 최대 3개의 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으며, 태스크바를 통해 최근 사용 앱을 빠르게 불러올 수 있다. 생성형 AI 기능도 대화면 환경에 최적화됐다.
'삼성 인터넷'에서는 원본 콘텐츠와 AI 요약·번역 결과를 나란히 볼 수 있고, 이미지 작업에서는 생성형 편집·스케치 변환 등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구글의 멀티모달 AI '제미나이 라이브'를 통해 화면에 비추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AI와 공유하면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차별점이다.
특히 이번 신제품에 태블릿 버전의 '삼성 덱스'가 최초 적용되면서 폰 하나로 PC에 가까운 작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별도 모니터 없이도 최대 4개의 가상 작업 공간을 만들고, 각 공간에서 최대 5개 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어 업무·창작·엔터테인먼트 작업을 기기 하나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다. 외부 모니터와 무선 연결하는 듀얼 스크린 기능도 생산성을 높이는 요소다.
삼성전자는 12일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16GB+512GB 단일 모델, '크래프티드 블랙' 색상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359만 400원이다. 출시 초기 고객에게는 Google AI Pro 6개월, 윌라 3개월 무료 구독권과 정품 보호필름 무상 부착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기본 패키지에 '카본 쉴드 케이스'와 45W 고속 충전기까지 기본 포함해 고가 제품군의 구매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병행했다.
이번 '갤럭시 Z 트라이폴드' 발표는 기술적 혁신을 넘어 삼성전자의 모바일 전략 전환을 상징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은 새로운 폼팩터와 AI 중심 UI/UX 확장을 통해 스마트폰 이후 시대의 '차세대 프리미엄 카테고리'를 선점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애플이 폴더블 기기를 아직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이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동시에, AI 기능의 대화면 활용도에서 독자적인 사용자 가치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태블릿·노트북·스마트폰을 분리해 판매하는 기존 카테고리 구조도 변화를 맞을 수 있다. '트라이폴드'는 구매자에게 "패블릿+태블릿+PC 대체 가능 기기"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해 프리미엄 시장의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폴더블 기술이 더 이상 단순한 '디스플레이 혁신'이 아니라, 컴퓨팅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플랫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가 3단 폼팩터를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린 것은 단순한 제품 출시 이상의 산업적 의미를 갖는다. 폴더블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기술 난도·부품 생태계·공정 완성도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높아 '초격차' 구축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삼성은 힌지, UTG(초박막유리), 소재, 배터리 설계 등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선행 투자가 가능한 구조다. 이번 제품은 이러한 기술적 기반을 상업화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폴더블 생태계 전반의 고도화를 촉발할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경쟁 난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플랫폼 전략'의 결과물이다. 10형 대화면을 한 손에 넣는 폼팩터 혁신, AI 기반 UI·작업 환경의 확장, PC 대체 활용성을 앞세운 사용성 진화가 결합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차별화 포인트를 보다 분명하게 확보했다. 이번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여부는 향후 폴더블 시장의 성장 속도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도 자체에 변화를 가져올 핵심 변수로 불릴 만하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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