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출근길부터 몸이 천근만근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전날부터 미열이 있었지만 단순 피로감으로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자 증상은 급격히 악화됐다.
A씨는 갑작스러운 39도 고열, 심한 오한, 온몸을 짓누르는 근육통, 설사 그리고 업무 집중도 어려울 정도의 두통을 느꼈다. 평소 감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상이 진행되자 그는 결국 병원을 찾았고 신속항원검사 결과 A형 인플루엔자 양성 판정을 받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겨울 독감 확산세가 예년 수준을 크게 뛰어넘으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행 시점이 지난해보다 한달가량 앞당겨진 데다 환자 증가 속도도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방역당국과 의료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300개 표본감시 의료기관의 47주차(11월 16~21일)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 환자 1000명당 70.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8명) 대비 14.7배 증가한 수치다. 독감 바이러스 검출률도 45%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A형(H3N2)이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독감 환자 증가에 따라 주요 증상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독감은 △38~40도 고열 △오한 △전신 근육통 △두통 △심한 기침 및 인후통 △극심한 피로감 등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환자에게는 구토·설사·복통 등 소화기 증상도 발생할 수 있으며 영유아의 경우 중이염·폐렴 등 합병증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다음 달부터는 고령층에서도 독감이 본격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층은 독감 합병증인 폐렴 위험이 크다. 특히 폐렴구균 폐렴은 치명률이 최대 6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예방접종률이 최소 80%에 도달해야 유행 억제가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독감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치료제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다.
가장 널리 처방되는 오셀타미비르 성분의 '타미플루'는 스위스계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다. 캡슐형 알약과 어린이용시럽 제형으로 제공되며 국내 유통은 HK이노엔이 맡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주목받는 발록사비르 마르복실 성분의 '조플루자' 역시 로슈 제품으로 1회만 복용하면 되는 단일 경구제라는 점이 특징이다. 해당 품목 역시 HK이노엔이 국내 마케팅 및 판매를 담당한다.
흡입형 치료제인 자나미비르 성분의 '리렌자'는 GSK가 개발한 제품으로 디스크할러 장치를 통한 흡입 방식으로 사용된다. 호흡기 점막으로 직접 약물이 흡수되는 장점이 있으나, 천식·COPD 환자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
정맥주사제로 투여되는 페라미비르 성분의 '페라미플루'는 GC녹십자가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로 병원에서 1회 IV 주사로 투여한다. 알약 복용이 어려운 환자나 고위험군, 또는 중증으로 악화된 환자에게 주로 처방된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독감 유행은 내년 4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면역 취약계층은 전문 의료인과의 상담을 통해 증상 초기 치료와 적절한 약물 투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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