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CEO 선임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을 아우르는 후보군의 면면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가 차원의 AI 성장전략, 통신사들의 신사업 전환 압력, 내부 조직 안정성 회복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주어진 가운데, 후보별 강점과 약점은 매우 상이하다.
본지는 현재까지 거론되는 주요 후보들의 경력, 영향력, 리스크를 중심으로 차기 CEO 경쟁 구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내부 출신 후보군 '조직 안정'과 'KT DNA'라는 장점…그러나 AI 중심 시대의 적합성 논란 병존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내부 출신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정통파"…그러나 AI 시대 전략 적합성은 의문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은 KT 내부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경쟁력을 갖춘 후보로 꼽힌다. 사장까지 오른 정통 KT 출신이며, 과거 CEO 최종 3배수에 올랐던 만큼 사외이사단과 내부 구성원 모두에게 존재감이 확실하다. 특히 '구현모 체제'를 놓고 내부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조직 내부에서는 "다시 내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 박 전 사장을 향한 기대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가 성장 전략이 AI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고, KT 역시 'AI 기업 변신'을 그룹 차원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상황은 변수로 작용한다. 박 전 사장이 기업영업 중심 경력을 보유하고 있어, AI 플랫폼·AI 인프라·디지털 전환 전략을 선도할 '기술 중심 CEO'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경쟁에서 약점으로 지적된다. 조직 안정성과 기술 리더십 중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지가 그의 당락을 가를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 부사장 "KT 최대 조직을 이끄는 실세"…그러나 리더십 검증 부족·보안 사고 책임논란 부담
이현석 부사장은 KT 내 최대 규모 조직을 이끄는 현직 임원으로, 조직 장악력과 현업 감각에서 강점을 지닌다. 특히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가진 사외이사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사회 중심의 선임 구조에서는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리더십 검증이 '막 시작된 단계'라는 점은 치명적 약점이다. 아직까지 회사 전체를 이끌어본 경험이 없고, 최근 대형 해킹 사고에 대한 공동 책임이라는 불명예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도 "리더십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아, 최종 후보군에 오르더라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철수 전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영업 전문성과 정권·조직 경험"…그러나 'KT를 깊이 이해하는 인물인가'라는 의문 남아
김철수 전 사장은 LG유플러스 출신으로 영업통으로서의 실전력이 강하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KT에 영입되어 KTH 사장, KT스카이라이프 사장 등을 맡아 통신·방송 융합 산업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내부·외부 경력을 모두 지닌 점이 장점이며 정치권 소통력도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줄곧 영업력에 기반한 경영 스타일이어서 통신·AI·클라우드 중심의 KT 미래 전략과 잘 맞아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KT 조직 내 네트워크·기술·플랫폼 계열의 핵심 문화와 결이 달라 "조직 이해도가 제한적"이라는 내부 중론도 뚜렷하다. 내부 출신이지만 동시에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이다.
▲외부 출신 후보군 "AI·공공 신뢰·정책결정 경험" 강점…그러나 KT 역사 속 반복되는 '외풍 논란' 부담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AI 국가전략 참여한 전문가"…그러나 SK 출신이라는 상징적 리스크
주형철 전 사장은 현 정부의 AI 국가성장전략을 수립하는 데 직접 참여한 인물로, '국가 전략과 KT 전략의 정합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외부 후보로 거론된다. SK텔레콤 출신이기도 해 통신·디지털 전략의 전문성이 뚜렷하며, 정부와 민간 양축에서 경험을 쌓은 '기술·정책·산업'의 교차점을 이해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SK 출신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KT 내부와 일부 시장에서는 '경쟁사 출신 CEO'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이 있다. 과거 KT가 반복적으로 겪은 외풍 논란도 그에게는 부담이다. 정책적 정합성은 분명 긍정적 요소다.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공기업 경영성과·정치권 신망"…그러나 '매번 등장하는 후보'의 식상함과 기술 최신성 논란
김태호 전 사장은 공기업에서의 경영 성과와 강한 리더십으로 정치권과 공공기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과거 KT IT기획실장 경험이 있어 통신·ICT 업계에 대한 이해도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KT 퇴사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ICT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크다. 또한 역대 KT CEO 후보군 논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만큼 "식상한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상존한다. 안정적인 공공조직 운영 경험이 KT의 'AI 기반 혁신기업 전환'과 얼마나 맞아떨어질지도 평가가 엇갈린다.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대형 ICT기업 CEO 경험"…그러나 실적·리더십 총평은 엇갈려
홍원표 전 대표는 KT에서 차세대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을 거친 뒤 삼성SDS CEO, SK쉴더스 CEO를 역임하며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조직을 이끈 경험을 갖고 있다. ICT 기반의 경영 경험이 폭넓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두 기업에서 뚜렷하게 평가받는 성과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점, 내부 리더십 평가에서 호불호가 크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태호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KT CEO 후보군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는 점 또한 공감대를 이루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종합 평가 '내부 안정' vs 'AI 전략' vs '정책 정합성'의 3축 경쟁
KT CEO 선임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AI 국가전략 방향성 ▲KT의 디지털 전환 속도 ▲경영 공백 장기화에 따른 조직 안정성 회복이라는 3개의 과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내부 출신은 조직 안정성과 DNA 계승을 무기로 하지만 AI 중심 시대의 적합성에서 의문을 받는다. 외부 출신은 기술 전략·정책 정합성에서 강점이 있지만 KT 내부 저항과 조직 문화 충돌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
KT 차기 CEO가 어떤 축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기업의 향후 10년 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번 후보군 분석은 KT의 체질과 방향성을 재정의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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