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 뻔뻔한 태도에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사이코패스 기질 가능성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청주의 장기 실종여성 살해범 김모(50대)씨는 범행을 저지른 직후임에도 안전을 걱정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등 시종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피살된 A(50대)씨의 가족들은 그가 연인 관계였던 김씨와 헤어진 후에도 자주 다투며 고통을 호소한 점을 토대로 사건 초기부터 김씨가 A씨를 해코지했을 가능성을 의심해왔다.
A씨의 자녀는 지난달 16일 실종 신고를 하고 진천군 소재 김씨의 폐기물 관련 업체를 찾아 어머니의 행방을 물었으나, 김씨는 "안 만난 지 꽤 됐다"며 태연하게 잡아뗐다.
김씨는 자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자녀에게 회사 CCTV 영상까지 재생해 보여주며 회사 안팎의 본인 동선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연인인 A씨의 SUV 안에서 그를 흉기로 살해한 지 불과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씨는 같은 날 A씨의 어머니에게서도 딸의 안전을 걱정하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혹시 딸에게 해를 가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는 침착한 목소리로 "연락한 지도 오래됐다"며 바쁘다는 식으로 전화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곧바로 지인에게 "A가 실종됐다고 하더라. 혹시 연락한 적 있느냐"고 뻔뻔하게 되물었다.
그러고는 이튿날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A씨와의 통화녹음 수십 건을 삭제했다.
김씨는 범행 3주 뒤인 이달 5일 이뤄진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A씨의 실종 당일 행적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복수의 형사들에 따르면 당시 김씨는 형사들이 A씨 실종 당일의 본인의 행적을 석연찮게 여기면서 질문하는데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이같이 말했다.
그는 A씨의 주변 인물 중 유일하게 당일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김씨는 또 범행 직후 A씨의 휴대전화로 그의 직장 상사에게 사직 의사를 밝히는 문자를 보냈다. A씨가 살아 있는 것처럼 가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범행 흔적이 남아 있는 A씨의 SUV를 청주와 진천의 거래처에 숨겨 놓으면서 업주들에게 "자녀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빼앗았다. 잠시 맡아달라"고 둘러대기도 했다.
경찰은 이같은 점 등을 토대로 김씨가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고 보고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실시할 방침이다.
실제 김씨가 오폐수 처리 등의 일을 하면서 모은 재산으로 진천군 등에 장학금도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얼굴의 소유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A씨의 SUV 안에서 그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사실에 격분해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살해하고 시신을 자신이 관리하는 거래처 폐저수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이날 구속영장 심사 출석을 자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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