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화영 재판부 기피신청' 이유는 '증인 채택'…64명 중 6명만
변호인단 "검사들 퇴정은 소동행위" 고발…재판부 간이기각 여부 주목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술파티 회유 의혹' 국회 위증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사들이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하고 전원 퇴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재판부의 증인채택'이었다.
퇴정한 검사들은 재판부가 검찰 측 증인 상당수를 불채택하는 결정을 내린 직후 바로 증거기각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기피신청 입장을 밝혔고, "불공평 재판이 우려된다"며 기피신청 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변호인은 "비상식적인 인원을 증인으로 요구하며 미리 재판 방해를 목적으로 기피신청을 준비해왔다"며 검사들은 직무유기, 법정모욕 등 혐의로 고발했다.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술파티 위증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 등) 사건 10차 공판준비기일에선 검사와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채택 여부가 주된 쟁점 중 하나였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가 신청한 64명(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2회 중복 포함) 중 6명을 채택하고 59명을 불채택했다.
64명 중 16명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변호인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은 증거(진술조서) 관련한 증인들이었고, 나머지는 검사가 피고인의 주장을 반박하고 혐의 입증을 위해 법정에 불러 신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추가 증인들이었다.
'술파티 회유 의혹' 현장에 있었다는 박상용 검사, 당시 이 전 부지사의 수사 변호를 맡은 설주완 변호사, 2023년 5∼6월 출정교도관 42명 등이 변호인의 증거부동의와 무관하게 추가로 신청한 증인들이다.
◇ "64명 중 6명만 채택…배심원 눈과 귀 가려"
재판부가 박 검사 등 검찰의 추가 증인을 모두 채택하지 않고 변호인이 부동의한 증거 관련 증인 16명 중 10명만을 채택하는 결정을 내리자 검사들이 즉각 증거기각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어 구두로 재판부 기피 신청한 뒤 "더는 소송 지휘에 따를 수 없어 퇴정한다"고 밝히며 재판장에 고개숙여 인사한 뒤 법정을 나섰다.
검사들은 퇴정 전 혐의별 증인을 검사 측 2명, 피고인 측 1명으로 제한하고 신문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한 것을 두고 "배심원 참여재판의 경우 1심 법정에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정신을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부당함을 피력했다.
또 교도관들을 대거 신청한 이유로는 "피고인 측이 10회 공판준비기일이 되어서야 '술파티' 날짜를 2023년 5월 17일로 특정하고, 그날 외에도 진술 세미나가 여러 번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계속해 그런 회유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을 기소했던 전 수원지검 형사6부장인 서현욱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연수원 35기)는 전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남긴 댓글에서 "배심원들이 검사, 변호인, 교도관, 김성태의 증언을 듣고 싶지 않겠느냐. 이들 중 단 한명도 채택하지 않고 술을 샀다고 지목되는 쌍방울 직원만 증인채택해 배심원의 눈과 귀를 가리는 걸 공정하다고 볼 검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주장에 더해 재판부가 ▲ 충분한 증거조사 시간을 확보해주지 않은 점 ▲ 쟁점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국민참여재판을 강행하려 한 점 ▲ 피고인 측 쟁점 정리를 위한 소송지휘를 하지 않은 점 ▲ 공판준비절차 녹음 신청을 불허한 점 등을 근거로 한 약 80페이지 분량의 기피사유서를 지난 27일 수원지법에 제출했다.
◇ "수사 하지 않고 준비기일 종료 직전 교도관 42명 신청"
검사들의 주장에 변호인단은 "상식적으로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수의 증인신청"이라며 재판부 기피 신청은 재판을 무산시키려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지난 27일 퇴정 검사 4명을 국가수사본부에 법정모욕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교도관들을) 수사도 하지 않고 (피고인을) 국회 증언에 대한 위증 혐의로 기소한 사실이 드러나자 공판준비절차 종료 직전에 42명의 교도관에 대해 증인 신청했고, 이것이 기각되자 기피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발인들의 직무유기가 단순한 업무태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위법한 수사와 기소를 은폐하기 위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또 검사들의 퇴정에 대해선 "미리 본인들의 입장을 원고로 써서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행위는 미리 계획된, 재판의 정상적 진행을 방해하는 소동행위"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피고인 측이 반론권을 포기해가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대부분 동의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총 6명의 증인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3명이 채택된 상태로 지난 재판이 마쳐졌다.
오기두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의 원활한 재판을 위해 재판부 요청에 따라 혐의별로 1~2명의 증인만을 신청했다"며 "원래대로라면 검찰의 방대한 증거에 해당하는 증인들을 다 불러서 신문해야 하는데 우리 쪽이 증인 신청권을 다 포기하고 일부만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의 기피신청을 받은 수원지법 형사11부는 기피사유서 등을 검토한 뒤 간이기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와 피고인 등 소송당사자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기피신청 할 수 있고, 신청을 받은 재판부는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때 이를 기각(간이기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기피신청은 소속 법원 다른 합의부로 배당돼 판단 받게 된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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