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철인데 감쪽같이 사라졌다…상인·소비자 초비상 터진 ‘겨울 대표 생선’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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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철인데 감쪽같이 사라졌다…상인·소비자 초비상 터진 ‘겨울 대표 생선’ 정체

위키트리 2025-11-29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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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남해안을 대표하는 ‘겨울 최고 별미’ 대구(大口)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차갑고 깊은 겨울 바다에서 올라오는 특유의 담백함으로 겨울철 제철 생선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올해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고수온과 해저 환경 변화로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대구 어군이 형성되지 않으면서 어획량 급감이 예고되고 있다. 당장 제철 대구를 기다려온 어민·상인·소비자 모두에게 초비상이 걸린 이유다.

팔딱거리는 대구 / 연합뉴스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거제시는 매년 12월 열리던 ‘대구수산물축제’를 창설 이후 처음으로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제18회 축제는 내년 1월 10~11일 장목면 외포항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평년보다 수온이 높아 대구 어군이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성어기인 12월에 행사를 열 경우 ‘대구 없는 축제’가 될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거제시는 수온이 내려가는 시점을 감안해 축제를 1월로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구는 이듬해 1월 16일부터 한 달간 금어기에 들어간다. 즉, 올해는 제철 대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 남해안 최대 대구 산지인 거제 장목면 외포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대구 위판량이 급전직하했다. 거제수협 자료에 따르면 2021~2022년 겨울철 16만 7000여 마리였던 대구 위판량은 다음 해 12만 3000여 마리로 줄었다. 이후 2023년엔 3만 4000마리, 지난해에는 1만 368마리로 급감해 3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대구가 가득 쌓여있다 / 뉴스1

어민들은 한목소리로 “바다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대구는 ‘회귀성 어종’으로 차가운 바다를 찾아 북태평양 캄차카반도 부근에서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태어난 해역으로 돌아온다. 대구가 거제와 부산 가덕도 사이 진해만으로 돌아오려면 수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올여름 기록적 고수온의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11월 말 기준 진해만 일대 수온은 여전히 13도 안팎. 낮아지지 않는 수온 벽이 대구의 귀향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해저 환경도 문제다.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태풍이 비껴가면서 바다 속에 점토가 두껍게 쌓였다. 대구는 자갈층 같은 단단한 바닥에서 산란하는데, 지금 남해안은 점토질 위주 환경이 형성돼 ‘산란 장소’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거제어민연합회 공경일 회장은 “예년 같으면 11월 말부터 본격 조업에 들어가야 하지만 올해는 고수온 때문에 다음 달 중순은 돼야 첫 조업이 가능할 것 같다”며 “산란 환경마저 나빠 올해 성어기 어획량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거제 대구수산물축제 당시 시 장목면 외포항 일대에 걸린 건대구 / 연합뉴스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겨울철 또 다른 별미인 물메기 역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남해안 수온이 안정적이었던 6~7년 전만 해도 경남 통영 추도에서는 어선 한 척이 하루 100마리 이상 잡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섬 주민 전체가 잡아도 100마리가 되지 않는 날이 많다. 생물 어획량이 줄자 건메기 생산도 사실상 중단됐다. 통영수협은 2018년 이후 건메기 위판 자체를 중단한 상황이다.

물량 부족은 그대로 가격으로 이어졌다. 올해 물메기는 그나마 초반 어획이 작년보다는 나은 편이라지만, 여전히 ‘금값’이다. 식당에서 물메기탕 한 그릇을 먹으려면 2만 원이 훌쩍 넘는다. 최근 2만 2000원짜리 물메기탕을 먹었다는 한 소비자는 “예전엔 살점이 여러 조각 있었는데, 이번엔 얇은 세 조각이 전부였다”며 “가격은 오르고 내용물은 줄어든 느낌”이라고 했다.

식당 업주는 한숨이 깊다. “4~5만 원짜리 물메기 한 마리 잡아도 잘해야 네 그릇이 나온다”며 “원재료값이 계속 오르니 음식값도 올릴 수밖에 없어 손님도 우리도 모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물메기 / 연합뉴스

올겨울 남해안 대구·물메기 어획 감소는 이상 고수온, 해저 지형 변화 등 복합적인 환경 변화가 빚은 결과다. 어민과 상인은 수온이 내려가는 12월 말~1월 초 어군 형성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제철 어획 기간이 짧아진 만큼 올해도 ‘부족한 겨울 생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어느 해보다 ‘겨울 대표 생선’을 맛보기 어려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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