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제 행정기관 본질은 토론과 설득·숙의…2인 체제선 불가능"
노조 "YTN 독립 기대"…유진그룹 "보조참가인으로 항소 가능, 판결문 검토"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이미령 기자 = YTN 최대주주를 유진그룹으로 변경하도록 승인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처분을 취소하라고 1심 법원이 판결했다. '2인 체제' 방통위에서 이뤄진 의결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28일 YTN 우리사주조합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YTN 노조가 낸 소송은 원고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재판부는 "피고(방통위)는 2인의 위원만 재적한 상태에서 의결하고, 그에 근거해 최다액 출자자 변경을 승인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의결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방통위 법정 인원 5인 중 2인(당시 김홍일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만 참여해 이뤄진 당시 의결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한 방통위법을 해석할 때 "문언의 형식상 의미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 방통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해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한 입법 취지를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은 투표 그 자체가 아니라 위원들의 상호 토론과 설득, 숙의를 통해 의사를 형성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재적위원이 2인뿐이라면 이런 기능이 구조적으로 구현되기 어렵고, 그 자체로 '다수 구성원의 존재'라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적 개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의사 형성 과정에서 소수파의 출석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채 다수파만으로 단독 처리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며 "특히 이 사건 처분 당시 국회 몫의 위원 3인이 모두 결원 상태였고, 대통령이 지명한 2인만이 의사결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에서 '2인 이상의 위원'은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방통위 주요 의사 결정은 5인이 모두 임명돼 재적한 상태에서 3인 이상 찬성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5인 미만이 재적하게 된 경우라도 피고가 합의제 기관으로 실질적으로 기능하려면 적어도 3인 이상 재적한 상태에서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주요 소관사무 대부분 심의·의결이 필요해 2인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일반적인 행정업무에 대해서는 회의체를 통한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행정공백 우려를 이유로 2인 체제 의결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경우 대통령이 국회 추천 위원 3인에 대한 임명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에 관한 심각한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진기업과 동양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유진이엔티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를 취득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2월 7일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이에 언론노조 YTN 지부와 우리사주조합은 당시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을 문제 삼으며 본안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앞서 이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은 각각 각하, 기각 결정을 받았다.
YTN 노조는 이날 판결 선고 뒤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방송사에 한 무자비한 탄압에 대해 사실상 재판부가 철퇴를 내린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로 방미통위가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취소하고 YTN이 독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진그룹에서 확보하게 될 지분을 어디에 매각하느냐에 따라 구조가 달라지겠지만 우리는 공적 소유구조를 요구했다"며 "이재명 정부가 보도전문채널 거버넌스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유진그룹 지분이 다시 시장에 나오면 정부는 공적 소유 구조로 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유진그룹은 소송의 보조참가인으로서 자체 항소가 가능하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를 적극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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