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실내가 차가워지면서 음식이 빠르게 식어 전자레인지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전자레인지는 버튼 하나만 눌러도 음식에 금방 온기가 돌아 식탁 준비가 훨씬 빠르다. 간단한 해동부터 따뜻한 한 끼 준비까지 다양한 음식에 쓰게 되지만, 모든 식품이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마다 수분 구조와 열전달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재료라도 내부 조직이 받아들이는 온도 변화가 매우 극단적인 경우가 있다. 이런 재료는 짧은 시간 가열만으로도 성질이 바뀌거나 형태가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다. 아래 4가지 식품은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안되는 식재료이다.
1. 가공육류
가공육류는 전자레인지에서 온도가 치솟기 쉽다. 전자레인지 내부에서는 전자파가 일정하게 흐르지 않고 특정 지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 지점이 가공육류의 지방층과 겹치면 국소적인 고열 반응이 일어나 조직이 단단해진다. 표면은 마른 듯 보이지만 내부는 고르게 익지 않아 식감 차이가 난다. 온도 변화가 빠른 구간에서는 지방이 빨리 녹았다 굳으면서 맛이 없어진다.
가공육류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은 일정한 온도로 서서히 익힐 때 풍미가 편안하게 올라온다. 팬 조리나 뜨거운 물 데우기처럼 열이 넓게 퍼지는 방식이 훨씬 좋다. 전자레인지로 데울 경우 표면만 먼저 반응해 고유 풍미가 사라지고 질감도 단단해지는 경향이 있다. 햄이나 소시지를 데워야 한다면 얇게 썰어 열 흐름을 분산시키거나, 아예 다른 조리 방식을 택하는 편이 더 낫다.
2. 통째로 익히지 않은 계란
껍데기째 그대로 들어간 계란은 전자레인지에서 내부 압력이 빠르게 증가한다. 단백질은 열을 받으면 서서히 응고하지만, 전자레인지 내부에서는 표면과 속이 동시에 반응하지 않는다. 바깥쪽이 먼저 가열되면서 단단해지고, 속에 있는 수분이 팽창해 압력이 축적돼 터지거나 튀는 상황이 발생한다.
포크로 구멍을 내거나 미리 섞어 둬야 압력을 나눌 수 있다. 그대로 가열하면 속의 기포가 확장되고, 응고와 팽창이 동시에 일어나며 작은 폭발처럼 튈 수 있다. 전자레인지 문을 열었을 때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계란 요리는 전자레인지보다 중탕이나 팬 조리가 더 안전하다.
3. 매운 고추류
청양고추와 할라피뇨 같은 매운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은 열을 받으면 휘발성이 높아지며 기체 형태로 퍼진다. 표면은 멀쩡해 보여도 내부 성분이 빠르게 움직이며 자극이 한층 강해진다. 전자레인지 문을 여는 순간 공기 중으로 퍼진 매운 기운이 눈과 목을 즉각적으로 자극해 숨쉬기 불편해질 정도가 되는 경우도 있다.
고추류는 조직이 얇아 열에 민감하다. 전자레인지에서 발생하는 빠른 온도 변화에 고추 속 성분이 즉시 반응한다. 팬 조리나 끓이기를 통해 천천히 자극이 퍼지는 것과 달리, 전자레인지에서는 짧은 시간에 자극도가 한꺼번에 올라간다.
고추류는 전자레인지보다 외부에서 열을 가해 서서히 익히는 방식이 더 좋다.
4. 포도
포도는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하면 과육 속 수분이 빠르게 끓어오르면서 내부 압력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껍질은 얇고 내부는 촘촘해 작은 열 변화에도 즉각 반응한다. 두 알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가열하면 전자파가 특정 지점에 집중돼 스파크가 튈 수 있다.
포도 성분 자체가 과열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과도한 반응을 일으킨다. 전자레인지 내부에서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 그 자리에서 연소처럼 보이는 현상도 생길 수 있다. 겉보기엔 단순한 과일이지만 열에 매우 민감한 구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포도를 데우는 상황은 많지 않지만, 얼린 포도를 실온처럼 만들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포도는 자연해동이 더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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