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금융권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금융 혁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생성형 AI 등의 기술 발전에 따라 데이터를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를 분석하고 이를 통한 수익화 사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미국·유럽연합·중국 등의 주요국들은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 데이터를 경제 성장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 방식도 이전의 ‘분석 중심’에서 ‘유통·판매 중심’의 수익화 구조로 전환하고 있으며 데이터 산업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 시장의 규모는 2020년 약 4000억달러(약 586조원)에서 지난해에는 약 6750억달러(약 989조원)로 시장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는 약 30조7000억원이며 오는 2029년에는 5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금융사는 개인 및 기업과 관련된 신용정보와 같은 정형 금융데이터뿐만 아니라, 콜센터를 통한 음성데이터나 실명인증을 위한 이미지 데이터 등 여러 비정형 데이터들도 보유하고 있다.
금융데이터는 타 산업과 비교해 축적된 양이 많고 정확도와 신뢰도가 높아 양질의 데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ICT)·유통업·보건의료과 같은 타 산업과 융합이 용이해 마이데이터와 오픈뱅킹과 같은 제도 변화와 맞물려 데이터 유통 사업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인재 양성과 수익화 사업 기반 다지기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AI와 디지털도 근본은 데이터이며 앞으로도 금융은 AI와 디지털 경쟁력이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며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2022년 2500명의 데이터 전문 인력을 2025년까지 양성하겠다는 ‘2500 by 2025’ 목표를 선포하고 금융권 최초로 데이터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하나 DxP(Data Expert Program) 과정'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하나 DxP 과정'은 현장 경험 중심의 금융 데이터는 물론 생성형 AI 등 비금융까지 접목된 새로운 인사이트 발굴을 위해 데이터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25일에는 '하나 DxP 과정' 3기 수료생 배출을 통해 ‘2500 by 2025’ 목표를 달성했으며 데이터 전문 인력 3000명을 2027년까지 양성하겠다는 ‘3000 by 2027’ 목표를 새롭게 수립했다.
함 회장은 "고객중심·현장중심 기반의 쉽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열 하나금융 부회장 역시 “데이터는 단순한 자료가 아닌 타깃 분석이나 고객 맞춤형 마케팅 등 현업의 성과로 연결되는 핵심 자산이다”며, "앞으로 데이터 기반 금융서비스를 혁신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하나카드를 중심으로 그룹 내 보험사와 메시징·마이데이터 광고 사업을 진행 중이며 향후 그룹 내 주요 관계사와 데이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리딩 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양종희 KB금융 회장 역시 데이터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열린 '2025년 하반기 그룹 데이터 혁신 세미나'를 통해 지주 및 계열사 임직원에게 "비즈니스와 문제 해결 측면에서 데이터를 바라보고, 도전적인 자세로 고객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세미나는 데이터와 최신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중심의 데이터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계열사간의 데이터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에선 △고객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 방안 △임·직원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 방안 △데이터 분석·사업 활용 방안 연구 사례 등이 논의됐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은 데이터와 비즈니스의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 환경을 갖춰 고객에게 더 나은 금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데이터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 특화 광고 플랫폼인 '카카오뱅크 AD'를 통해 데이터 기반 광고 등으로 공격적인 직접 수익화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AD는 26주 적금이나 프렌즈 체크카드 등 카카오뱅크의 핵심 상품·서비스와 연계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고 고객 재방문을 유도하는 광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3분기 누적 기준 카카오뱅크의 광고 수익은 지난해 83억원에서 올해는 무려 53% 증가한 127억원으로 집계됐다.
최희재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 활용은 필수 전략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방대한 금융데이터를 보유한 금융사에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은행은 기존의 내부 활용에서 나아가 이종 업체와 협업을 통해 데이터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데이터 판매·API 제공·컨설팅 등 외부 수익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금융지주사는 그룹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정책당국은 광고 허용 등 제도적 기반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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