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기가 부는 요즘, 산과 계곡은 한층 고요해지지만, 동굴 속 지하 깊은 곳에서는 신기한 움직임이 있었다. 2005년 국립생물자원관 동굴조사팀이 삼척 데이리 동굴 지대를 살피던 중 기존 기록과 맞지 않는 도롱뇽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
여러 차례 촬영과 표본 확보가 이어지면서 정체가 조금씩 드러났다. 유전자 검사에서 동아시아 도롱뇽들과 겹치지 않는 변이가 파악됐고, 형태까지 정리된 뒤 600만 년의 공백을 잇는 ‘꼬리치레도롱뇽’으로 판별됐다.
동굴 조사에서 드러난 미확인 개체의 출현
삼척 데이리 동굴 지대는 석회암이 물에 깎이며 생긴 틈이 연결된 형태다. 빗물이 스며들며 바위층을 깎고, 그 경로가 지하 물길과 이어져 복잡한 내부 공간을 만들었다. 외부와 접촉이 거의 없을 만큼 고립된 구조라 내부 환경은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안에서 도롱뇽의 알주머니가 발견됐는데, 표면이 더 투명하고 형태도 기존과 차이가 났다. 또한 발달 과정에서 보이는 신체 구조 변화가 전혀 달랐다.
수컷이 알을 지키는 독특한 행동
꼬리치레도롱뇽의 번식은 6월 말부터 시작된다. 동굴 내부의 수온이 안정되면 벽면에 알주머니가 붙고, 하나의 주머니에는 평균 10개 안팎의 알이 들어 있다. 물이 닿으면 주머니는 자연 접착제처럼 단단히 위치를 잡는다. 좁은 틈에서 떨어지면 유생이 성장할 공간을 잃기 때문에 이 구조는 생존과 직결된다.
산란의 주된 역할은 수컷이 맡는다. 암컷이 알을 붙이면 수컷은 즉시 정자를 퍼뜨리고, 수정 이후에는 몇 달 동안 알을 지키며 주변을 순찰한다. 물 흐름의 방향만 바뀌어도 정자가 퍼지는 방향이 바뀌어 수정 성공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산란터 환경은 번식 성공과 바로 연결된다.
형태와 유전으로 확인된 '꼬리치레도롱뇽'의 근거
꼬리치레도롱뇽의 형태학적 구조도 기존 도롱뇽과 분명히 달랐다. 앞발 가락은 네 개, 뒷발가락은 다섯 개로 발톱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젖은 바위벽을 오르기 위한 구조로, 좁은 틈을 따라 움직이는 데 유리했다. 몸길이에 비해 꼬리가 길고 탄력이 강해 물길을 따라 이동하거나 벽면을 지탱하는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했다.
피부 구조도 동굴 환경에 맞춰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조한 상부 공간에서는 빠르게 수분을 잃어 아래 물길로 내려가야 했고, 수분이 많은 구간에서는 몸 표면의 점액이 더 두껍게 분비돼 생존율을 높였다.
유생 발달 속도에서는 더욱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일반 도롱뇽보다 성체 전환 시점이 늦었고, 어둠 속에서 눈보다는 후각과 촉각을 중심으로 행동했다. 유생 시기 아가미 길이와 크기, 아가미 색의 변화 속도도 기존과 달랐다.
동굴도 완전한 안전지대는 아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지하에 머물며 외부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계곡 아래에서는 물총새와 물가 마귀가 유생을 추적하고, 바위틈에서는 산천어가 기회를 노린다. 가장 강한 포식자는 수달이다. 수달은 물길을 따라 산란터까지 곧바로 진입해 짧은 시간에 여러 개체를 잃게 만든다.
동굴 내부 변화도 문제다. 물길이 약해지면 바닥 수온이 떨어져 유생 발달이 지연되고,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생존율도 낮아진다. 박쥐 배설물이 쌓인 구간은 작은 곤충이 많아져 여러 개체가 한 지점으로 몰리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포식자가 접근할 때 피해가 더 커진다.
동굴에서의 위협이 확인된 뒤 지난 2023년부터 국립생물자원관은 바로 대응을 시작했다. 우선 수온, 유속, 습도 변화를 기록하는 센서를 주요 지점에 설치했다. 계절 흐름이 꼬리치레도롱뇽의 성장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장기 자료 확보가 우선 과제가 됐다.
산란터 주변은 알주머니가 작은 진동에도 떨어질 수 있어, 2024년 초부터 탐방 동선이 조정돼 불필요한 흔들림이 줄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조명도 저조도·적외선 장비로 바뀌어 동굴 벽면에 붙은 꼬리치레도롱뇽이 놀라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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