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있는 핑크좌석의 역설…임산부 배려 늘었지만 출산율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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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있는 핑크좌석의 역설…임산부 배려 늘었지만 출산율 제자리

르데스크 2025-11-28 16:44: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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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위기에 직면한 나라들이 앞다퉈 임산부 배려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지하철 '임산부 전용 좌석', 가방에 달아 사용하는 '임산부 배지' 등 일상적 편의를 높이는 지원책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출산 의지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 레딧에 '한국에서 핑크 좌석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내용은 "한국에 꽤 오래 있었는데 '임산부 핑크 좌석'에 실제로 임산부가 앉아 있는 걸 한 번도 못 봤어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진짜로 누가 이 자리를 이용하는 걸 보신 적 있나요? 실제로 이런 일이 있기는 한지 그냥 궁금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레딧 이용객 adlibitumconbrio는 "임산부가 실제로 이 좌석을 이용하는지 궁금하다. 남성들은 대부분 이용하기 않아서 나 역시 앉지는 않을 것 같다"며 "실제 이용률이 낮아 보여도 임산부들에게는 나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이용객 SirLouisI "한국에 가족 여행 할 때 보면 저 자리는 비워져 있거나, 나이든 사람들이 앉는 것을 봤다"며 본인의 경험을 공유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처럼 임산부를 배려하는 제도가 존재하지만 출산율과의 상관관계는 미미하다. 일본과 영국은 공식적으로 임산부 배지 제도를 운영하지만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1.5명을 넘지 않는다.


▲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임산부 배지를 제공한다. 사진은 'baby on board'배지의 모습(왼쪽)과 착용한 영국의 왕세자비의 모습. [사진=the telegraph]

 

지난해 합계 출산율 1.41명을 기록한 영국도 'baby on board' 배지를 제공한다. baby on board는 영국 교통공사(TfL)에서 공식 제공하는 임산부용 배지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임신 초기에도 배지를 착용하여 좌석 양보를 받기 쉽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임신한 여성이 응급실에 방문했을 때 우선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저출산으로 오랜 기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은 '마터니티 마크' 배지를 통해 지하철, 버스, 공항 등에서 양보를 유도한다. 또 대형 마트에서는 임산부 짐 운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5명에 불과하다.


임산부 배지를 제공하지 않는 국가들도 임산부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병원 임산부 우선 접수 및 전용 대기 라인을 마련하고 있으며 대형마트와 쇼핑센터에서는 임산부 전용 주차구간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임산부에게 'Priority Seat' 이용을 권장하고 의료시설에서 패스트 트랙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출산율 하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임산부 배려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지하철·버스 우선 좌석, 병원 우선 진료, 정부기관·은행 우선 창구 등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0.97명대에 머물러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최근 출산한 조소진 씨(28·여)는 "임신 기간 동안 임산부들을 위해 다양한 배려 정책이 제공되고 있음에 정말 감사했지만 '출산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며 "물리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물론 좋았지만 정작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3년째 한국에 거주 중인 율리아(Yuliya·24·여)는 "러시아에 있는 친구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몇 년째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보니 남성이 많이 없어 출산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한다"며 "이미 결혼한 부부들도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어서 요즘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살다 보니 임산부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고 덧붙였다.


미아(Mia·29)도 "미국에도 임산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있지만 한국처럼 임산부 전용 좌석은 따로 없다"며 "임산부 우선 주차 서비스, 공항 우선 체크인 등은 제공되지만 한국처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은 아니다. 이런 제도가 미국에도 정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의 질적 확대뿐 아니라, 양육 환경과 경제적 지원, 일과 가정의 균형, 정보 접근성 등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그동안 정책 초점이 '임산부'에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임신 준비 단계까지 포함한 '예비 엄마 지원'의 관점으로 정책 틀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임신·출산 관련 제도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지만 이러한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며 "필요한 지원을 쉽게 찾고 신청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 서비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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