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내란 1주년을 앞두고 국가정보원을 찾아 업무보고를 받고 '정치적 중립'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정부 부처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국정원이 각종 정치 공작에 동원된 전례가 있지만 이번 내란 사태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을 한 것을 치하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국정원은 여러 불미스러운 일에 연관된 바 있으나, 이번 내란에는 휘말리지 않았다"며 "과거를 단절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국정원의 노력을 치하하고자 직접 방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국정원을 먼저 방문해 다른 정부 부처에도 '내란 청산'과 '정치적 중립'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李 대통령, 첫 부처 방문지로 국정원 선택
"국정원 바로 서면 많은 일 해낼 수 있어…자부심 갖고 최선 다해달라"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정원을 찾아 이종석 국정원장으로부터 정부 출범 후 5개월간의 주요 성과와 미래발전 방안 등에 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정부 부처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과거 지탄받은 어두운 역사를 가진 국정원이지만 지난 과오를 성찰하고 혁신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고,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이 될 수 있도록 국정원을 격려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정원이 바로 서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며 "국정원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때 국가가 얼마나 더 나아지는지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악용·동원 당하거나 간첩조작 사건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벌어져 직원들이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비난받는 경우가 있다"며 "국정원이 국가 경영에 있어 정말로 중요한 조직이지만, 역량이 큰 만큼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서 서글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각오와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최근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대학생이 고문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정원이 주범을 체포하는 등 상당한 공로를 세웠다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국내 마약 밀매 조직 단속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해 '대한민국은 건드리면 손해'라는 인식을 (범죄 조직이) 가지도록 철저히 단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국가 폭력 범죄의 공소 시효가 곧 입법을 통해 영구 배제될 예정인 만큼 본연의 업무에 더 엄중해져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업무보고에서 국정원은 내란 특검으로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구속되는 등 역대 국정원장 16명 가운데 절반이 불법 도·감청과 댓글 공작, 내란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피해자와 민주노총 간첩단 무죄 대상자들께 사과하는 등 과거의 잘못을 시정하고 있다면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첫 방문 부처로 국정원을 택한 데 대해 "지난 과오를 성찰하고 혁신해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격려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은 여러 불미스러운 일에 연관된 바 있으나, 이번 내란에는 휘말리지 않았다"며 "과거를 단절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국정원의 노력을 치하하고자 직접 방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후에는 국정원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했고, 이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국정원 국가우주안보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직원들과 오찬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첫 부처 방문으로 국정원을 선택한 것은 국정원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다"며 "국가 정보 활동이 국가 운영, 거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핵심에 여러분들이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역할 제대로 잘 수행해서 존경받고 인정받는 국정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제가 행정을 꽤 오랫동안 해본 경험에 의하면 거의 대다수, 압도적인 다수의 사람들이 정말 그 본분에 충실하다"라며 "우리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오해하는 것처럼 대다수가 그렇지 않다면 이 나라가 이렇게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사람으로 치면 (국정원이) 국가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이날 일정에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및 안보실 3차장, 안보전략비서관 등의 참모가 동행했다.
내란특검, '정치관여·직무유기' 조태용 전 국정원장 구속기소
한편, 이 대통령이 국정원을 찾아 정치적 중립을 당부한 날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정치 관여 금지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국정원장은 특정 정파나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자리가 아니고, 국민을 우선에 두고 국가 안위를 지켜야 하는 자리"라며 "조 전 원장은 정치인 체포를 지원하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보고받는 등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폭도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국정원장으로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 드러나자 부하를 거짓말쟁이로 치부하고, 이를 은폐해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활용했다"며 "정치적 중립성은 국정원의 핵심 가치이며 국가 안전 보장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돼야 할 최우선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았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계엄 선포 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 또한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이처럼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미리 알았음에도 국회에 즉시 보고해야 하는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직접 가담했다기보다 계엄 해제 이후 수습 과정과 탄핵심판 과정에만 개입한 것이라고 봐 내란 관련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 전 차장의 보고를 받고 내일 아침에 결정하자며 미루는 등 내란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체포 지시 등을 본인이 듣지 않은 것처럼 진술해 탄핵심판 과정에서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인지한 정보를 사실대로 국민과 국회에 보고했다면 진상 규명과 사태 수습이 더 빨리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