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엔비디아에 이어 AMD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GPU 가격 인상 릴레이’가 전개되고 있다. 최근 D램 등 메모리 가격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단가가 잇따라 오르자,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인 GPU 가격에도 본격적인 상방 압력이 걸린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최근 협력사들에 GPU 전 제품군 가격을 10%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PC에 탑재되는 소비자용 GPU는 물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서버용 고가 GPU까지 모두 가격 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이미 GPU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도 앞서 AI GPU 전 제품군 가격을 최대 15%까지 인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에 이어 AMD까지 연달아 가격을 올리면서, GPU 가격 인상 흐름이 글로벌 IT·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GPU는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가동에 필수적인 핵심 장비로, 가격 변동이 곧바로 AI 인프라 투자 비용과 서비스 단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GPU 가격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메모리 가격 급등이 지목된다.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GPU에는 대량의 메모리가 탑재되는데, 이들 메모리 공급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5세대 HBM3E 가격이 AI 수요 확대에 따라 개당 300달러에서 3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32기가바이트(GB) DDR5 모듈 11월 계약 가격은 239달러(약 35만 원)로, 지난 9월 대비 60%나 뛰었다. 엔비디아 주력 GPU ‘H100’의 경우 전체 원가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메모리 가격 인상이 곧장 GPU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메모리 가격은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 서버 수요에 힘입어 DDR5 계약 가격은 내년 내내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빅테크들이 향후 GPU 가격을 여러 차례에 걸쳐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의 공정 단가 인상 기조도 GPU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TSMC는 첨단 공정 가격을 꾸준히 인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최대 10% 수준의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공정 비용 상승이 그대로 반도체 완제품 가격에 전가되면서 GPU 공급단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GPU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설 경우,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완제품(GPU) 단가가 높아지면 메모리 공급가 인상을 수용할 여지가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GPU의 대체재로 꼽히는 구글의 AI 추론(인퍼런스) 칩 ‘텐서 처리 장치(TPU·Tensor Processing Unit)’ 부상이 향후 GPU 시장 가격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구글은 조만간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TPU를 본격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에서는 “TPU가 엔비디아 주력 GPU ‘H100’보다 최대 80% 저렴한 가격에, 일정 수준 이상의 AI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만약 TPU 채택이 본격화될 경우, GPU 중심 AI 연산 시장의 평균 단가를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Copyright ⓒ 센머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