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시즌 공개/ 시리즈 공식 이미지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시즌이 열린 지금, 시즌 1부터 4까지, 결정적 순간들을 따라가 봅니다.
1. 업사이드다운의 문이 열린 순간
」2016년, 첫 시즌은 윌 바이어스의 실종으로 시작합니다. 소년 실종 사건을 다룬 드라마처럼 보였는데요. 늦은 밤, 친구들과 헤어진 뒤 어둠 속 숲길을 자전거로 달리던 윌이 트럭 뒤편에서 들려오는 괴이한 울음소리를 듣는 장면은 미스테리 스릴러의 전형이죠. 하지만 이 세계에 잘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도입부의 핵심이 되는 장면입니다. 그 순간 카메라가 윌을 놔두고 천천히 어둠 속을 향하는데요.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층위의 세계가 있음을 설명하는 장면이죠. 그리고 엘이 등장합니다. 빗속을 헤매다 버려진 레스토랑에 숨어든 소녀가 프라이팬을 휘두르며 요리사를 쓰러뜨리는 장면은 그녀가 생존과 공포 사이에서 버티는 삶을 살아왔음을 보여줍니다. 초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코피를 흘리는 장면, 마이크와 더스틴, 루카스 앞에서 숫자 개념조차 서툴게 배우던 모습 등은 비밀 실험체의 이미지 뒤에 숨어있던 인간적인 결을 드러내며 시리즈의 핵심 감정선을 완성했습니다.
호퍼 보안관 역시 중요한 인물입니다. 딸을 잃은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호퍼가 사건을 파고들면서 처음으로 호킨스 랩의 존재와 MK 프로젝트의 실체를 추적하는데, 이 설정은 이후 시리즈의 모든 음모론과 연결됩니다. 호퍼가 비밀 통로를 발견하고 금속문을 열어 호킨스 랩 내부로 들어가는 장면은 마치 탐정극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지만, 시리즈 전체로 보면 업사이드다운을 만들어낸 조직을 처음 목격한 순간입니다.
2. 마인드 플레이어의 감시
」시즌 2는 공포의 질감이 달라진 작품입니다. 첫 장면부터 윌은 이미 저편의 흔적을 체내에 품고 있었습니다. 학교 복도에서 갑자기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어둡게 뒤집힌 세계에서 번개가 쳐 올 때 윌은 업사이드다운의 그림자를 목격합니다. 윌이 집 앞 들판에서 거대한 검은 형체, 마인드 플레이어의 실루엣을 처음 목격하는 장면은 시즌2 메인 빌런의 등장 장면이죠. 핵심 사건은 호킨스 전체를 뒤덮는 덩굴입니다. 호박밭이 썩어가는 장면, 농장 지하에서 뻗어나가던 촉수들이 불덩이처럼 꿈틀거리던 장면은 마인드 플레이어가 정신체가 아니라 세계 전체를 감염시키는 생태계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윌이 그 뿌리와 연결되며 통증을 느끼는 설정은 이후 시즌 4에서 충격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복선이 됩니다. 개그 캐릭터 요소로 보이던 스티브의 재발견도 의미가 있습니다. 배트에 못을 박고 데모도그와 싸우는 그 장면은 스티브가 코믹한 인기남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어른으로 진화한 순간이었습니다. 스티브가 더스틴에게 헤어스타일 노하우를 전수해주던 명장면은 훗날 시즌4에서 더스틴이 스티브와의 관계를 감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3. 스타코트 몰의 밤
」시즌 3는 공포와 모험, 하이틴 감성을 극대화한 시즌입니다. 새로 지어진 스타코트 몰은 호킨스에 일종의 축제 같은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몰 지하에 러시아 비밀 기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도시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엘과 맥스가 쇼핑몰에서 즐겁게 노는 장면과 러시아 군이 문을 열기 위해 거대한 레이저를 가동하는 장면이 교차되는 연출은 시리즈 특유의 대비감을 극대화한 순간이었습니다. 가장 강렬한 사건은 플레시 몬스터의 탄생입니다. 마인드 플레이어가 사람들을 흡수해 한 몸처럼 뭉치는 장면은 업사이드다운의 침공이 이제 물리적 형태를 가졌음을 보여줍니다. 주민들이 몸을 부르르 떨고 쓰러지며 하나의 고기 덩어리로 합쳐지는 장면은 잔혹하면서도 충격적이었고, 시리즈가 기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스케일로 확장됐음을 알렸습니다. 또 하나의 비극은 빌리의 죽음입니다. 마인드 플레이어에게 지배된 빌리가 마지막 순간 엘의 기억을 떠올리며 인간성을 되찾는 장면은 시즌 3 전체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마지막 사건은 호퍼의 실종이죠. 시즌 4 전체의 기폭제가 되는 장면이자, 시즌 4을 봐야만 하는 떡밥이 됩니다.
4. 모든 비밀의 기원
」시즌 4는 〈기묘한 이야기〉의 결정판이라 부를 만한 시즌입니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된 만큼 감정선은 더 깊어졌고, 공포는 한층 성숙해졌습니다. 초반부터 호킨스 전역에서 발생하는 초자연적 살해 사건은 시리즈 전체에서 처음으로 공포물의 질감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피해자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팔다리가 비명처럼 꺾이는 장면은 메인 빌런 베크나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서막이었습니다. 시즌의 중심은 베크나입니다. 그의 유년 시절,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 크리엘 하우스의 섬뜩한 분위기, 그리고 그가 001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시간은 시리즈 전체가 재구성돼죠. 엘이 001과의 대결 끝에 그를 업사이드다운으로 쫓아낸 장면은 업사이드다운의 생태가 원래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베크나의 분노와 힘에 의해 탄생된 세계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시즌 4의 또 다른 드라마는 맥스로 부터 전개됩니다. 베크나의 타겟이 된 맥스가 케이트 부시의 〈Running Up That Hill〉을 들으며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는데요. 이 장면은 시즌을 넘어 트렌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즌 후반부, 맥스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뼈가 부서지며 죽음에 이르는 장면은 시리즈 사상 가장 잔혹하지만 가장 중요한 장면입니다. 엘이 맥스를 부활시켰지만, 영혼이 없는 육신으로 누워 있는 상태는 시즌 5를 무겁게 마무리하고, 시즌 5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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